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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지하철 노인무임승차를 둘러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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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UN에서는 인구의 7%65세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7년에는 고령사회가 되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어르신 교통카드 ©서울시

 

이렇게 인구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달라지지 않은 게 바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다. 우리나라의 도시철도는 1984년부터 65세 이상 승객에 대해 전면적으로 무임수송을 실시했다. 그동안 도시철도 요금이 꾸준히 오르고, 마분지식 승차권, 자기띠(magnetic stripe)승차권, RF방식의 선후불 교통카드 식으로 승차권도 바뀌어 왔지만, 노인 무임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도시철도 회사들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승객을 태웠지만 운임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3.8%에 불과하였지만, 올해는 15.7%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 6개 도시철도 회사가 무임승차로 인해 발생한 운수수입 손실은 6000억 원이라고 한다.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은 이미 충분하니 따로 논하지는 않는다. 대신 살펴보고 싶은 것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에 대한 입장차이다. 구체적으로는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일반 시민들 간에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도시철도 운영회사들은 그동안 노임 무임수송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계속 요구해왔다. 노인 무임수송이 보건복지부 관할의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승객 수요가 줄어들었고 방역비용까지 늘어난 상태라 도시철도 회사들의 재정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적자를 1조원으로 예상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 각 도시철도 회사들의 노인 무임수송 금액 보전 요구도 점차 거세어지고 있다. 지난 66개 도시의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대표자들은 노인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6개 도시철도 회사 사장들은 지난 105일 서울역에서 다시 모여 회의를 열고, 정부 지원 없는 무임수송 제도의 문제점을 시민 대상으로 적극 알리기로 하였다.

 

이렇듯 도시철도 회사들이 노인 무임수송 비용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지역이 따로 없고, 노사가 따로 없이 한마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도시철도 회사들이 정부에 노인무임수송에 대한 요구를 했다는 기사가 뜨기만 하면 그 밑에 달리는 댓글은 이에 대해 찬성을 하거나 응원을 하는 게 아니다. 바로 노인들에게도 요금을 받으라는 글이 달린다.

 

그러면 도시철도 회사들은 왜 노인들에게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실제로 노인복지법 26조는 강행규정도 아니다. 법령에는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이용하게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지,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이용하게 해야 한다가 아니다. 돈을 받으려고만 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근거법률 현황 ©서울시

 

첫 번째는 도시철도 회사들이 선출직 정치인인 시장과 시의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철도 회사 사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예산도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조적으로 시장과 시의회가 싫어하는 일은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일본식으로 말하면 손타쿠(忖度)라고 할 수 있다. 시장과 시의회가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았더라도, 싫어할 것 같은 일은 알아서 하지 않는 것이다.

 

유임 승객인 시민들은 노인들에게도 운임을 받으라고 말하는데, 정치인들은 무임 승객들의 표가 떨어질까 봐 돈을 받기 싫어한다. 도시철도 회사들은 다수의 시민보다는 소수의 정치인을 쳐다보면서 무임승객에게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도시철도 회사는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두 번째는 돈을 받았을 때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 즉 지금 100명의 노인이 도시철도를 이용한다면 100원의 요금을 받기 시작할 때 노인 승객은 50명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수입은 5천원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도시철도 회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보다, 지금 노인 100명이 이용한다면서 정부에 1만원을 요구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물론 정부도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전액을 내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운영하는 광역철도는 현재 정부로부터 무임수송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 비율은 50~60% 수준이다. 광역철도가 노인들에게 돈을 받기 시작하면 40~50%는 더 이상 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도시철도 회사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그냥 보전이라고만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60%정도의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들에게 돈을 받기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을 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돈을 안내고 이용하던 승객들이 돈을 내야한다면 곳곳에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승객뿐만 아니라 노인 승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업주들의 반발도 있을 것이다.

 

특히 1호선 제기동역처럼 무임승객 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아마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하철 보안관 집중 배치, 역무원 증원, 경찰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밖에도 모든 역에서 부정승차 증가, 역무원들과의 마찰과 충돌 확대 등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사법권이 전혀 없어 시민들에게 맞으면서 사는 역무원들인데 이런 상황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여러 명의 무임승객들을 상대하느니 그냥 1(?)의 정부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게 쉬운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권으로 개집표기를 통과하면 빨간색이 점등된다©한우진

 

 

하지만 이렇게 유임승객과 도시철도 회사가 생각하는 게 다르면 문제가 크다. 도시철도 회사가 아무리 정부에 노임 무임수송 지원을 요구해도, 유임승객들이 여기에 공감하지 않으면 도시철도 회사의 주장에 설득력이 생기지가 않는다.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시민 지지도 받지 못하는 도시철도 회사 주장을 정부가 무서워할 리가 없다.

 

결국 무임수송 손실 지원을 원하는 도시철도 운영사들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도시철도 운영사들이 아래 것들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도시철도 무임수송이 왜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유임승객, 특히 젊은 층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도시철도 회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2019년도 공동건의문 )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노인, 장애인, 유공자분들의 이동권을 보장하여 건강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혜자 개인인 물론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큰 사회적 편익을 발생시키므로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전국 도시철도운영 지자체장 2019년 공동건의문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유임승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고,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공감하지 못하는 승객들도 많다. 수치에 기반을 둔 좀 더 구체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어려운 노인들도 많겠지만 어려운 젊은 층도 많다’, ‘이동권을 보장한다면서 왜 버스는 무임이 아닌지도 설명이 안 된다’, ‘유임승객들이 내는 운임 속에 무임승객을 지원하는 금액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알고 싶다등등 유임승객들의 반론과 의문은 많다.

