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8 (수)

  • 맑음동두천 4.0℃
  • 구름조금강릉 5.4℃
  • 맑음서울 6.0℃
  • 맑음대전 5.8℃
  • 맑음대구 7.4℃
  • 맑음울산 8.1℃
  • 맑음광주 8.2℃
  • 맑음부산 10.2℃
  • 맑음고창 5.0℃
  • 맑음제주 13.0℃
  • 맑음강화 5.5℃
  • 맑음보은 1.8℃
  • 맑음금산 1.6℃
  • 맑음강진군 7.0℃
  • 맑음경주시 5.7℃
  • 맑음거제 9.3℃
기상청 제공

레일 칼럼/발언대

철도운영사의 사고처리에 바란다

지연열차 탑승에서 느낀 점 들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한우진/분당선 전동차


한 해의 마무리를 향하고 있는 요즘, 코레일에서 사고가 두 건이나 터졌다. 20일 날 있었던 고속철도 오송역 열차 운행 중단과 22일 날 있었던 수도권 전철 분당선 차량 고장 사고다.

 

두 사건 모두 하필이면 승객이 몰리는 퇴근 시간에 발생하여 파장이 컸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마침 필자는 22일 분당선 사고 발생 시 하행 열차를 타고 있었다. 직접 열차를 타면서 느낀 점이 많았기에 지면을 빌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열차 지연의 상황 필자의 경험


필자가 선릉역에서 분당선 하행 열차를 탄 것은 221750분경이었다. 이때 이미 승강장에서는 복정-수서 사이에서 상행열차가 고장으로 멈춰 섰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또한 이로 인해 상행열차 지연이 발생 중이라는 방송이 있었다. 하지만 하행 열차 운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기에 평소처럼 열차를 기다렸다가 도착한 열차를 탔다.

 

이 방송은 선릉역에서 한 것이 아니라, 코레일 상황실에서 시행한 중앙방송이었다. 어쨌든 필자가 탄 열차는 대모산입구역에 도착했는데, 기관사는 운행을 중단한다며 모든 승객은 내려달라는 안내방송을 하였다. 결국 할 수 없이 모든 승객들이 내렸다. 기관사는 스크린도어는 닫고, 차량 출입문은 연 상태에서 무전기를 들고 맨 앞부터 맨 끝까지 이동하며 승객이 남아 있는지 확인 하였다. 다행히 승객들은 기관사 지시를 잘 따랐고 남아있는 승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열차는 문을 닫고 수서역 쪽으로 떠나갔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기관사는 그냥 내려달라고만 했지만, 승객들에게 어떻게 해달라는 이야기가 없었다. 후속 열차를 타라는 건지, 대모산입구역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어쨌든 열차가 떠나간 승강장에서 많은 승객들이 하염없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역시 그런 상황인데도 승강장에는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다. 대모산입구역 역무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윽고 후속열차가 들어왔다. 대부분의 승객이 후속열차를 탔다. 당연히 열차는 평소보다 두 배로 혼잡해졌다. 그러나 필자는 이 때 열차를 타지 않았다. 왜냐하면 승강장에 설치된 행선안내게시기(일명 꼬마열차)로 확인한 결과 그 다음 후속열차가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열차를 타면 덜 혼잡하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어쨌든 그 차를 보내고 다음 차가 와서 타긴 했다. 먼저 보낸 차보다는 덜 혼잡했기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웬걸, 열차가 수서로 향하고 있는 도중에 기관사는 이 열차는 수서역까지만 운행하겠다고 방송을 하였다. 더구나 수서역에서 열차는 평상시의 하행 플랫폼이 아닌 상행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타절과 중간회차


결국 이런 것이었다. 현재 복정-수서 사이의 상행선로를 고장열차가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상행열차는 복정에서 수서 이북으로 갈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운행방식은 둘이다.

 

