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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부산시와 철도연의 무가선 트램 실증사업에 바라는 점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철도란 여러 분야의 기술이 들어간 종합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올바르게 동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점검과 검증이 필수적이다. 특히 새롭게 도입되는 신형 시스템이라면 이 같은 과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기존 철도에서는 신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구성요소별로 따로 검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차량이 개발되면 시운전선이나 한산한 노선에서 운행을 해보거나(: 대불선), 영업선에서 운영 안하는 시간을 빌려 잠시 운행을 해보거나 하는 식이었다. 또한 새로운 부품이나 기술의 경우에도 기존 노선이나 차량에 조금씩 설치를 해서 알아보는 형태가 된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시스템인 경우에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전체적으로 통합된 새 시스템을 운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실증노선이다.

 

철도의 실증노선

   

     국토교통부/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국내에 등장했던 실증노선이라면 현재 인천공항 1터미널 교통센터를 출발하여 영종도 남서쪽까지 운행하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들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하고 현대로템에서 차량을 만든 자기부상열차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철도 시스템이었다. 비록 대전 기계연 내부에 시험선이 있긴 했지만 이것으로는 검증이 부족했고, 정부에서는 본격적인 검증을 위해 시범노선 구축을 결정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가선 트램

 

흥미로운 점은 이 시범노선은 점검 및 검증 사업이 끝난 후, 해당 지자체로 이관되어 그 지자체의 도시철도 역할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부 돈을 받아 공짜로 도시철도 노선 하나가 생기는 셈이니 서로 시범노선을 유치하고 싶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범노선 선정 당시에도 여러 지자체의 공모지원서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인천시-인천공항이 선정된 것이다.

 

한편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에서는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에 재도입되고 있는 트램(신형 노면전차) 개발 사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산의 과도한 부동산 쏠림 현상 때문에 시민들이 도시 미관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기 때문에, 도심부에서 가선(전차선)을 생략할 수 있는 배터리 방식인 무가선트램이 개발되었다.

 

이 같은 무가선트램도 기존에 전혀 없던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증노선이 필요했다. 물론 소규모 시운전선 자체는 충북 오송기지 내부에 설치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검증을 위해서는 좀 더 길고 현실적인 실증노선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트램은 다른 철도시스템에 비해서 실증노선이 더욱 필요하다. 그 이유는 도로에서 다른 차량 및 보행자와 함께 달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도로 교통과 격리된 시운전선에서는 트램과 도로교통과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보행자들에 대한 영향성도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철도연에서는 개발된 무가선트램의 활성화를 위해서 현재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실증 노선을 구축하고 운영하여, 개발된 무가선트램 시스템과 부수 장치 및 제도의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자체에 설치되는 실증노선


자기부상열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실증노선 구축 장소를 정하기 위해 지자체들로부터 공모를 받았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최종적으로는 수원, 성남, 부산(남구), 청주, 전주의 5개 지자체가 지원서를 접수하였다. 그리고 여러 절차를 거쳐 지난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시/트램실증노선 조감도


선정된 시범노선은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이 있는 용소삼거리에서 시작하여 이기대 어귀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총 1.9km, 5개역, 차량기지 1개소의 구간이다. 차량기지는 남부하수처리장 공원에 지어진다. 원래 이 구간은 부산시가 도시철도 용호선(오륙도선)을 구상하고 있던 곳이며, 용호선 전 구간은 남쪽의 오륙도 SK아파트까지 이어진다.(5.15km)

 

용호동은 부산의 남동쪽에 반도처럼 불쑥 솟아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오륙도를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대학교, 일부 관공서, 고급 아파트, 저밀도 주거단지 등이 골고루 모여 있어 교통 수요가 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하철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교통이 불편했다.

