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6 (화)

  • 구름많음동두천 8.6℃
  • 맑음강릉 11.8℃
  • 박무서울 8.8℃
  • 박무대전 8.3℃
  • 연무대구 8.7℃
  • 연무울산 11.2℃
  • 박무광주 8.2℃
  • 맑음부산 11.7℃
  • 구름많음고창 10.2℃
  • 연무제주 14.8℃
  • 맑음강화 10.2℃
  • 구름많음보은 4.8℃
  • 구름많음금산 4.4℃
  • 맑음강진군 8.9℃
  • 구름조금경주시 11.3℃
  • 맑음거제 11.8℃
기상청 제공

레일 칼럼/발언대

지하철 에티켓이 서비스 수준도 높인다

: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시설물 수준은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큼직하고 넓은 토목 및 건축 시설물들과 깨끗하고 안전한 차량, 각종 설비들 등 부족한 점이 없다.

 

물론 애초에 설계를 잘못한 부분이 좀 있고(: 긴 환승거리), 운영 부분에도 좀 아쉬운 점이 보이긴 하지만(: 이례상황 대처) 현재 지하철 회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혼잡도 개선을 위한 시설개량과 11동선 확보 같은 교통약자 배려사업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만족도 조사 같은 서비스 수준 점수는 기대만큼 잘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지하철의 시설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 이용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편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면서 겪을 수 있는 타인의 행동에 따른 불편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지하철 회사에서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강조하는 것들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10대 에티켓은 다음과 같다.

http://www.seoulmetro.co.kr/kr/board.do?menuIdx=375&bbsIdx=2206906

 

  혼잡시간대 무리한 승차 안하기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타기

  임신부, 어린아이 동반 고객, 장애인에게 자리 내어주기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고 반드시 손잡이 잡고 타기

  휴대전화기는 진동모드로, 통화 시는 작은 소리로 통화하기

  지하철 내 이동상인에게 물건 안사기

  다른 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 뛰거나 큰소리로 떠들지 않기

  신문은 접어보고, 내릴 때는 가지고 내리기

  안전으로 가는 더 좋은 발걸음, 우측보행 지키기

  올바른 지하철 이용의 시작, 부정승차 하지 않기

 

하지만 여기에 빠져 있는 것도 많은데,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 않기, 백팩으로 남에게 피해주지 말기, 객실에서 음식 먹지 말기 등이 있다.

 

어쨌든 어떤 승객이 이같이 에티켓을 어기는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이는 지하철 회사의 서비스 평가에 반영되어 점수가 낮아진다.

 

사실 위에는 중요한 것만 정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지하철을 타면서 남들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들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 사람 바로 앞에 서 있었고, 그 앉아있던 사람이 내릴 때 서 있던 사람이 잠시 왼쪽으로 자리를 비켰는데, 그 사이에 오른쪽에 서 있던 사람이 냉큼 그 자리에 앉는 경우가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좌석인 7인석 중 가장자리 좌석 앞에 일부러 서 있었는데, 앉아있던 사람이 내리고 서 있던 사람이 앉으려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그 자리로 옮겨 앉는 경우다. 또한 앞에 자리가 나서 앉으려니까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자리를 막고서는 멀리 있던 일행을 부르는 경우, 일부러 좌석 앞에 다리를 크게 벌리고 서서 두 자리의 착석기회를 독점하는 일명 입석 쩍벌남등 지하철 좌석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일은 수두룩하다.


 

그런데 지하철 회사에서는 노약자석, 임산부석 등에 신경 쓰느라 이런 문제는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약자 보다 훨씬 많은 일반인 승객들이 지하철 이용 시 불편을 겪고 있는데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니, 지하철 회사의 서비스 평가 수준이 오를 리가 만무하다.

https://www.seoulmetro.co.kr:444/kr/vocView.do?menuIdx=376&vocno=212006&cdvocchannel=1

 

이 밖에도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을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다. 열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스크린도어 앞에 줄을 서 있는데 새치기 하는 사람,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스마트폰의 드라마나 야구중계를 이어폰 없이 크게 듣는 사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하철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승객들은 어떻게 할까? 사실상 아무것도 못한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크고 겁도 없다. 이런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게 보통이다.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잘못한 사람은 상대방인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만약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면, 정말 그 사람과 싸우고 경찰서까지 갈 각오를 해야 한다. 따라서 무례한 다른 승객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불쾌감, 자괴감 등의 복잡한 심경이 들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만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이런 느낌이 드니 지하철 이용 만족도가 개선이 될 리가 없는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무서워서 피하는 게 맞다. 잘못 얽혔다가 자기가 곤란하게 되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의를 지키려는 사람보다 무례한 사람들이 더 힘이 센 경향이 있다. 더구나 누군가 무례한 사람에게 대응했다 하더라도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이 딱히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려면 약한 자 여럿이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승객들은 눈앞의 무례한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대신 만만한 지하철 회사에게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지하철 회사도 에티켓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정도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인 갈등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서 젊은 층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그런데 노인이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인터넷 기사에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운임 누수 같은 문제에 앞서서 지하철에서 무례한 행동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많이 누적되어 있는 것이다.

https://1boon.kakao.com/wngproject/5b3dd5f76a8e51000195349e

 

이러다보니 아무리 지하철 시설이 좋아도,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다른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고 이는 고스란히 지하철 서비스 평가점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이 같은 지하철 내 승객 불편에 대해서 지하철 회사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회사는 시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시설로 서비스 수준을 더 높이기는 힘들다. 지하철의 서비스 수준을 새롭게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Quantum Jump) 승객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무례한 사람에게 당하고 있는 불편들을 지하철 회사가 없애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하철 회사들은, 이 같은 문제는 승객들끼리 해결할 일이라면서 개입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서비스 점수가 오르지 않는 것이다. 크게 보면 이것 때문에 지하철의 수단 분담률도 오르지 않는다. 즉 지하철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게 싫어서 자가용을 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가적인 교통혼잡비용을 생각하면 지하철 회사의 소극적 대응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중인 셈이다.

