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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지하철 문화와 철도동호인

: 한우진 (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모니터 , 미래철도 DB 운영자 , 교통평론가 )


철도동호인이란 , 말뜻 그대로 철도 자체가 좋은 사람들이다 .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는 일반인들에게 교통수단일 뿐이고 , 업무종사자들에게는 직장일 뿐인데 , 어떻게 철도 자체가 좋을 수 있을까라고 궁금할 수 있다 . 하지만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듯이 ,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개인의 기호이며 ,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상할 것은 없다 .


일반인들은 철도를 수단 으로 활용하지만 , 철도동호인들에게는 철도 자체가 목적 이다 . 철도동호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철도를 즐기고 있다 . 대표적으로 철도사진 , 철도모형 , 철도차량연구 , 철도시각표연구 , 철도물품 수집 및 제작 ( 노선도 , 승차권 , 기념품 등 ), 철도답사 ( 폐선 , 간이역 , 전 구간 승차 등 ), 철도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있다 . 이중에서 철도모형이나 철도수집 등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워 널리 알려진 편에 속한다 .


우리나라의 온라인 철도동호회는 90 년대 PC 통신 시절 당시 철도청 ( 현 한국철도공사 ) 에서 개설한 민원게시판에 동호인들이 모여든 것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 PC 통신은 전화선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 접속하는 글자 중심의 통신망으로 , 이 시절 PC 통신에 철도와 지하철 분야의 모임들이 운영되었다 .


이후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철도분야 개인 홈페이지 개설 , 포탈사이트 카페에 철도동호회 개설 , 철도분야 개인 블로그 증가 등으로 발전해왔다 . 그리고 현재는 페이스북 같은 각종 SNS 를 통해 다양한 철도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


현재 철도동호인들은 자신의 블로그와 SNS 및 철도동호회 카페 등에 자신이 찍은 희귀한 차량이나 간이역의 사진을 올리거나 새로 나온 철도차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 또한 철도모형 활동을 함께 하고 , 전시회를 열기도 하는 등 개인과 단체 차원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


철도동호인과 철도 운영기관의 협력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도 있었다 . 우선 철도동호인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어리고 조직화가 덜 되어 있다는 점이다 . 철도를 좋아하던 어린이나 학생들도 나이가 들면 학업이나 생업에 치여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포탈사이트에 카페가 운영되었지만 영향력도 부족했다 .


또한 대부분의 철도운영사들이 공기업이다 보니 ,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철도문화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려웠다 . 또한 일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주기적으로 사장이 바뀌고 담당자도 순환근무로 바뀌다보니 지속성이 부족했다 . 그 때문에 지금까지의 철도운영사들의 철도문화 관련 사업은 단발성 및 이벤트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예를 들어
2005 년에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철도여행커뮤니티 바이트레인 과 손잡고 7 호선 숭실대입구역에서 철도게임축제를 연 적이 있었다 . 이색적인 행사였고 반응도 좋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나서 아쉬웠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 수도권 광역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에서는 철도동호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명예기자단을 장기간 운영하여 자사의 SNS 홍보에 활용하고 있으며 , 옛 서울역에서는 철도모형전시가 포함된 철도문화체험전을 2 회까지 열기도 하였다 .

간혹 특정한 분야에 편집적 자료수집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의 철도동호회 문화는 발전적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 노력은 천재를 , 천재는 즐기는 자를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 철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매진하는 철도동호인들은 개인의 취미활동이라는 차원을 넘어 운영기관의 입장에서도 철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충성도가 높은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

철도동호인들의 문화도 점차 성숙해지면서 일부 철도동호인 단체들이 철도운영회사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를 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 함께 이벤트를 구상하거나 협약을 맺는 등의 활동이 그 예이다 .


