얼마 전,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9호선에서 역무원으로 근무 중인 청취자가 시청자 코너에 참여했다. 매일 아침 7시, DJ가 전화연결된 청취자에게 퀴즈를 내고, 일정 개수 이상을 맞추면 청취자에게 커피 쿠폰 여러 장이 제공되는 코너다. 퀴즈에 앞서, DJ는 청취자에게 ‘지금 그럼 출근하신거에요?’ 라고 묻자, 청취자는 ‘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그러면 이 지하철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근무가 어떻게 되나요?’ 라는 DJ의 물음에 청취자는 ‘일단 저희는 교대근무고, 주간조와 야간조가 있습니다.주간조 근무자들은 보통 새벽 3시 이전에 출근해서 영업 준비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라고 말문을 띄우면서, 짤막하게 근무형태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귀에 잘 들렸던 부분은 ‘새벽 3시 이전이면 모두가 잠든 시간이네요’ 라는 DJ의 멘트였다. 그렇다. 9호선의 거의 모든 역무원,승무원들은 한 달에 약 1/4 가량을 새벽 3시 이전에 출근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비숙박’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에 그들은 ‘출근’을 하는 것이었다. 열악함 그 자체였다. 9호선은 그동안 승객들 사이에서 ‘지옥철’로 불렸지만 근무자들에게도 9호선은 ‘지옥철’이었다. 9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서울지하철 8호선 전동차 내부의 임산부 배려석(사진 한우진) 지하철의 서비스 수준은 지하철 운영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외부기관으로부터 서비스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학교 성적표처럼 점수로 공개되며, 국내 지하철 회사들끼리도 그 성적이 비교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지하철 회사들은 자사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 개선에서 지하철 회사에게 가장 난해한 것은, 바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인 승객들 사이에서 결정되는 서비스 수준일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을 최신으로 바꾸고, 시설을 개선하면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공급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승객들끼리의 다툼과 반목에서 생기는 서비스 수준의 하락에는 손대기가 어렵다. 예컨대 승객들의 무질서, 타인에게 무례한 행동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계층간 세대간 갈등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이는 그 지하철의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이는 다루기가 어려운 문제다. 애들도 아니고 학교도 아닌데 가
▲용인경전철 기흥역 에스컬레이터(사진:한우진) 에스컬레이터는 자동계단으로도 번역된다. 계단은 사람이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는 발판이 스스로 위로 올라가면서,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계단을 오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내려가는 방향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에 꼭 필요한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에스컬레이터가 필요한 시설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국내 최초로 설치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2호선 역삼역이다.(1982년 12월) 역삼역은 앞뒤의 강남역, 선릉역과 달리, 언덕 아래 설치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표면으로부터의 심도가 깊다보니 에스컬레이터가 필요하였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첨단 시설이었지만, 1998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에스컬레이터는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역을 찾기가 어려우며, 신설되는 지하철역들은 많은 양의 에스컬레이터가 개통 때부터 설치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
▲AK백화점 바로옆에 위치한 평택역 인근 집창촌.대낮인데도 영업을 하고 있다. 영등포역, 수원역, 평택역. 공통점이 있다면 광역전철과 일반열차 모두 이용이 가능하고,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역사이기 때문에 백화점과 연결(영등포-롯데백화점, 수원역과 평택역-AK백화점)되어 있어 상권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변 환경을 저해시키는 ‘유해업소’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유흥업소가 있지만, 이들 세 곳의 철도역사 주변에는 ‘홍등가’라고 불리는 성매매업소들이 아직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홍등가는 불법으로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철도역과 근접한 곳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어 철도를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지난 22일, 오전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천안에 있는 외갓집에 가기 위해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를 이용한다는 김 모군(14)은 “기차타기전에 위드미 편의점에서 먹을 것좀 사려고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저만치에 ‘청소년통행금지’ 표지판이 있어서 호기심에 골목 안쪽까지 들어가보았다. 유리문으로 된 가게들이 양쪽으로 쫙 있어서 놀랬다”고 하였다. 이뿐만이 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안내 지난 18일부터 서울지하철 2,4,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환승통로 일부가 폐쇄되었다. 