 

그래서 부산시는 오래전부터 지하철 2호선의 지선 개념인 용호선을 구상하고 있었다. 특히 10여 년 전에는 도시철도에 컨베이어 벨트의 개념을 도입한 신교통수단인 노웨이트 트랜짓(Nowait Transit)의 도입이 고려되기도 하였다. 노웨이트는 궤도 위에서 차량이 굴러가는 일반 철도와 달리, 차량은 궤도에 고정되어 있고 궤도 자체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동영상: https://youtu.be/WQayXKhSKAk )

 

노웨이트의 특징은 본선에서는 궤도를 길게 펴서 운행하고, 역 구간에서는 궤도를 수직으로 접어서 달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본선에서는 빠르고 역에서는 느려지기 때문에, 역에서는 승객이 저속으로 달리는 차량에 올라탈 수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도시철도로 함부로 도입할 수는 없었기에 추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용호선 계획은 부산시 내부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구상은 있었지만, 정작 20176월 고시된 부산광역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포함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 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고가 나왔고, 부산시는 공모신청서를 제출하여 지난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이렇게 부산시가 선정된 데에는 트램 유치기원 결의대회를 열 정도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선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용호선 입장에서는 언제 지어질지 기약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착공이 확정되는 것으로 단번에 인생역전을 한 셈이다.

 

이번 공모에는 총 5개 지자체가 응모했는데 성남과 수원은 준비 기간도 길었고, 사업 자체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트램 실증노선 사업지로 부산시가 선정된 것은 부산시 입장에서 쾌거라고 할 수 있겠다.

 

     부산광역시/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노선도 


이제 협상에 큰 문제가 없으면 협약을 마치고 부산 남구 오륙도선 구간에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우선 2021년 중반까지 실증노선을 구축한 후 반년 정도 본격적인 실증 사업을 시행한 뒤, 2022년경에는 부산시에 이관되어 도시철도로 활약할 예정이다.

 

사업이 빠르게 추진된다면 부산시는 국내 최초 경전철 도시(부산 4호선)에 이어, 국내 최초 신형트램 도시라는 영광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호에서는 향후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사업의 진행방향에 몇 가지 바라는 점을 논하고자 한다.

 

첫째로, 교통수요관리를 포함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설치 전략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미 예전에 필자의 칼럼에서 밝힌 바가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시민들은 교통수요관리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교통을 차단하고 자가용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도시교통정책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레일뉴스 2016.8.17. ‘대전트램의 걱정되는 점

http://www.itrailnews.co.kr/news/article.html?no=24466 )

 

하지만 도로와 완전히 분리된 지하철과 달리 트램은 도로에서 달리는 시스템이므로, 자가용 이용 억제는 트램 도입과 반드시 함께 시행되어야 할 중대 과제다.

 

그래서 부산시에서는 이번 노선 중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유동인구가 많으며, 도로 폭이 좁은 용소삼거리~부경대 정문 430구간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란 자가용이나 택시 등은 운행할 수 없고, 버스나 트램 같은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트램이나 버스 같은 노면 교통수단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다. 자가용 억제와 대중교통 활성화, 보행자 우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설치되면 보도 폭이 넓어져 보행자가 걷기 편해지고, 자가용과 대중교통의 상충이 없어져 대중교통의 운행이 원활해진다. 그러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상업이 발달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서울 연세로(0.55km)와 대구 중앙로(1.05km) 등이 있다. 모두 버스전용구간이다. 특히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시에서는 이미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 서면의 동천로(0.74km)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곳은 아침과 저녁에만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어 본격적이지 않은 점은 아쉽다.

 

따라서 부산시가 동천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및 운영의 경험을 살려 용소로 트램 구간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성공적으로 설치한다면 국내 도시교통 정책의 새로운 우수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을 타 지자체와 공유하는 것이다.

 

트램을 설치하는 곳의 도로가 좁다는 고민은 현재 수원시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수원시에서도 수원역부터 장안문까지의 트램 구간(3.4km)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수원역~중동사거리 1.8km는 트램+버스 혼합으로, 중동사거리~장안문 1.6km는 트램 전용으로 지정된다. 수원시는 이를 위해서 원도심 대중교통 전용지구 및 노면전차, 갈등영향분석용역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시/트램실증노선_ 대중교통전용지구 모습


따라서 부산시가 트램 설치 및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에 대해 먼저 경험을 하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공유한다면, 우리나라의 트램 도입을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트램 도입 활성화라는 실증노선 사업의 취지에 맞는 일이기도 하다.