첫 번째는 상행열차 운행 중단은 그대로 두고, 하행열차는 평소처럼 수서 이남으로 계속 운행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하행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은 지연이나 혼잡 없이 평소처럼 그냥 목적지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수서-(상행)-왕십리-(하행)-수서 구간을 점유하는 열차는 점점 없어지게 되며, 열차가 모두 사라지면 더 이상 수송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나중에 복정-수서 상행선로 구간이 비워지면 남쪽에 있던 상행열차들이 왕십리로 올라오긴 하겠지만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야 하니 정상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죽전행과 수원행으로 교대로 운행되는 하행열차를 둘로 나눠, 수원행은 그대로 수원으로 보내고 죽전행은 수서에서 회차를 시켜서 다시 왕십리역으로 보내는 것이다. 즉 절반의 열차를 수서에서 타절시키는 것이다. 마침 수서역 북쪽에 건널선이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이 경우, 수서를 지나가는 하행열차는 수송력은 떨어지므로 혼잡이 심해진다. 또한 승객이 늘어나면서 승강취급시간이 늘어나고 후속차량 지연도 심해진다. 하지만 왕십리-수서 구간 사이에서 어찌되었든 어느 정도 열차 운행량을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록 대기시간이 길고 혼잡하더라도 영업 자체는 계속 할 수가 있다. 물론 이 방법도 첫 번째에 비하면 덜 하지만 수서-왕십리 사이의 열차의 차츰 줄어들기 때문에, 운전시격은 점점 늘어난다. 너무 심하게 늘어나기 전까지 고장차량을 끌어내면 된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이날 필자가 경험한 것은 아마 두 번째 방법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필자는 수서역 상행승강장에 도착했고, 상대식 승강장이므로 계단을 건너 하행승강장으로 넘어간 뒤 한참을 기다려 후속열차를 탔다. 그러는 동안에도 몇 대의 하행열차들은 수서역 상행승강장으로 들어와 왕십리로 되돌아갔다. 필자가 탄 후속열차는 높은 혼잡 상태로 계속 운행하였으며, 복정역 같은 곳에서는 오래 정차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앞뒤 열차 간격 조절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러던 중 고장차 처리가 끝났다는 차내 안내방송이 나오며, 더 이상 역에서 오래 정차하는 일 없이 열차는 평소처럼 남쪽으로 운행하였다. 최종적으로 필자가 집에 가는 데는 평소보다 약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열차지연 상황에서 느낀 점들


아무리 필자가 철도를 좋아하고 많이 타는 편이라고 해도 이번처럼 열차 고장 상황을 된통 겪은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느낀 점도 많았다.

 

일단 각 역 안내방송을 개별역에서 하지 않고 코레일 상황실이라는 곳에서 중앙집중적으로 하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자 목소리임에도 음질이 생각보다 명료했고 또한 방송 시행의 주기도 짧은 편이라 답답함도 적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앙방송을 하다 보니 각 역별로 최적화된 세부적인 안내가 불가능한 점이 아쉬웠다.

 

방송의 내용을 요약하면 복정-수서 사이에서 상행열차가 멈췄다. 이로 인해 상행열차가 지연중이다. 코레일은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하행열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믿고 탄 것이었는데, 결국 대모산입구에서 강제 하차 당하고, 수서에서 또 한 번 강제하차 당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자 중앙방송에 하행열차도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긴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하행열차 운행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해줬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텐데 그 말을 안해준게 원망스러웠다. 특히 선릉역에는 8호선이나 신분당선같은 대체 노선이 있는 만큼 더욱 아쉬웠다.

 

열차의 기관사에게도 아쉬움이 있었다. 하행열차 지연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도곡역에서 내려 3호선으로 환승을 할 수도 있었고, 중간역에서 내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관사는 승객들에게 특정 역에서 다 내리라는 말만 했을 뿐, 현재의 상황은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기관사는 기본적으로 열차를 운행하는 사람이지만,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한다. 차내에서 승객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기관사밖에 없다. 그런데 차내에서 기관사로부터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웠다.

 

방송 및 실제와 언론의 불일치도 문제였다. 스마트폰으로 찾아본 언론기사에서는 코레일이 하행열차 운행을 정상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지만, 실제는 그와 달랐다. 일부 하행열차가 수서에서 타절되어 하행열차도 운행도 파행상태였다. 결국 기사만 믿고 하행열차를 타러온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3182677

 

나중에 이 중앙방송에는, 바쁜 고객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내용도 추가되었으며, 막판에는 열차 운행 재개에 15분이 소요된다는 내용까지 추가되었다. 하지만, 15분이 소요된다는 중앙방송이 계속 반복되면서 5분이 지난 후의 중앙방송에서도 여전히 15분이 소요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사고 시 열차운행의 문제점


  한우진/분당선 전동차 내부


열차 운행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필자가 첫 번째로 강제하차 당한 열차는 대모산입구역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하였다. 필자는 이 열차가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 수서역에 가서 회차를 한 건지, 아니면 고장 차량을 구원하러 간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수서역에서 회차를 한 것이라면 굳이 승객이 다 내렸나 확인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본선을 점유하고 있을 바에야 한시라도 빨리 수서역 상행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 구원열차로 쓰기 위해 기관사가 모든 승객의 하차를 확인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필자가 두 번째로 강제하차 당한 열차는 수서역 상행승강장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하였다. 결국 하행열차를 이용하려면 계단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 두 번째 열차도 대모산입구역에서 전원 하차시키면 좋지 않았을까?

