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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다가오는 지방권 광역철도에 바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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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대구권 광역철도노선도/국토교통부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대구권 광역철도의 본격 추진을 위해 대구시 등 해당 지자체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보도자료에서 대구권 광역철도를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광역철도는 수도권 외에 부산에서도 운행 중이다. 바로 부전-일광 구간에서 운행 중인 동해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국토교통부는 대구권 광역철도를 비수도권 최초라고 한 것일까?      

 

이는 법적인 광역철도와 기능적인 광역철도의 구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광역철도는 도시내 운행 중심의 도시철도와 달리 도시간 연결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광역철도는  1) 롱시트를 갖춘 고상형 통근형 전동차 운행  2) 일반철도와 다른 교통카드 중심의 고유 운임체계  3) 비교적 잦은 운행 횟수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을 충족할 경우 기능적으로 광역철도로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용어로서의 광역철도는 그 의미가 좀 더 엄격하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지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법적 광역철도와 기능적 광역철도를 표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노선

구간

법적 광역철도

기능적 광역철도

경부선(1호선)

수원-천안

X

O

경춘선

망우-금곡

O

O

경춘선

금곡-춘천

X

O

동해선

부전-태화강

X

O

대구권 광역철도

구미-경산

O

O

 

광역철도를 법적으로 구분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지정 여부에 따라 사업비의 국비지원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철도사업의 국비지원 비율은 도시철도-광역철도-일반철도 순서로 높아지며 일반철도는 100% 국비로 건설된다. 나머지 사업비는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관내를 지나는 철도 사업이 도시철도보다는 광역철도로, 광역철도보다는 일반철도로 건설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자기 돈을 적게 들이고 철도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철도 사업으로 진행될 경우, 사실상 공짜로 철도 노선을 얻을 수 있다. 동해선 전철도 원래는 광역철도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나. 울산시가 사업비 분담을 거부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자 결국 일반철도로 추진되었다.

    동해선 전철노선도/국토교통부

 

바로 이 때문에 법적인 의미에서 동해선 전철은 광역철도가 아니며, 대구권 광역철도가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가 된 것이다.

 

법적으로 광역철도가 아니라고 해도, 광역철도 열차는 운행할 수 있다. 즉 기능적으로는 광역철도가 될 수 있다. 경춘선만 해도, 망우-금곡은 법적 광역철도, 금곡-춘천은 법적 일반철도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나, 전동차가 금곡까지만 운행되는 것은 아니다. 춘천까지 전 구간 운행된다.

 

 

광역철도는 지방 대도시 주변 지역을 빠르고 편리하게 이어줌으로써 교통편의 개선과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권에서는 부산 이후에도 현재 대구와 대전에서 광역철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 노선도/대전시


대도시 주변 교통의 광역화는 도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에, 광역철도 같은 효율적 교통수단을 적기에 투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각 지방광역시에서 광역철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지방권 광역철도에 대해 바라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방 고유의 운영 모델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광역시들은 교통정책에 대해서 수도권을 따라하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의 모습을 보여 왔다. 서울시가 지하철을 지으니 지방광역시에서도 지하철을 따라 짓는 식이었다. 광역철도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미 고령화가 심해지고 인구가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이 문제는 지방권에서 더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과 같은 모델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은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대량수송에 적합한 철도가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다. 창의성으로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광역철도의 특성상 기존선의 대형역까지밖에 운행되지 않는데, 이 경우 환승이 불편하여 승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선 광역철도역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을 해야 한다. 상업시설 유치가 제일 좋지만 경제 침체로 당장 힘들면 공공기관이라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지하철과의 환승역을 적극 신설하고 무빙워크나 수평 엘리베이터 등을 활용해 환승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독일 카젤의 트램트레인/국토교통부


아니면 광역철도가 아예 도심으로 진입하여 운행할 수 있도록 트램트레인(Tram-Train)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광역철도 구간에서는 유가선으로 달리다가 도심 구간에서는 무가선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배터리나 수소 동력을 사용한다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

 

차량 시스템 외에도 운영 측면에서도 지방 광역철도 고유의 모델이 필요하다. 서울의 거리비례제를 답습할 필요는 없고, 지방 특유의 운임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향토업체와의 제휴도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철도운영사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노인무임수송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가 막판에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제일 안 좋다.