 

트램은 지하철과 달리 기존 교통체계를 많이 손봐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무시하고 기존 지하철처럼 건설만 끝내고 나 몰라라 한다면, 트램과 도로교통체계와의 정합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트램은 트램대로 불편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없고, 기존 도로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승객도 없는 트램 때문에 괜히 교통만 불편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트램 도입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는 트램 도입과 함께 교통체계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버스노선조정이 있다. 현재 오륙도선 구간과 똑같이 운행되는 부산 시내버스는 24, 27, 131번이 있다. 부분적으로 같은 노선들은 더욱 많다. 트램이 도입된다면 이들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버스와 트램이 함께 달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안전 문제도 없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2층 버스와 2층 트램이 바로 옆차선에서 함께 잘 달린다. 중요한 것은 한정된 대중교통공급을 재구성하여 더욱 효율적인 도시 대중교통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와 트램의 중복 구간을 줄여 신노선을 개발할 수 있고, 공급이 부족했던 곳에 추가로 버스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 이 같은 버스노선 조정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매우 지난한 일이므로 부산시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트램 도입에 따라 도로교통체계가 변경되면 자가용, 택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유료주차장, 주유소, 자동차 정비소 등은 도로교통체계 변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조업주차나 택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부산시가 이들과 논의하고 설득을 해야 하며, 그 과정도 잘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경험(lesson learned)을 통해 부산시는 트램 도입에 따른 기존 교통체계 변경에 관한 세밀한 절차 또는 시나리오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중에 자기 도시에 트램을 도입하려는 지자체들에게 귀중한 참고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대전시_무가선트램  


특히 수원이나 대전처럼 기존 도로에 트램을 건설하려는 지자체들은 부산시와 같은 입장인 만큼 이번 트램 실증노선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 해당 지자체 산하 지방연구원간의 공동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 이번 트램 실증사업은 단순히 철도시스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대중교통 정책 자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본 사업을 소개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운영되기를 바란다.

 

특정 철도 사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운영되는 것은 드물지 않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업일 경우 해당 기관에서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만들고는 한다. 대표적인 것이 호남고속철도였다. 아울러 서울시가 주관하는 지하철 건설사업도 사업홍보를 위해 공구별로 홈페이지를 운영해왔다. (7호선 연장, 3호선 연장, 9호선 등)


 

   부산광역시/용호선(오륙도선)노선도


이와 마찬가지로 부산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도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사업을 홍보하고, 홈페이지를 시민들 간의 건전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개별 사업 홍보에도 효과가 크고 공지사항들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승객 입장에서 트램은 기존 지하철과 특성과 이용방법이 많이 다르다. 또한 건설 단계에서도 구간별, 시간대별 교통 차단 정보 등의 다양한 안내가 필요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것을 상세히 알리는 게 시급하다. 예전에도 무가선트램을 알리는 홈페이지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구개발사업 홍보에 그쳤던 점이 아쉬웠다. 새로운 홈페이지는 철저하게 시민 입장에서 만들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먼저 수록해야 한다.

 

연구단과 부산시 입장에서도 이 같은 홈페이지의 존재는 시민들의 의견을 빠르게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사업 진행에 활용하면 잘못된 정책의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사업 방향을 올바르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트램이 되는 것이며, 거버넌스 실현의 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서는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질문 받고, 의문을 풀어주는데도 주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이 트램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러다보니 잘못된 정보나 오해가 쉽게 생기고 잘 풀어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공식기관에서 나온 자료나 그림, 지도 들을 축자적(逐字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일반인들 사이에 생기는 것도 문제다. 별 의미 없이 그려진 참고 그림 하나에 대해 일반인들을 일일이 자를 대고 거리까지 측정해가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만든 기관에서는 그냥 대략적으로 그린 그림일 뿐인데, 일반인들은 이를 아주 정확히 그린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소통의 장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무가선트램 홈페이지가 그러한 소통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만든 홈페이지를 더 발전시킨다면 단순한 사업홍보 페이지에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 최고의 트램 종합 채널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트램은 아직 우리나라서 논란이 많은 교통수단이다. 찬반을 떠나 공론화의 장소를 제공하고 많은 의견이 오간다면 우리나라의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무가선트램 실증노선은 단지 검증만 하고 끝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트램을 전파시킨다는 중요한 목적도 함께 갖고 있다. 트램의 수요자는 일반 국민인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연구보고서나 논문보다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증 기간 중이라도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고 시민들에게 트램을 이용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트램을 건설하게 되면, 도로교통 체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건설에 따라 자가용 진입이 불가능해진다든지 버스 노선이 변경된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렇게 트램 때문에 교통체계가 변경되었음에도 실증 기간 중 정작 시민들이 트램을 탈 수 없다면 너무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지자체에 이관되기 전인 실증기간 중이라도, 가급적 많은 시민들이 트램을 탈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물론 실증 기간 중에 시스템 검증이라는 연구개발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연구단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시민들에게 주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실증기간도 단 6개월로 짧게 잡았을 것이다. 특히 실증기간 중 불필요한 운행 때문에 차량이 고장 나는 등 운행을 못하는 일이 생기면 연구개발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는 큰 문제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사업의 최종 수요자는 국민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트램을 친숙하게 여기게 되는 것 자체가 연구개발사업의 진정한 목표인 것이다.