 

따라서 도시철도 운영사는 노인 무임승차를 유지하면 어떤 사회적 이익과 개인적 부담이 있을 수 있는지를 소상하게 밝히고, 논리를 세워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를 유임승객에게 친절하게 알려야 한다.

 

도시철도 회사는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유임승객의 협력을 먼저 얻어야 한다. 이 같은 설득을 통해 유임승객, 무임승객, 도시철도 회사가 원팀이 되어 정부에 지원 요구를 해도 실현이 될까 말까한 상황이다. 유임승객이 알아서 이해해 주겠거니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

 

둘째로 도시철도 회사들은 유임승객들이 노인들에게 운임을 받으라고 말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노임 무임승차 글이 인터넷에 실리기만 하면 노인들에게 운임을 받으라는 댓글들이 달리는데, 도시철도 회사들은 이 댓글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이 같은 유임승객들의 반응에는 대체적으로 노인 혐오가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철도 이용 중 노인들이 대체적으로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무질서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부터 이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이다. 에티켓뿐만 아니라, 자리 양보에 대한 실랑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작게는 눈치주기부터 크게는 폭행 같은 범죄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철도가 노인들에게 운임을 받기 시작하면 노인 승객들이 줄어들 테니, 평소부터 노인들에게 시달리던 젊은 층들이 운임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는 꼭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기보다 그냥 노인들이 얄미워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같이 무임으로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노인들에 대한 혐오가 남아있는 이상, 젊은 층들이 노인 무임 수송을 유지하고 정부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도시철도 회사들에게 순순히 찬성을 해줄 리가 없는 것이다.

 

도시철도 회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서 필자는 도시철도 회사들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에티켓 준수 캠페인을 벌이도록 하고, 노인들의 행패에 대해서 유임승객들을 보호하는 활동도 더욱 폭넓게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노인 승객과 관계된 자리다툼, 새치기, 폭행 등에 대해 도시철도 운영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다행히도 현재 노인들의 도시철도 내 무례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도시철도 운영사들이 이러한 노인들과 협력하여 각종 활동을 벌이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지하철 전철 이용실천약속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엄지꼼지님 촬영)

 

이러한 활동이 실제적으로 노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신 젊은 층들의 마음을 얻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도시철도 노임 무임 수송 정부지원 요구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철도 회사는 정부지원이 실현될 경우, 이후의 계획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다. 뭔가를 요구할 때는 뭔가를 내놓기도 해야 한다. 물론 도시철도 회사의 억울함은 이해가 된다. 정부 정책에 의해 원치 않게 시작된 노인 무임 수송이니, 이제는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들은 손해만 보아 왔는데 뭘 내놓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도시철도 노인 무임 수송 덕분에 지방정부(지자체장)가 정치적 이익을 얻어온 것도 무시하면 안 된다. 형태가 어떻든 지자체가 얻어간 것도 분명히 있다.

 

노인 무임수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이것을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도시철도 회사에서는 무임수송 비용보전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로 안전 투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보전을 받으면 안전이 어떻게 더 좋아진다는 것인지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

 

또한 지원을 받으면 서비스는 어떻게 개선할지, 조직은 어떻게 효율화할지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도시철도 회사 입장에서는 원래 받아야할 것을 받은 것뿐인데, 이런 것을 왜 밝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 생각은 그렇지 않다.

 

만약 지원을 받아서 상당수를 인건비로 써버린다면 분위기는 나빠질 것이다. 그야말로 평소 무임 혜택을 받던 승객들이 주장하던 방만 경영을 인정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도시철도의 노인 무임승차는 찬반양론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취지의 제도인 것은 맞을 것이다. 도시철도 회사가 제도의 존치를 전제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필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유임 승객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시철도 운영사들은 정부지원만 요구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다.

 

유임승객도 분명한 이해관계자인데 이들을 그냥 두고, 지원만 요구하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운영사들은 유임승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화가 나 있는지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단계적으로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비용 시민토론회 행사 포스터 ©전국도시철도운영기관협의회

 

마침 오는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비용 시민토론회가 열린다고 한다. 주로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왜 일부 승객들이 이 같은 정부 지원 대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임을 받는 것을 원하고 있는 지에서도 진지하게 논의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무작정 정부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는 도시철도 운영사들의 전략이 좀 더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유임 승객, 무임 승객, 운영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도출한 후에 정부와 상대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덮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승객들 간의 갈등을 방치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바쁘면 돌아가라는 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1. 통계청 보도자료, “2020 고령자 통계”, 2020.9.28.

2. 김승섭 기자, [파워인터뷰] 이은기 서울교통공사 기획처장, 철도경제, 2020.10.26

3.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지하철, 전철 이용 실천 약속”,

촬영: 엄지꼼지님 http://cafe.daum.net/kicha/ANl/28815

4. 서울시 보도자료,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 6개 지자체가 공동대응

https://news.seoul.go.kr/traffic/archives/500920

5. 한우진, 노인무임승차 논란, 쟁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내손안에 서울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84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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