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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철도

철도의 효율성과 공공성 제고 방안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제93회 국회철도정책 세미나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철도의 공공성 강화방안" 행사 포스터


지난 61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국회의원의 주최와 한국철도건설협회의 주관으로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철도의 공공성 강화방안이라는 제목의 철도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울시립대 박동주 교수의 포용적 교통실현을 위한 철도의 역할과 한국교통연구원 김훈 본부장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철도부문 예비타당성조사 개선방안2건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박동주 교수에 따르면 포용적 교통이란 국민 모두가 어디서나 기본적인 통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는 현 세대의 교통약자, 저소득층, 지방거주자, 대중교통 소외지역 거주자와 미래 세대 모두를 아우른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심해지는데다가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용적 교통을 실현하기 위해 철도의 역할의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포용적 교통실현을 위한 철도정책의 목표로 효율성과 공공성을 제시하며, 아래 7개를 추진 목표와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1.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구축

2. 표정속도 향상

3. 수단연계 강화

4. 지역개발과 연계

5. 최저한도 이상의 서비스 제공

6. 교통약자 배려

7. 소외지역 배려

 

행사에서는 상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으며, 방청객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철도의 효율성과 공공성 제고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대규모 공사를 필용로 하는 고속철도

 

첫째는 장거리 대규모 철도 건설 외에 원포인트 형태의 소규모 철도 개량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철도 건설 사업은 중후장대(重厚長大)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대규모 고속철도, 아예 새 노선을 짓다시피 하는 기존선 개량, 고심도 고속 광역급행철도 GTX 등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사업에만 관심이 쏠리고 예산이 쓰이다보니 정작 소규모 사업들은 관심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규모는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개선 사업들이 많이 존재한다. 청량리-망우 구간의 병목 해소라든지, 중앙선과 경춘선의 입체교차화, 효율적인 완급결합을 위한 소요시간 단축용 특정 구간의 선형 개량, 급행열차 운행을 위한 대피선 신설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이런 사업들은 사업이 시행되는 곳과 혜택을 보는 곳이 달라서 경제성도 불리하게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김훈 본부장 발표) 예를 들어 청량리-망우 구간의 복복선 사업이라면, 공사는 서울시 안에서 하지만 이에 따른 열차 증편 혜택은 춘천이나 강원도에서 보는 식이다.

 

또한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공사에만 주로 참여해왔기에, 기존선이 운행되는 상태에서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개량 사업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곳은 기존선 운행 때문에 공사 시간 확보가 어려워 공기(工期)가 길어지고, 도시 내에서 시행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공사에 까다로운 점이 많아 비용도 늘어난다. 결국 말로는 저비용 고효율이라지만, 효과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서 비용까지 크니 경제성이 떨어지고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든 것이다.

 

해당 구간 이용 승객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곳만 우선 고치면 편해질 텐데, 정작 철도 투자는 수요가 불확실한 한적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보니 불만이 크다.

 

도로에서는 TSM(교통체계개선)이라고 하여, 대규모 도로를 짓지 않고 교차로 개량, 신호 개량, 이면도로 정비 등 취약지점을 중심으로 소규모 개량을 시행하는 대안적 교통개선 사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철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특정 취약 구간이나 병목 구간을 효율적으로 개량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같은 원포인트 철도 개량을 저비용과 짧은 공기로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경험을 축적시켜야 한다.

 

이 같은 기술과 경험이 쌓이면 향후 SOC예산이 줄어들고, 도시의 낡은 인프라 개량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수요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요가 보장되어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라 파급 효과도 크다.

 

 

두 번째로 철도의 환승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15년이 지났다. 또한 250km/h급의 새로운 고속열차까지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빠른 철도와 느린 철도의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 모든 곳을 철도가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대체로 거점역에서 주변 도시로 가는 데는 시외버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선 철도가 남아 있다면 연계 수송에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철도-버스 환승보다 철도-철도 환승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철도에서 버스로 환승하려면 일단 역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나마 역과 버스터미널이 떨어진 곳이 많아 환승이 더욱 불편하다. (: 대전역)

 

하지만 철도는 역 밖으로 나오지 않고 환승이 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철도 운영사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코레일/경부선과 대구선의 환승역인 동대구역

 

우선 환승 열차는 가급적 같은 플랫폼 맞은편에 동시에 정차시켜 평면환승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양방향 모두 평면환승이 어렵다면, ()방향 보다는 승객이 많은 중()방향 쪽에서 평면환승이 되도록 한다.

