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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철도에도 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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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과거의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물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디자인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그 나라 발전의 척도이기도 하다. 특히 제품이나 시각매체 같은 산업디자인은 더욱 그러하다.


한편 디자인은 정량적으로 평가를 하기가 어려우며 따라서 완성이라는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발맞추어 항상 최신의 세련된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같은 점은 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철도가 첫 도입된 구한말은 너무 머니까 도시철도가 첫 도입된 70년대를 기준으로 보자면, 그때와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디자인이 세련되어졌다. 철도차량 같은 제품 디자인과 각종 안내물 같은 시각디자인을 보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오기(誤記) 같은 기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채로 나오기도 한다. 또한 제작사에서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 했겠지만 수요자인 승객들 입장에서는 난감함이 느껴지는 디자인들도 많다. 


디자인은 소프트파워의 중요 요소이며, 우리나라 철도가 사회와 발맞추어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철도의 디자인이 우리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런점에서 향후 철도 디자인의 혁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 디자인 철학의 정립

디자인은 철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철도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철도차량 제작사는 발주처가 시키는대로, 철도운영사는 상위 기관이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만 접근하다보면 디자인이 철학이 어느새 증발해버린다. 


물론 B2B사업인 철도차량산업의 특성과 공기업 중심인 철도운영사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고객인 승객 중심의 디자인 철학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인 디터 람스(Dieter Rams)의 디자인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물론 이것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철도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정립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관성을 갖고 철도의 모습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그런 철학이 없으면 매번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


가령 철도운수사가 ‘승객 중심의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그에맞추어 세부적인 디자인들이 달라진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도시철도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역명은 지금 이 역이 제일 크게 써져 있다. 하지만, 승객은 이미 이 역에 들어왔으므로 지금 이 역이 궁금한게 아니라, 이 승강장에서 탈 수 있는 열차의 행선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즉 승객 중심으로 디자인한다면 다음 역이나 행선지 역명을 더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디자인 결과물이 달라진다. 승객들도 그 디자인 철학에 따라 편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철도회사가 안내물을 만들기에 앞서 디자인 철학부터 세워야 하는 이유다.



- 사전 검수와 사후 평가 그리고 공모전

둘째로는 제작된 디자인에 대해서 사전 검수와 사후 평가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요즘은 새로 도입되는 철도차량 디자인에 대해서 현장 설문조사나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의견을 받는 일이 늘어났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각종 안내물이나 영상물 등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사전 검수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철도 산업의 특성상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달리 출시 전까지 디자인의 보안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사전에 공개를 많이 하면 홍보 효과나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꽁꽁 숨겨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 보안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중요 수치나 정보는 가린 채로 고객대표나 모니터링단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전 검수를 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전 국민들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공개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검수를 미리 받는다면, Tracks를 Trcaks라고 쓰는 어이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미리 공개를 하면 말과 일이 많아져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공개했다가 더 큰 반발을 부르고 결국 고치느라 돈이 이중으로 드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사후 평가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돈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다면 불만이 있어도 그냥 속으로 삭히고 만다.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좀 불편하고 보기 싫은 디자인이 있어도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건 아니므로, 그냥 무시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 회사들은 내놓은 디자인에 대해 반응이 좋지 않은데도 정작 그걸 모를 수도 있다. 


특히 일반인들은 경험의 폭이 좁다보니 다른 것과 비교를 할 수가 없어서, 디자인이 나쁜데도 그걸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제작 출시된 철도 디자인에 대해서 일반인과 전문가들 모두에게 사후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보아야 한다. 


평가를 받아야 개선책도 세울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한 불만이 들끓어 임계점을 넘지 않는다고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 사후 평가를 통해 디자인을 꾸준히 발전시켜야 더 나은 철도가 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철도 디자인 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 공모전이다. 백날 내부에서만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해봤자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 외부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특히 시각디자인 분야는 포토샵 같은 이미지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문턱이 매우 낮아진 만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형태의 노선도 디자인, LCD화면 디자인, 안내 사인물 디자인 등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 개념인데 우리나라의 철도 디자인이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마침 서울교통공사가 또타 캐릭터에 대한 공모전을 열었는데 우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보다는 안내물 같은 시각디자인 공모전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공모전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철도 디자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모전 자체가 보여주기식 일회용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모전을 통해 얻은 개선 아이디어와 디자인 철학이 사내의 철도 디자인에 체화(體化)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철도운수사들은 공기업 특성상 상위 기관의 간섭을 받아 디자인 개선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선도 디자인이 소속 지자체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어 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은 게 그 예이다. 이런 규제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


- 삽화의 적극적 활용

우리나라 철도의 시각디자인 중에서 아쉬운 부분이 삽화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철도의 안내문이나 홈페이지는 대체로 글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사진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하다. 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 캐릭터와 삽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만화 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게 큰 이유다. 만화를 애들이나 보는 것, 저속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퍼져있다보니 만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의 활용이 어렵다. 


또한 이런 환경에서는 삽화나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능력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이러한 작업은 외주를 주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며, 그러다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작업이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진다. 삽화나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기반이 세워지지 않는 것이다.


철도 디자인에 삽화를 좀 활용해보려고 해도, 매번 다른 작업자를 구해서 하는 셈이니 연속성이 없고 일관성도 없다. 애써 만든 캐릭터의 수명도 짧아진다.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는 철도회사에서 캐릭터나 삽화, 만화 등을 디자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사람에게 친숙하고 활용도가 높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소구성이 더 높다. 




이런 점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또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또타는 서울시 지하철 양공사 통합으로 서울교통공사 출범한 이후에 등장한 비교적 신생 캐릭터인데, 현재 국내 철도회사 중에서는 가장 잘 활용되고 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높지만, 중요한 것은 또타를 이용하여 다양한 삽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처럼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며, 인간인 승객들은 이에 대해 공감(共感)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글 보다 탁월한 것이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이며,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철도디자인에 삽화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우수한 정책이다. 글로만 쓰여 있는 딱딱한 안내문을 통한 메시지 전달과, 알기 쉽고 공감되는 감정이 담긴 삽화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 중 무엇이 더 효과가 있을지는 자명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Seeing is Believing이라고 했다. 시각매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말이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짧은 글을 읽을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림과 효율적인 디자인을 통해 단번에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넣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위 공간 및 단위 시간당 어떤 산업보다도 고객의 수가 많은 철도야말로 이 같은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이 꼭 필요하다. 


철도의 발전은 빠른 속도와 안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미적 가치를 높이고, 친숙하고 알기 쉬운 디자인을 통해 회사와 고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진 철도가 되기 위한 디자인의 발전에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집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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