2호선과 4호선은 정상적으로 환승이 가능하지만, 2호선과 5호선, 4호선과 5호선간의 환승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측은 22년된 노후에스컬레이터를 교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환승통로 전면폐쇄를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은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상반된 기사를 보도하였다. ○ 우려했던 '대혼란' 없었다 - 헤럴드경제 등 다수의 매체 헤럴드경제를 비롯한 일부 매체에서는 우려했던 대혼란은 없었다고 보도하였다. 특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하루평균 30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혼잡한' 역이다. 인근의 밀리오레와 굿모닝시티 그리고 DDP가 있기 때문에 패션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의류 원단 도매상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에 방문하면 동대문에 가서 패션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큰 손'들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가기도 한다. 젊은 패션의 메카이기 때문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늘 붐빌 수 밖에 없다. 또한, 2,4,5호선 세 개의 노선이 만나는 점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혼잡도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역무실에 있는 모니터.수시로 확인하면서 이상유무를 체크한다.(출처: 공항철도 안내센터) 얼마 전, 현직 기관사가 뽑은 '진상 승객 TOP3'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비단, 철도라는 교통시스템이 돌아가는데 있어서 기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기관사가 한다면, 승객을 맞이하는 순간과 배웅하는 순간은 역무원들의 몫이다. 전철역에서 승차하고, 전철역에서 하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현직 역무원이 뽑은 '진상승객TOP3'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전동차 기관사로 근무하다가,13년 전 역무원으로 보직 변경 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역무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역무원 역시 현장 근무자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익명을 요청하였다. 옛날에는 역무원이 직접 전철역에서 승차권도 판매하였지만, 교통카드가 보편화되면서 매표소가 사라지고, 역무실의 명칭도 '고객안내센터' 혹은 '고객지원센터'로 명칭이바뀌어 각 운영기관마다 철저하게 '고객지향,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리 예전에 비해 역무원과 승객간에 마주치는 일이 없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역무원들이 느끼는 '진상승객'이 아예 없는 것도 아
▲전동차 기관사.그의 손에는 수백명 승객들의 안전이 달려있다.(출처:2017년 공항철도 기관사 인터뷰) 도시철도. 대도시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대중교통 수단이다.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지하철.빠르고 편안하고 교통체증이 없는 도시철도이기에,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하지만 수 백명의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인만큼,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일쑤고, 그만큼 진상 승객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승객들이 볼 때도 어딜가나 진상 승객이 있듯이, 현직 승무원이 볼 때도 늘 진상 승객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직 승무원들이 뽑은 진상 승객 유형엔 어떤 유형이 있을까. 서울에서 올해로 25년째,전동차 운행을 하고 있는 현직 기관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진상 승객 유형을 말해주기 전에, 이 기관사는 전동차를 운행하는 승무원이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익명을 요청하였다. 1. '다음에 보자~' '조심히 가~' - 스크린도어에 바짝 붙어 있는 승객 고속버스 터미널에서도 배웅을 하겠다며 출발하려는 버스가 후진으로 승강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위험하게 버스를 따라가는 배웅객들이 있듯이, 지하철역 승강장에서도 배웅을 하기
▲8507번 광명역 셔틀버스(코레일네트웍스 제공) KTX 광명역은 그동안 교통의 오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였다. KTX의 시,종착역으로 활용하고, 서울 서남부지역 주민들이 KTX를 타기 위해 구지 한강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KTX를 타고 한강 이남지역을 지나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건설된 광명역이지만, 막상 역사를 짓고 나니 연계교통편이 문제였다. 물론 광명과 서울을 오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광명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노선이 변경되긴했어도, 시내버스라는 노선 특성상 경유지가 많고 굴곡이 심해 이용객 입장에서는 선호할 만한 교통수단이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대중교통난 해소를 위해 ‘광명역 셔틀전동열차’도 꾸준히 운행되었지만, 선로포화와 광명역 선로구조로 인해 셔틀전동열차는 운행횟수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광명역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렇 듯, 코레일에서는 광명역을 좀더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때마침 SRT개통이 맞물리면서 KTX수요를 광명역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서울 사당역과 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를 개통시켰다. 그동안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