실제로 지난
2 월과 6 월에는 7 호선 반포역에서 지하철 종이모형 접기 행사가 열렸다 .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문화단체인 레일플래닛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러한 행사가 자주 개최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


서울교통공사
덕후역 대합실 에 거는 기대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7 호선 반포역 지하 1 층에 지하철 ( 철도 ) 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름은 덕후역 대합실 이다 .

덕후란 오덕후 의 약자이며 , 오덕후란 일본어 오타쿠 ( ( おたく )) 를 우리말식으로 읽은 단어다 . 오타쿠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가 모두 담겨 있지만 , 긍정적으로 쓰일 때는 어느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가 이상의 흥미와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 영어로는 마니아 (mania) 라고도 한다 . 흔히 특정 분야에 오덕후의 줄임말인 을 결합하여 쓰는데 철도동호인을 철덕 ( 철도 + 오덕후 )’ 으로 부른다 .

그동안 우리나라 철도운영기관들은 철도동호인들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많은 협력을 하지는 못했다 . 철도동호인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활동해 온 것이 원인이기도 했다 . 하지만 , 이번에 서울교통공사가 반포역에 실제적인 소통 공간을 마련하면서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동호인들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 기대된다 .


반포역 덕후역 대합실에는 우선 서울교통공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철도모형과 철도동호인들이 제작한 종이철도모형을 함께 전시하여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 이밖에도 각종 철도수집품 들의 전시공간 , 철도동호인들을 위한 모임 , 회의 , 독서 공간 , 포토존 등이 설치되어 철도동호 활동을 지원한다 . 아울러 덕후역 대합실의 운영은 철도동호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이루어질 예정이며 , 이에 따라 앞으로 공사와 동호인간의 더욱 다양한 협력이 예상된다 .


특히 현재 반포역에는 현존 서울지하철 박물관 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안전체험 · 홍보관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과의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다 . 예를 들어 홍보관에서 각종 전시물을 통해 지하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 체험관에서 열차운전 시뮬레이터로 일일 기관사가 되어보며 , 덕후역 대합실에서 종이철도모형을 만들어 보는 식으로 지하철 체험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서울지하철 발전과 함께하는 철도문화 발전

 

현대는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드라마와 음악이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듯이 , 우리의 우수한 지하철도 문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 . 예를 들어 외국 선진국의 철도에는 해당 지하철 등을 주제로 한 기념품들이 많다 .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서울지하철에 깊은 감명을 받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가지고 갈 기념품이 없는 게 현실이다 .


현재 서울지하철은 우수한 서비스로 세계인의 칭송을 받고 있지만 , 스스로를 알리기 위한 노력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 남에게 자신을 알리려면 단순한 홍보물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 더 세련된 방법은 문화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


또한 철도 시뮬레이션 게임은 항공 시뮬레이션보다는 적지만 더불어 꾸준한 수요가 있는 분야인데도 세계 게임시장에서 우리나라 철도를 찾아볼 수가 없다 . 철도운영사에서 우리나라 철도가 등장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만 제공하면 홍보 효과도 크고 , 수입도 올릴 수 있는데 아쉬운 일이다 . 따라서 철도운영사들이 이 같이 분야가 확장된 철도문화 분야에 익숙한 철도동호인들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좀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세계의 철도강국들은 예외 없이 철도문화의 강국이다 . 유럽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 미국조차도 화물철도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대국이다 . 이들 나라에는 모두 수많은 철도동호인들이 존재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활동하면서 많은 성과물을 내고 있다 . 이들의 활동은 일반인들이 철도를 친숙하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 . 그리고 이는 다시 철도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그 나라 철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


우리나라의 지하철도 지금까지는 좋은 성과를 보여 왔지만 , 앞으로의 문화산업 시대와 거버넌스 시대에 발맞추려면 철도문화의 육성은 필연적인 일이다 . 그런 점에서 서울교통공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철도문화 육성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 앞으로도 1 회성 행사나 정책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 그리고 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동호인이 동반 성장을 이루고 , 이것이 우리나라 지하철 발전에 도움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 ( )


출처 : 서울교통공사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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