 

환승 승차권을 동시 발매 할 때는 승강장 안에서도 길게 걷지 않도록 서로 마주보는 비슷한 위치의 열차 칸의 좌석이 발매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실제로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에서는 장항선 환승승차권을 발매할 때 환승통로가 있는 남쪽 끝 칸의 좌석이 우선 발매된다.

 

아울러 지선 열차는 단편성 열차를 자주 운행시키고 간선 열차와의 환승을 규칙화시켜, 일단 해당 거점 역에 가기만 하면 반드시 환승열차를 탈 수 있다는 확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총통행시간 단축을 위해 환승시간을 최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열차의 정시성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정시성 개선을 위해서는 열차시각표를 현실화하고 관제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한편 승하차 시간 지연 방지를 위해 차량의 출입문 개수 늘리기, 문 폭 넓히기, 고상홈 설치 등이 시행될 수 있다.

 

그리고 철도 환승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승역에서의 즐길 거리를 더 늘려야 한다.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을 줄이려면 환승시간을 줄여야 하므로, 결국 대합실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승강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전 대전역 가락국수가 유명했듯이 이제는 대전역 승강장에서 튀김소보로 빵을 팔수도 있는 것이다.

 

철도의 환승이 귀찮고 불편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비행기의 스톱오버 여행처럼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본의 에키벤이 각 역의 개성을 담고 있듯, 각 철도 환승역마다 자신만의 명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철도 환승이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환승열차 대신 목적지로 한 번에 가는 열차를 좀 더 비싸게 파는 역발상도 가능할 것이다. (app)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동구매를 받아 인원이 채워지면 전세열차를 운행하는 식이다. 새로운 철도 시대에는 보다 유연성 있는 영업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철도의 제3섹터화를 실행할 때는 규제완화가 반드시 동반될 필요가 있다.

 

주제발표에서는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 철도 노선 대책으로 제3섹터가 제시되었다. 대규모 철도 운영사에서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운 노선에 대해,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회사를 설립하여 공공+민간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하는 일본의 제3섹터 철도인 와카사 철도 홈페이지

 

실제로 일본에서도 많은 지방 철도 노선들이 적자가 심해져 제3섹터화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도로가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차라리 철도를 폐지하고 대신 버스를 운영하자는 말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다.

 

  일반열차 셔틀운행계획 수송수요 예측 연구용역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든 버스+철도 환승보다는 철도+철도 환승이 훨씬 쉽기 때문에 지방 철도를 남겨둘 가치가 있다. 특히 요즘에는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버스의 운행원가가 상승하고 있어서 철도로서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지방철도의 제3섹터화가 성공을 하려면 많은 분야의 규제 완화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3섹터 철도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승객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노선들이다.

 

예를 들어 지방 소규모 철도들은 승객도 적고,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기존 대규모 철도처럼 강한 안전규정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 또한 인력이나 조직 등에서도 규제완화를 통해 유연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운행 차량들도 철도차량이라기보다는 버스처럼 생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버스차량은 철도차량에 비해 부품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싸며 정비도 쉽다. 버스처럼 기관사 1인이 차장 역할까지 하는 근무방식은 기본이다.

 

이밖에도 철도역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집결시키는 등의 식으로 철도역 중심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지방소멸시대에 조금이라도 지역 밀도를 높여야 철도와 지방도시가 상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철도는 에너지와 공간 효율적인 녹색교통수단인만큼 정부의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지방에 고규격 국도는 끊임없이 지으면서 정작 철도를 방치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철도에서 효율성과 공공성은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효율성을 높여야 공공성도 실현할 수 있다. 비효율 때문에 발생하는 적자를 공공성 확보 때문에 발생하는 적자와 착각하거나 혼합해서는 철도 발전이 요원하다.

 

아울러 버스와 철도의 역할분담도 중요하다. 둘은 이동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역할이 다르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는 보조금을, 남의 영역을 침범할 때는 부담금을 매겨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시켜야 한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철도의 효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높임으로서, 우리 국민 모두가 최소한도 이상의 교통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 교통권 보장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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