 

또한 수서역 상행승강장에 필자가 타고 있는 수서 타절 하행열차가 들어와서 출입문을 열었는데도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고 있었다. 역방향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차량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연결이 안 된 것이었다. 빨리 내려서 후속열차가 들어올 맞은편 승강장으로 가고 싶은 승객 입장에서 답답하기도 하고, 또한 전동차 문만 열려있으니 위험하기도 한 상황이었다. 열차도 한시라도 빨리 승객을 다 내리게 하고 왕십리쪽으로 되돌아 나가야하는데 시간이 낭비되었다.

 

결국 나중에는 스크린도어가 열리긴 했다. 역무원이 승강장 쪽에서 스크린도어 제어 패널을 통해 수동으로 연 것 같았다. 하지만 열차 도착 직후 곧바로 열리지 않은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스크린도어는 닫혀 있는 전동차 출입문만 열려있을 때, 눈앞에 스크린도어 비상개방장치가 보이는데도 승객 중에 아무도 그것을 건드리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 더 대단했다. 기관사가 승객들에게 감사할 부분이었다.

 

 

사고 시 안내 서비스의 아쉬운 점


이번에 볼 수 있던 주요 문제점은 기관사도 역무원도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첫 번째 기관사는 승객들을 다 내리라고만 했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하라는 안내가 없었다. 후속열차를 타라는 것인지 역 바깥으로 나가라는 것인지 승객들은 알 수가 없었다.

 

역무원도 마찬가지였다. 대모산입구역 역무원은 아무 안내도 없었고, 수서역 역무원도 하행열차가 제대로 운행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못했다. 필자가 수서역 승강장에서 대기 중에 여성 역무원이 자체적인 안내방송도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음성이 중간 중간 끊겨서 전달이 안되었고, 두 번째는 중앙방송에 비해 볼륨이 너무 작았다. 평소에 방송 상태 점검을 안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결국 기관사나 역무원이나 상부의 지시만 받고 움직일 뿐 전체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최고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아무데도 없었으니 승객은 너무나 답답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고객들에게 안내를 할 때 쓰는 용어였다. 중앙방송에서는 신수원이라는 역명을 자꾸 말했다. ‘왕십리에서 신수원으로 가는 열차가 어떻다는 식의 안내 방송이었다. 그러나 신수원은 1호선 수원역과 구분하기 위해 분당선 수원역을 코레일 내부에서 부르는 역명이다. 승객들에게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신수원은 코레일 내부 용어이고, 승객들에게 말할 때는 승객이 쓰는 그냥 분당선 수원역이라고 말해야 했다. 이런 용어부터 공급자 위주로 나가면 안 된다.

 

또 어떤 기관사는 안내방송에서 구원운전이라는 말을 자꾸 반복했는데, 철도종사자나 철도동호인이 아니면 구원운전이라는 말을 쉽게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 비상시에서는 용어 하나도 조심해서 써야 하며 수요자이자 비상시의 가장 약자(弱者)인 승객들이 빠르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아울러 이번 상황처럼, 상행 특정 지점이 차단되었을 때 하행열차 중 일부를 그 지점 위쪽에서 회차시켜, 비록 운전시격이 커지더라도 회차점 상부의 상행열차 운행을 일부라도 유지시키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필연적으로 차단 지점을 지나가는 하행열차의 혼잡도가 올라가는 게 문제다. 더구나 당시는 하행열차 혼잡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퇴근시간이었다.

 

그러니 강제하차 당한 승객이 모여서 기다리는 곳이나 수서역, 복정역같은 환승역은 더더욱 승객이 몰려들게 된다. 이번에도 이런 역에 승강장에 승객으로 가득차서 위험할 정도가 되었다. 열차 운행을 지시하는 곳에서는 이 같은 승강장의 심한 혼잡 상황을 직접 확인하면서 열차를 타절시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상행을 타려는 승객 vs 하행에 타고 있는 승객


이번 차량 고장 사고는 상행에서 발생했지만, 하행 열차도 지연된 것이 특징이다. 상행 운행 유지를 위해 일부 하행열차를 수서에서 타절하여 회차시키느라 하행도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서역 이북 구간은 서울 시내 구간으로서 대체 교통편이 풍부하다. 따라서 굳이 일부 하행열차를 수서역에서 상행으로 회차시켜야 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상행열차를 타러 승강장에 들어오는 승객보다는 이미 하행열차를 타고 있는 승객을 더 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상행열차를 타러 승강장에 들어오는 승객은 안내를 통해 못 들어오게 막으면 되지만, 이미 하행열차에 타고 있는 승객은 한시라도 빨리 그 노선에서 빼내야 한다. 즉 역으로 들어오던 수서역 이북 상행승객은 피해를 피할 기회가 있지만, 이미 열차에 타고 있던 하행승객은 지연과 혼잡 피해를 고스란히 당해야 한다. 하행 승객을 더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이때는 하행 승객이 더 많은 퇴근 시간대였다. 앞으로 이 같은 사고시의 운전정리시에는 시간대와 승객 흐름을 고려하여, 승객들의 피해의 총합을 최소화하는 원칙과 기술(skill)이 더 필요할 것이다.

