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살게 하는 것일까?
화들짝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처럼,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처럼,
바람 앞에 떨고 있는 낙엽처럼,
그렇게 잠깐 머물다 그렇게 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인 것을 알아차리는 이 몇이나 될까.
텅 빈 허공 속을 뛰어다니며
모으고 움켜쥐고 소리 지르며 싸우고 미워하지만
이 세상 모두 환영(幻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이 몇이나 될까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죽음을 향해 질주하다가 어느 날 문득
허공에 새털처럼 떨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 몇이나 될까
욕심을 내면 낼수록 힘겨워지고
쌓으면 쌓을수록 무거워지는 삶.
무소유의 삶으로
가볍게 머물다가 홀연히 떠나가는 것이
기쁜 삶이란 것을 알고 있는 이 몇이나 될까.
능행 스님<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 않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