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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대광위 ‘광역교통 2030’에 바란다

: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지난 1031일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향후 10년간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정책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광역교통 2030’을 발표하였다

 

                                                  국토교통부/광역교통비전 2030 카드


작년 12월과 지난 53기 신도시 지정 발표 후 기존 2기 신도시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들끓어 오르자, 국토교통부는 대광위를 통해 광역교통계획을 발표하겠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당초 5월에 준비를 시작하여, 6-7월에 지자체들과 회의를 하고 8월에 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지연되어 결국 10월 마지막 날에야 발표가 이루어졌다.

 

본 계획은 광역거점간 통행시간 30분대로 단축”, “통행비용 최대 30% 절감”, “환승시간 30% 감소라는 3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1) 세계적 수준의 급행 광역교통망 구축, (2) 버스, 환승 편의증진 및 공공성 강화, (3) 광역교통 운영관리 제도 혁신, (4) 혼잡, 공해 걱정 없는 미래교통 구현이라는 4대 중점과제와 권역별 구상을 담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광역교통 2030에 대해 짚고 넘어갈 부분과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간략히 논하고자 한다.

 

첫째로 효율적인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해서는 철도망간의 위계질서 구축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광역철도는 매우 부족했다. 도쿄 등의 외국 대도시권에 비하면 도시 내 지하철망은 상당한 수준인데,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의 노선길이가 짧고 표정속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다.

 

그래서 90년대부터 3대 신규 광역철도인 일산선, 분당선, 과천선과 5대 기존선 개량 광역철도인 중앙선, 경의선, 경원선, 경춘선, 수인선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이밖에도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도 꾸준히 진행되어 7호선 연장이 개통되었고, 4, 5, 8호선 연장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광역철도들이 서울지하철의 운행체계를 답습해왔다는 점이다. 노선은 길어지는데 통근형 입석 차량과 완행운행만 고집해왔다. 서울지하철 9호선처럼 처음부터 급행열차를 운행할 계획 자체가 없었다. 이동성이 더욱 필요한 광역철도가 도시철도만도 못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결국 국민->정치권->국토교통부->코레일의 순서로 전철 속도 향상을 원하는 민의가 전달되며 일부 노선에 차츰 급행열차 운행이 시작되어 왔지만, 양과 질 측면에서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광역철도의 하향평준화는 광역버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었고, 수송력이 적은 광역버스가 오히려 높은 이동성을 갖고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중심 역할을 하는 기이한 모습이 되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한편 이번 광역교통 2030’계획의 특징 중의 하나는 굉장히 많은 철도노선들이 계획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재 공사 중인 노선은 물론이고 그동안 구상 단계에 머물렀던 노선들까지 수많은 철도노선들이 계획에 포함되었다. 오죽하면 이번 계획은 지나치게 토목적인 계획이 아닌가, 예산을 확보할 방법은 있는가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꼭 필요한 노선이야 추진을 해야겠지만, 여기서 필자가 아쉬운 부분은 노선들이 나열만 되어 있을 뿐 노선간 위계질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교통이란 이동성과 접근성 기능이 있으며, 둘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고속도로는 빠른 속도로 인해 이동성이 높지만, 진출입로가 적어 접근성이 낮다. 반대로 동네도로(국지도로)는 속도가 느려 이동성이 낮지만, 접근성이 높다. 그래서 도로의 위계질서에서 고속도로는 최상위에 있고, 국지도로는 최하위에 있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하향 평준화된 광역철도 시대와 달리, 2020년대의 광역철도망은 본격적인 위계질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과거의 비슷비슷한 광역철도만 있던 시절과 달리, 다양한 특성을 갖춘 노선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GTX 노선도


우선 향후 개통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광역철도망 위계질서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노선이 된다. 표정속도가 빨라 이동성이 높고, 역이 적어 접근성이 낮다. 반대로 경전철 차량을 사용하는 짧은 노선들은 이동성은 낮지만 접근성이 높아 위계질서의 아래쪽에 있다. ‘광역교통 2030’에 포함된 노선의 경우, 위례신사선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같은 신규 광역철도라도 중전철 차량을 쓰는 노선과 경전철 차량을 쓰는 노선(: 고양선, 인천2호선 대공원 연장) 등이 따로 있다. 도시철도 직결형도 있고(별내선), 순수 광역철도형도 있다(신분당선 용산연장)

 

이들은 수송력과 표정속도, 운전시격, 역간거리 등이 제각각이므로 뭉뚱그려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 대신 이들 노선들의 특성을 정리하여 그 위계질서를 사전에 정해두어야 좀 더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처럼 단순 나열식으로 배치하면 각 노선의 기능적 역할 분담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봉은사역-삼성역 사이 영동대로 지하에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의 경우, GTX 승강장보다 위례신사선 승강장이 하층에 위치하고 있다. 교통의 위계질서를 생각해보면 이는 잘못된 배치다. 이동성이 낮지만 접근성이 더 높은 교통수단을 지상과 가까운 상층에 두는 것이 올바르다.

 

복정역에서 도시철도인 8호선이 상층, 광역철도인 분당선이 하층에 있는 것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Market St.)에서 도시철도인 뮤니(MUNI)메트로가 상층, 광역철도인 바트(BART)가 하층에 있는 것도 이동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위계질서에 따른 배치인 것이다.

 

노선이 많아질수록 환승역이 늘어나고, 때로는 합류-분기나 직결운행을 하는 경우도 생길텐데, 여러 노선들 간에 대해 위계질서를 마련해두는 것은 설계지침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효율적인 광역철도망 구축에 도움을 준다.

