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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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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같은 삶




여름 끝 태풍의 계절이 왔다


강이 넘칠 정도로 비가 쏟아지고, 나무가 뽑히고

거대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만큼 강한 바람이 분다

이​로 인해 집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다

모든 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물이지만 도리어 앗아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태풍을 두려워하고 나아가 태풍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태풍이 없다면 적도는 훨씬 더워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의 육지는 지금보다 추워진다,


태풍은 

태평양의 넘치는 열을 북쪽으로 나르는 열(熱) 배달부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구는 왜 태풍같이 과격한 방식으로 열을 나눌까?

답은 지구가 공처럼 둥글게 생겨서다


적도에 사는 사람은 

내내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강한 태양빛을 받고,

북극권이나 남극권에 사는 사람은 지평선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태양을 보며 산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적도의 육지와 바다는 뜨겁게 달구어져 그 열기로 공기를 데운다

반면 북극권은 태양 에너지를 충분히 받지 못해 늘 얼어있고

공기 역시 차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지구의 열 수지가 맞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대로 두면 적도는 열이 넘쳐나서 한없이 더워지고,

북극과 남극은 끝없이 추워진다

지구는 열 수지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태풍이다

태풍은 태양빛을 듬뿍 받은 적도 근처 바다 위에서 태어난다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뭉쳐 뭉게구름이 생겨나고

이 구름은 회오리치며 위로 솟는다

즉 아기 태풍이다


성장기 인간이 그러하듯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를 먹고 또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수증기 섞인 공기가 저기압인 태풍 쪽으로 마구 몰려오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태풍이 바다 위에서 생겨나는 구름을 쭉쭉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진공청소기처럼 말이다.


세간에 떠도는 말 중에

씹지도 않고 마구 먹어대는 모습을 일컫는 "폭풍 흡입"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처럼 기상현상과 맞아떨어지는 말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태풍이 자라는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일까?


태평양의 열기를 구름의 형태로 한껏 품은 태풍은 

평균 높이 15 킬로미터, 너비는 수백 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게 자란다

만약 태풍에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그렇듯 태풍 역시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태풍은 바람에 떠밀려 북쪽으로 향한다

태평양에 있으면 언제라도 따뜻한 수증기를 먹고 자랄 수 있지만

바람은 태풍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북으로 갈수록 바다의 온도는 내려가고 태풍이 흡수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급기야 태풍은 춥고 메마른 육지에 올라선다

그곳에는 열기도 수증기도 없다


이제 태풍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비를 뿌리는 것이다

태풍은 거센 바람과 함께 태평양에서 품고 온 에너지를 육지에 내려놓는다

이윽고 비를 다 뿌리면 임무를 마친 구름 덩어리 태풍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덕에 적도는 더 더워지지 않고, 북쪽은 더 추워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태풍의 임무는

열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열 덩어리가 되어 묵묵히 일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풍의 거칠고 무서운 면에 주목하지만,

태풍의 본질은 자신을 소멸시키면서까지 뜻하는 바를 이루는 데에 있다.


이처럼 완벽한 살신성인이 있을까?




이지유 작가, <좋은 생각 2020,9월 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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