 

각 역에 바라는 점


아울러 각 역은, 열차 지연으로 어리둥절해 있는 승강장의 승객들에게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에 분당선 열차 운행 사태를 겪으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조언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중앙방송은 필연적으로 두루뭉술한 상황 설명밖에 할 수 없다. 기관사는 운전을 하느라 긴 이야기는 못 한다. 따라서 해당 위치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은 역에서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서역의 경우, 승강장에 가득차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1. 후속열차 타기 (12분 대기 필요)

2. 3호선-가락시장역-8호선-복정-모란 (분당선보다 6~15분 추가 소요)

3. 지상에서 올라가서 버스 4419(복정역 방면), 500-2(모란역 방면) 탑승 (분당선보다 15~30분 추가 소요)

 

어떤 역 근처에서 운행 중단이 발생할 때, 그 양상은 대체로 정해져있다. 건널선의 위치가 정해져 있으므로 사고 발생 위치에 따라 열차가 운행할 수 있는 최대 구간, 타절 위치 등도 이미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각 전철역은 몇 가지 상황 조합에 따른 운행중단 상황에 따라 대책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운행중단 구간이 상행이냐 하행이나, 건널선이 있는 가천대역 남쪽이냐 북쪽이냐 등에 따라서 열차 지연, 중단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으므로 시나리오도 미리 만들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중단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여러 시나리오 중 해당 조건에 맞는 것을 꺼내어 승객들에게 바로 안내하면 되는 것이다. 평소 이러한 시나리오를 십수 개를 준비해두면 될 것이다. 실제로 열차 운행중단이 잦은 싱가포르 지하철에서는 당역의 열차운행이 중단되었을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대체 버스 목록이 미리 지정되어 있다. 역무원도 빠르게 안내할 수 있고, 승객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운행중단 소식을 들으면 바로 선택하면 되므로, 대안으로의 이행이 매우 빠르다.

 

하지만 코레일 같은 경우 그런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대체 교통수단이 있기야 하겠지만, 승객이 알아서 이용하라는 식이나 혼란과 불편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승객의 우왕좌왕을 막으려면 평소에 코레일이 디테일있는 준비를 해두고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승무원이나 역무원이 승객들에게 어떤 행동을 시킬 것이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면 좋겠다. 특히 기다리라는 지시를 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아직까지 세월호 트라우마가 없어진 게 아니다. 기다리면 승객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인지를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득이 없다면 괜히 승객을 가둬놓지 말고, 빨리 빨리 내보내주어야 한다. 자기들도 상황을 잘 몰라서 그냥 일단 못 가게 막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업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한우진/분당선 전동차

 


맺으며


사고나 운행중단이 발생하면 승객보다 더 고생하는 게 직원들이다. 이번 분당선 사고 때도 역무원들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위해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애가 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또한 여러 열차를 관제하느라 고생한 관제사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코레일을 포함한 철도운영사들은 만년 적자이다. 그러니 인력은 항상 부족하고 안전 개선에 투자할 돈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계신 모든 철도종사자들께 감사드린다.

 

다만 짚고 넘어갈 점은, 이례 상황 대처 및 승객에게 대안 제시가 현재보다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차 운행 중단 자체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차량이 오래되어서 고장이 날 수 있고, 운임을 억지로 낮게 받고 있으니 돈이 없어서 고장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정비를 잘 해도 고장이 나려면 막을 수 없는 게 기계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고장이 날 때 나더라도 그 후의 승객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 해달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코레일의 구성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해당 시점, 해당 위치에서 최적의 대안을 승객들에게 빠르게 정확하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승객에게 뭔가를 시키더라도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여 납득 가능하게 하고 불안도 없애주어야 한다. 이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다. 돈이 없어서 못할 일도 아니다. 창의성과 준비성의 문제이다.

 

안전 하드웨어에 쓸 돈이 없더라도 승객 안내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코레일이 갖고 있는 인적자본과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열차 운행 중단이 발생했을 때, 승객에게 최고의 대안을 적시에 제공하는 철도운영사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배너

포토




철도전문 매거진에 대한 의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