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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변화하는 버스에 따른 철도 정책 방향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최근 교통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버스 파업이었다. 버스 운수 업계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기사는 임금이 줄어들고, 업체는 새 기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임금을 서울시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과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등 추가 요구가 겹치고, 정부에 환승할인 손실보전을 요구하는 등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갔다.

 

다행히 그럭저럭 갈등이 봉합되며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아울러 조만간 버스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버스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무척 싼 편이다. 물론 국민소득이나 구매력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싼 것은 맞다. 문제는 이러한 저렴한 요금이 버스운수회사의 경영부실이나 버스 기사의 장시간 노동 같은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희생은 안전을 위협하며, 지속가능성을 해친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나 지방소멸, 저성장 고착화 등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게 한다. 지금까지 버스 요금이 저렴했던 원인은 이런 희생 때문에 원가(原價)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버스는 올바른 원가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금보다 버스 운행의 원가가 더 높게 평가되고 이것이 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로 원가가 올라가는 버스 노선 대신 철도 운송의 비중을 높이도록 대비해야 한다.

 

기존의 철도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량수송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보다 원가가 높게 평가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때문에 철도 사업이 경제성을 갖기 어려워 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러한 원가는 요금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지하철이 버스보다 운임이 높은 경우가 꽤 발생한다. 또한 명목상 운임은 낮더라도 서비스 수준을 고려한 실질 운임은 철도가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경기도 2층 광역버스


예를 들어 광역버스는 속도, 무정차, 시트, 착석 등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하철에 비하면 운임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고려한 실질 운임은 오히려 철도가 더 높은 셈이다. 이러니 승객들은 버스로 몰려든다. 광역버스 입석과 혼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철도의 수요는 예측보다 항상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제 버스의 원가가 올라간다면, 철도로서는 좀 더 경쟁을 해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하철과 같은 입석 중심의 양적 서비스에만 집착하지 말고, 광역버스가 해왔던 질적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지방권에서도 버스와의 경쟁을 해볼 기회가 온다고 본다. 지방권은 교통수요가 적어 버스가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발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포항 영일만 신항 철도노선


현재 지방 수요처로 향하는 다수의 지선 철도 등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포항 영일만 신항철도가 개통되며, 각종 산업단지나 항만 등으로 연결되는 철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선이 폐선되는 곳도 늘어나고 있는데 접근성 면에서 버리기엔 아까운 곳들이 꽤 있다. (: 만종-원주-반곡) 따라서 수요처를 찾아 이들 선로를 잘 활용한다면 버스와 경쟁할 만한 열차 운행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선로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곳조차, 그냥 값이 싼 버스로 수송하는 게 저렴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버스 수송의 원가가 올라간다면, 기존 철도 시설을 이용하여 열차로 수송하는 것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버스에 대응할만한 차량 개발이 필요하다.

 

  트램과 철도의 평면 환승


그런데 이렇게 버스를 대신할만한 철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원가 절약적인 신차량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1량 편성과 다량 편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관사 1인이 운전과 영업을 모두 할 수 있게 하며, 차체와 부품도 기성품을 활용하여 비용을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모듈화된 설계를 통해 비전철 전용, 전철 전용, 겸용 등의 동력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비전철과 전철 모두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 절약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IT기술을 활용해 정보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차량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다.

 

다만 이 같은 차량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기술이 필요하고, 불필요하거나 모순된 제도 때문에 차량 값이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이렇게 철도차량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한다면, 버스 운행의 원가가 올라가는 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철도의 원가 경쟁력을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철도는 기존 고속 간선철도와 동일 플랫폼 평면 환승이 가능하고 신호대기도 없으므로, 목적지까지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버스 노선은 대체로 굴곡이 심하고, 신호대기가 많은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BRT화를 시행할 경우 버스의 원가가 올라간다. 따라서 기존에 지어져 있거나 새로 짓는 선로를 활용하는 열차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Door-to-Door 측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철도역 중심의 대중교통 중심 개발(TOD)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 차량이나 운행에 보조금까지 지급한다면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전기 승용차도 보조금을 받는 시대인데 대용량 전기 수송이 가능한 열차는 당연히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각 역에서 버스와 철도의 환승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버스의 원가가 올라가는 시대인 만큼 운임이 인상될 수 있고, 그만큼 서비스를 개선해야 대중교통의 분담률을 유지할 수 있다. 자가용 같은 교통수단에 비해 대중교통의 가장 불편한 점이 바로 환승이다

 

버스와 철도는 도로와 선로라는 전혀 다른 통로를 쓰는 만큼 기본적으로 환승거리가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역이 커지면 환승거리는 더욱 길어진다. 저성장에 따른 축소 도시 시대에 역을 과다하게 크게 짓는 것은 불편만 줄 뿐이다.

 

  수원역 환승센터


그나마 최근 들어 수원역이나 송내역의 2층 환승센터, 잠실역이나 광교중앙역의 지하 환승센터 등 동선이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향후에는 더 나아가 철도와 버스를 동일 승강장에 탈 수 있는 평면환승까지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3기 신도시에 들어가는 신설 철도에서 이런 것을 시도하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버스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에 지어질 트램들도 철도와의 동일 플랫폼 평면환승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아쉬운 예: 8호선 추가역(우남역))

 

 

그동안 우리나라는 버스 운영비용이 저렴했지만, 앞으로는 점차 원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의 대량 수송과 친환경성과 에너지 절약 특성이 더욱 주목받고 올바른 평가를 받는다면 철도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간선철도의 개량이 상당부분 시행되면서 지선철도를 소규모 연계 수송용으로 쓰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철도-버스 환승보다는 철도-철도 환승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최적의 차량과 운영방식을 결합한다면, 더 많은 상황과 조건에서 철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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