    

   철도운영능력을 갑추고 있는 지방광역시의 도시철도운영사들

 

둘째로 지자체가 책임감 있는 운영을 하였으면 좋겠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지하철은 서울시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는데, 수도권 전철은 경기도가 아니라 정부(코레일)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수도권 전철의 첫 시초가 경인선, 경부선, 경원선을 개량하여 전동차를 운행시킨 것이다 보니 당시 철도청이 맡게 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기 지자체를 지나는 전철에 대해 정책적인 독자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는 지방자치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다행히 현재 경기도에서는 하남선, 별내선 등의 도시철도 사업을 진행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제안하는 등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지방도시에서도 광역철도 사업의 건설과 운영에 대해 무작정 정부에 미루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도권 쥐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지방광역시들은 지하철 운영 공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철도운영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오히려 경기도보다도 유리한 점이다.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대할 생각을 해야지, 적자가 우려된다면서 정부에 떠넘기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차제에 경기도도 경기교통공사 조직을 활용해 향후 수도권 전철 운영 확대에 나서고, 코레일로부터 이관을 받아 전철 노선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산선은 차량기지도 따로 없고, 기존 코레일 철도와 연결된 곳도 없어서 경기도가 운영하기에 적절할 수 있다. 실제로 오래 전에는 일산선을 서울시에 넘기는 것까지 고려된 적이 있었다. (참고문헌 참조)

 

지방광역시가 광역철도 설치를 정부에 요구했으면서 정작 운영은 직접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해당 지자체를 지나는 노선인 만큼 지자체의 교통정책과 고밀도로 통합시키려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광역철도와 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자. 광역철도의 특성상 철도역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지방권에서 이는 상당히 불편한 일일 수 있다. 왜냐하면 수도권과 달리 지방권은 교통 혼잡이 심하지 않아 자가용 이용이 편리하고, 또한 시내버스 망이 수도권만큼 조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역철도가 운행되어도 자가용 이용률은 여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광역철도를 운영하는 보람이 없어진다.

 

   대구시 시내버스의 모습/대구시


따라서 광역철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연계버스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버스를 늘리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니 한없이 늘릴 수는 없다. 결국 광역철도역을 중심으로 버스노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편할 수 있을지가 지방권 광역철도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특히 수도권보다 더 어려운 점은 지방권에서는 광역철도와 시내버스 모두 배차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광역철도 역을 지나도록 노선만 그냥 변경하면 되었지만, 지방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선뿐만 아니라 광역철도의 운행시각과 버스의 운행시각을 고려하여 환승낭비시간이 최소화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버스의 정시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권 광역철도 승객은, 사전에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역에 도착하면 시내버스를 바로 갈아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특히 수요가 더욱 적은 시외 지역의 광역철도역에서는 승객의 요청에 따라 버스를 운행시키는 DRT(Demand Responsive Transit: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출발역 승강장이나 차량 내부에서 단말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도착역에 DRT교통수단을 호출하여, 역에 도착하면 바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광역철도를 타고 더 많은 곳을 갈 수 있게 되어, 이용객을 늘릴 수 있다. 연계교통수단이 부실하면 광역철도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져서, 결국 자가용을 탈 수 밖에 없게 된다.

 

 

수도권에 광역철도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74815일이었다. 특기할 것은 이날 서울지하철도 개통되어 동시에 연계운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광역철도는 서울 및 수도권의 발전과 확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수도권 전철개통당시 모습/서울시 


한편 부산에서는 동해선 광역철도가 20161230일에 개통되었다. 이는 부산지하철 개통(1985)보다 31년이나 늦은 것이니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구권 광역철도는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데, 역시 대구지하철 개통(1997)보다 26년 늦게 개통되는 것이다.

 

하지만 늦은 만큼 여러 보완책을 시행한다면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크다. 특히 철도기술과 IT기술이 발전한 만큼 신기술의 도입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권의 낮은 인구밀도 때문에 떨어질 수 있는 수요와 수송 효율을 신기술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

 

당장 대구권 광역철도에는 21편성 전동차가 도입 예정이라, 단편성 전동차 기술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지방권 광역철도 도입이 우리나라 철도기술 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기술들을 바탕으로 향후 저개발국 철도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사실 수도권 같은 규모의 철도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아 수도권의 시스템을 들고 그대로 해외에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지방에서 적은 규모의 시스템 기술을 성숙시켜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방권 광역철도는 지방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으로서 기대가 크다. 짓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은 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지방권 광역철도 사업 추진에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모든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편리하고, 안전하며, 지방 발전에 도움을 주는 광역철도를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참고문헌]

1. 한우진, "지방 대도시권 광역전철 구축 전략", 한국철도학회 2003년 춘계학술대회, (2003.5)

2. 문순경, “수도권 전철의 국철, 서울시철의 공용 노선에 얽힌 사연”, ()한국철도시설협회 협회지 철도시설’ 107(2008.10)

https://cafe.daum.net/kicha/ANj/4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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