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토)

  • 흐림동두천 8.1℃
  • 흐림강릉 1.6℃
  • 구름많음서울 10.3℃
  • 구름조금대전 10.9℃
  • 흐림대구 8.3℃
  • 울산 7.0℃
  • 연무광주 11.9℃
  • 흐림부산 10.2℃
  • 흐림고창 7.5℃
  • 흐림제주 11.0℃
  • 구름많음강화 8.0℃
  • 구름조금보은 10.7℃
  • 구름조금금산 11.0℃
  • 구름많음강진군 13.0℃
  • 흐림경주시 6.6℃
  • 구름많음거제 11.8℃
기상청 제공

책속의 톡톡

아린(芽鱗)이란?

URL복사
                  아린(芽鱗)이란?



겨울 숲은 텅 빈 듯 고요하지만 

어느 때보다 내밀(內密) 한 충만(充滿) 함으로 가득하다

가만히 서 있는, 잎이 다 진 나목(裸木)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마다 어김없이 통통한 겨울 눈을 달고 다가올 봄에 

새싹을 틔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잎도 꽃도 없는 추운 계절, 

얼핏 보기에 나무는 생장(生長)을 멈춘 듯하다

하지만 사실 이 시간이 없다면 

봄에 꽃을 피울 수도, 새잎을 낼 수도 없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갓 태어난 식물은 꽃을 피우지 못하며,

어른이 돼야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니 햇살 창창한 봄날 꽃 피려면 이 시린 겨울을 

성숙(成熟)의 시간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겨울 눈은 모두 아린(芽鱗)이라고 하는 여러 겹의 비늘 조각에 둘러싸여

겨우내 추위와 외부환경(外部環境)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그러다 겨울이 막 지나면 아린이 찢어지고 벗겨지며 꽃이 피고 잎이 나온다


살갗이 찔리는 듯 아프다는 뜻의 "아리다"라는 표현과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순간(瞬間)이 또 있을까

수없이 피고 진 꽃과 잎의 기억(記憶)을 그득 머금은 아린(芽鱗)이,

갈가리 찢겨도 새로이 꽃 필 희망(希望)을 품은 채 

새 생명을 보듬는 모습에서 겨울 숲의 신성(神聖) 한 기운(氣運)을 느낀다.


아린 상처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에서 아무도 봐 주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에 힘을 모아야 비로소 생의 튼실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자연은 늘 말해 준다.


지금 삶이 마치 긴 겨울 같아 나의 봄은 언제 올까 막막하다면,

숲으로 가서 겨울 눈을 덮고 있는 아린(芽鱗)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모든 아린(芽鱗)은 

햇살이 적당히 퍼지고 바람이 순해지면 저절로 벌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나의 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면 때가 아닌 것,

지금은 다만 아린(芽鱗)의 보호를 받으며 꽃을 피우기 위해 

더 충실(充實) 히 내실(內實)을 다질 때다.


겨울 눈처럼 고요하고 평온(平溫) 하게, 

그러나 봄이 오면 반드시 꽃이 필 것을 믿으면서...




       남영화 숲 해설가<숲에서 한나절>  


             

배너

포토



오피니언

더보기

철도전문 매거진에 대한 의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