 

지하철 회사는 이렇게 시민들에게 개입하면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주다가 제지당한 시민이 앙심을 품고 지하철 서비스 평가를 낮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이런 피해를 방치하면 피해를 받은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평가를 낮게 하게 하므로 점수가 더 떨어진다.

 

그러면 지하철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민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상세하게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지하철 회사가 제시하는 에티켓은 중요한 것 몇 개만 정리되어 있다. 내용이 세부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결국 자세한 것과 나머지 것들은 승객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지 말고 기준을 확실히 정해주는게 좋다.

 

 

아울러 하지 말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안까지 제시해주는게 좋다. 무작정 큰 목소리로 전화하지 말라는 것보다 목소리가 커지는 원인도 함께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노인의 경우 청력이 떨어져 상대방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면 자기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전화 통화 시에도 수화음이 작으면 자기 목소리가 커진다. 따라서 전화기에서 수화음을 크게 하는 방법도 안내할 필요가 있다. 또는 전화할 때 입을 가리고 하는 것도 남에게 자기 소리를 작게 들리게 하고, 자기 목소리도 줄일 수 있어서 큰 효과가 있다.

 

사소한 것까지 정하면 쪼잔하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민주사회에서 국가기관이 시민의 삶에 과다하게 개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겁이 난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승객들 사이에 불편이 발생하는 사항들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은, 승객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기초를 쌓는 일이다.

(20개 이상의 항목들을 정리한 홍콩MTR의 사례

http://www.mtr.com.hk/en/customer/services/lt_bus_index.html )

 

두 번째로는 이같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자주 발생하며, 당사자들 외 타인이 찾아내기 쉬운 것을 높은 우선순위로 정할 수 있다.

 

즉 품질관리시스템에서 사용하는 FMEA(Failure Mode and Effects Analysis)중 심각도(Severity), 발생도(Occurrence), 검출도(Detection) 기준을 적용하여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우선순위가 높은 것을 먼저 시작하여 남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들을 없애기 위해 지하철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같은 에티켓 캠페인, 승무원 안내방송 등보다 나아진 방식이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대면(對面)이다.

 

예를 들어 승강장의 전동차 출입구 앞에서 벌어지는 새치기의 경우에는 사전에 자주 발생하는 곳을 파악하고 뒤에서 사복 지하철 보안관이 지켜보고 있다가, 새치기가 발생하면 보안관이 다가가 1차적으로는 계도, 불응시에는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처리가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객실 내에서 발생하는 무례한 상황에 대해서도 지하철 회사에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른 시민들은 그런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대신 지하철 회사에서 말[發話]을 해달라는 것이다. 말 못하고 있는 일반 승객 대신 그 자리에서 잘못을 지적해달라는 것이다. 무례한 행동을 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고치면 좋은 것이고, 불응하면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 가장 간단한 것은 지하철에서 강제 하차 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하철 근무자들에게 사법권한이 더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계속 지적되고 있다. 다만 이것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사법권이 부여되었다고 무례한 승객에 따른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현재 지하철 보안관들은 주로 성범죄나 이동상인(잡상인) 같은 굵직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보통의 승객들이 자주 겪는 문제는 지하철내 전화 통화 소음이나 자리다툼 같은 작은 것들이다. 지하철 회사 입장에서는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이런 문제들이 지하철 서비스 수준의 점수를 낮추고 있는 주원인이다.

 

 

따라서 지하철 회사는 이렇게 작지만 승객을 괴롭게 하는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해결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 물론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작조차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승객들은 지하철을 타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지하철 회사는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생각만큼은 들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 같은 기초질서 준수에 대한 지하철 회사의 적극적 노력은 경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금 지하철 회사들은 노인 무임수송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터넷 기사 댓글 등을 보면 오히려 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요금을 받으라는 시민 반응이 더 많다. 일부 노인들의 무례한 행동에 질린 시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지하철 회사와 시민의 생각이 다르다보니, 지하철 회사가 원하는 노인 무임수송 정부지원 요구의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하철 회사가 나서서 지하철 이용 시 발생하는 무례한 행동으로 인한 불편부터 먼저 줄여 주어야 정부 지원금 요구의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 같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전동차내 무례한 행동이 차츰 줄어든다면 이런 문제에 시달리는 지하철 회사 직원들의 근무여건도 개선될 것이다. 이는 지하철 안전의 제고로 이어진다.

 

이같은 흐름은 기술부채(Technical debt)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당장 힘이 들고 비용이 든다고 승객들 사이의 무례한 행동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지하철 회사가 방치하면, 결국 이는 부채가 되어 두고두고 지하철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하철 회사들은 승객들이 다른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이에 대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검토해보았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만족도 개선과 서비스 평가 점수 향상의 열쇠에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설을 개설하는 것에 비해 저비용 고효율 대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배너

포토




철도전문 매거진에 대한 의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