 

연구단이 검증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 같은 때에 트램을 세워두지 말고 운행시킨다면, 전국에서 트램을 타보러 오는 사람들 덕분에 유동인구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번 연구개발사업을 위해 차량 세 편성이 새로 제작되는데 꾸준히 운행을 하여 운행거리를 늘려야 시운전 실적도 쌓을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연구개발사업 세부과제에 얼굴인식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무임승차방지 기술개발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같은 시스템을 검증하려면 당연히 불특정 다수의 승객들을 많이 받을수록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트램 도입시 자동차나 보행자와의 사고 발생이 우려되지만, 사고율을 낮추는 방법은 사실 하나 밖에 없다. 하루라도 더 많이 시민들이 트램을 접해보고 익숙해지는 것이다. 트램은 버스와 주행 특성이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사람들이 트램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사고율은 빠르게 떨어진다. 실제 상용 운행에 들어가서 사고가 나는 것을 막으려면 애초에 실증 운행시 승객들이 트램을 안팎으로 많이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충북 오송 무가선트램


지금도 트램 시운전선이 충북 오송에 존재하고 있지만 낮은 접근성 때문에 홍보효과가 약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2위의 대도시에 그것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 곳에 트램이 운행된다는 것은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운영으로 이러한 홍보기회를 날리지 말고, 실증 기간 중에도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적극적인 운영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 시켜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고무차륜 경전철의 경산 시험선, 자기부상열차 인천공항 시험선 등이 있었지만, 정작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자기부상열차 시험선은 운영비 부담에 시달린 인천공항측에서 운행 중단을 이야기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대도시에 지어지는 이번 용호선(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은 수요와 향후 연장 측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만 2016년 있었던 부산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연구에 따르면, 용호로의 협소와 공사중 우회도로 부족, 성모병원 입구 급구배 등이 트램 설치의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었던 만큼, 오륙도선 전 구간 개통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철도법에 규정되어 있는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혼용차로를 적극 활용하고, 필요한 구간은 부분 반지하화를 하는 등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지 못한 수원시와 성남시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성남(판교)은 출퇴근 인구가 많은 신도시 연구개발지역이라는 점에서, 수원은 경기도 최대 철도역에서 시작하여 수원화성, 재래시장, 야구장 등 다채로운 구시가지를 지난다는 점에서 트램 도입지로서 잠재력이 큰 곳이다.

 

비록 실증 사업은 하지 못하더라도, 자체적인 트램 건설 사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실증 사업을 계기로 트램 추진 지자체들끼리의 협력관계도 더욱 긴밀해지길 바란다. 트램은 지하철에 비해 지역색이 많이 나타나는 시스템이며 그러기에 서로 간에 배울 점들도 더 많다.

 

무릇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각종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20년 전에 처음 추진되었던 전주경전철 신형노면전차가 결국 무산된 후, 이제야 부산에 노면전차 도입이 확정되었으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 본 우리나라 트램 관계자들은 모두, 트램으로 우리나라 교통을 개선하겠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으며,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하였다. 사회가 달라지면 교통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램을 이용해 대중교통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 사업 도시로 선정된 부산시에 축하를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닥치게 될 다양하고 끊임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산학연, 타 지자체, 정부 등과 밀도 있는 협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함께 발맞추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트램 유치를 적극 지원했던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트램 도입을 통해 시민들이 실질적인 교통 개선 효과와 지역 경제 발전 효과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트램이 지역의 이물질이 되지 않고, 시민들의 삶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길이 안 보이는 눈길에서는 함부로 걷지 말라고 했다.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오륙도선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 노선이 우리나라 트램 도입의 모범이 되고, 트램 붐의 본거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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