 

이를 무시할 경우, 다 짓고나서도 크게 보면 좋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불편한 점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철도망이 되고 만다.

 

 

둘째로는 수도권 순환 철도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수도권 철도망계획

 

이번 광역교통 2030’ 계획에는 아쉽게도 수도권 순환철도망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대신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망조기 완성 항목이 들어있다. 아무래도 10년 단위 계획인 만큼, 2030년까지 순환철도망을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도로에 먼저 집중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당장 순환철도망을 구축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은 미리 준비해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순환철도망이 단일 노선이 아니라 여러 노선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준비 없이 관련 노선을 지어버리면 나중에 효율적인 순환철도망 전구간 구축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수도권 순환철도망


예를 들어 이미 수도권에는 순환철도망을 구성하는 노선들이 운행 중이거나 공사 중에 있다. 서해선(소사-초지), 수인선(초지-한대앞), 분당선(수원-복정) 등이 이미 운행 중이고, 대곡소사선(대곡-소사), 수인선(한대앞-수원) 등이 공사 중이다.

 

하지만 현재 초지역에서는 서해선과 안산선이 직결이 원활하지 않으며, 복정역에서 분당선과 8호선을 직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교통공사/8호선 추가역(우남역) 조감도

 

이런 상황에서 광역교통 2030’ 계획에는 별내선 연장, 고양선 등 순환선의 기능을 가진 노선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는 만큼, 향후 수도권 순환전철망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영향을 평가하여 추진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의 2기 지하철(5~8호선) 건설 당시 향후 3기 지하철의 노선망을 미리 고려하여 설계함으로서, 5-9호선 여의도역같이 건설과 운영에 효율을 얻은 사례가 있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수요 등을 고려하면 순환망 사업은 방사망 사업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따라서 우선적으로 방사망 건설시 향후 순환망 노선을 충분히 고려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나중에 순환망 건설과 운영에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 도입될 신교통수단들과 기존 철도망과의 밀도있는 연계가 필요하다.

 

                                                wikimedia/독일 카젤의 트램트레인


이번 광역교통 2030’ 계획에서는 트램-트레인, S-BRT등 여러 신교통 계획이 등장하여 깊은 인상을 주었다.

 

트램트레인은 기존 철도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절감형 교통수단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환승저항없이 도심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의 광주선을 도시철도로 활용할 경우, 기존 대형 전동차 시스템에서는 도심지 연결이 어렵다. 하지만 트램트레인을 사용한다면 동운고가도로에서 죽봉대로에 진입하여 광주버스터미널까지 무환승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발표 당일 최기주 위원장이 고양선의 트램트레인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교외선 운행 재개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트램으로 비용을 절감한 만큼 식사지구로의 노선 연장도 가능한 부분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광저우시/광저우 BRT

 

그 외에도 그동안 우리나라 BRT의 서비스 수준이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극복하려는 S-BRT, S-BRT 보다도 높은 등급의 고속 BTX(Bus Transit eXpress), 2층 전기버스 등의 신형차량 등도 기대가 크다.

 

다만 이들 신형 시스템이 등장함에 따라 기존 철도망과 보다 밀도 있는 연계 운행과 환승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계획에서 밝힌 대로 친환경 버스가 대거 도입된다면, 대기오염이 없는 점을 활용하여 지하로 진입시켜 지하철 승강장에 버스를 정차시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서울시/강남권 복합환승센터

 

즉 광역철도+버스 환승역을 쌍섬식 승강장으로 만들고 내선에서 전철, 외선에서 친환경 버스를 운행하여 평면환승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지하에 환승센터가 들어온 사례는 있으나 (잠실역, 광교중앙역) 아직 승강장 맞은편 환승까지 구현된 사례는 없다. S-BRT와 친환경차량처럼 차량과 시스템만 고급화할 것이 아니라, 환승체계 자체와 동선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트램의 경우 그 경량성을 활용하여 기존 철도와 최대한 가깝게 붙여 환승동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지하철 8호선 추가역(구 우남역)의 경우, 위례 트램과의 통합역으로 건설되지 않고 수십m나 떨어져 있는 헌릉로 건너편에 트램 종점이 지어지고 있어서 필자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위례 트램이 이번 계획에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이런 환승체계 개선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이왕 이번 계획에 다양한 신교통수단 도입을 선언한 만큼, 단순히 노선 하나를 추가하고 끝내는 신교통이 아니라 교통체계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신교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광역교통 2030’ 계획에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공유형 퍼스널 모빌리티, 광역교통 특별대책지구, 정기권 도입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여러 구상들이 담겨있어 신선했다. 이번 계획이 단지 총선용 건설 공약의 나열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고 교통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단기간에 실현할 수 있는 이 같은 운영 중심의 공약들도 조기에 충실히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 기술의 도입과 서비스의 다양화가 실현의 핵심이다.

 

이번 계획은 3월 출범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의 첫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교통 문제는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정작 지자체는 3개로 나누어져 있어 정책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따라 결국 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사실 지역의 교통문제에 중앙정부기관이 나서는 것은 지방분권 측면에서 꼭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도권 교통 문제가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불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해는 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홈페이지

 

본 계획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다양한 법정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추진절차를 진행하려면 갈 길이 멀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민원들도 눈에 선하다.

 

수도권 교통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광역권 발전에 비해 철도망이 부실했기에 근본체력이 허약한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노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광역교통 2030’을 발표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이 어려운 역할을 맡아 충분한 성과를 내어주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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