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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철도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서울교통공사 2호선 차량

            

지금은 잘 안 쓰이지만,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이라는 표현이 있다. 바로 일본에 이어서 동아시아에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싱가포르, 홍콩,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나라들은 특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제국주의 시대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빠른 성장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철도의 발전상을 이들 나라에 대입해보아도 매우 흥미롭다.

 

 

운영사와 수송력

우선 싱가포르와 홍콩은 국토가 작은 도시국가이다. 지하철 노선망을 갖추고는 있는데, 특성상 광역철도가 존재할 수가 없다. 도시 밖은 외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서울이나 대만의 타이베이 등은 도시철도와 광역철도가 조화를 이루는 체제로 되어 있다.

 

다만 일본에 비해서는 광역철도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광역철도 신설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고, 타이베이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지하철 차량


또한 비교해볼 것은 철도의 통행방향이다. 싱가포르와 홍콩(마온산선 제외)은 좌측통행을 한다. 이들 나라는 자동차도 좌측통행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시가 만든 지하철은 우측통행, 국가에서 만든 전철은 좌측통행인 방식이다(일산선 예외) 자동차가 우측통행이었기 때문에, 서울지하철부터는 우측통행을 선택했다고 한다.(링크 참조) 대만은 우리나라와 꼭 같은데, 자동차 우측통행, 철도(전철) 좌측통행, 지하철 우측통행이다.

http://cafe.daum.net/kicha/ANo/20722

 

  홍콩지하철 차량

 

운영사의 종류와 개수도 비교해볼만 하다. 현재 싱가포르의 지하철 운영사가 SMRTSBS의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예전에 서울지하철 운영사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 나뉘어 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반면 홍콩에서는 지난 2007MTRKCR이 합병을 하였는데 이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합병한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개별 운영사의 특징도 살펴볼만 하다. 홍콩의 예전 KCR은 원래 지하철보다는 일반철도를 운영하던 회사였다. 타이베이에는 지하철인 타이베이 첩운(MRT)도 있지만, 일반철도에 통근형 또는 근교형 열차를 운행하는 대만 철도관리국(TRA)노선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서울지하철과 코레일 광역철도가 함께 운행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타이베이의 MRTTRA는 요금체계가 별도이다. 즉 우리나라는 아예 회사까지 통합된 홍콩과 별도 요금제를 쓰는 타이베이의 중간 정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이페이 지하철 원후선 


각 노선별 수송력도 비교 대상이다. 싱가포르는 같은 간선 기능이라도 6량 노선과 3량 노선이 있고, 타이베이에는 6량 노선과 4량 노선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10~8량으로 통일된 상태라 규모가 상당하다. 8호선이 6량이고 9호선이 곧 전체 6량이 될 예정이지만, 어쨌든 서울시가 도시철도에서는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편성량수뿐만 아니라 전기 공급방식에서도 비교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DC1500V 팬터그래프 방식이 표준적이지만, 다른 곳들은 3궤조나 DC750V방식을 흔히 볼 수 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노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DC1500V 팬터그래프 방식 노선은 하나뿐이다. 우리나라 도시철도가 그만큼 규모가 큰 것이다.

 

물론 도시가 커서 수요가 많기 때문이긴 하지만, 너무 크면 건설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고, 수송력을 줄이기 위해 운전시격을 늘리다보면 평균대기시간이 길어져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등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에 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요즘 새로 생기는 광역전철들이 모두 41편성을 쓰는 점과, 인덕원-동탄선이 대형이 아닌 중형 차량을 쓰는 점 등이 그동안의 대형 차량 위주 정책의 반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지선급 노선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는 이미 개통된 우이신설경전철과 공사 중인 신림선이 대표적이다. 홍콩에서 이에 비교할만한 노선이라면 홍콩섬 북부에서 남서부로 향하는 South Island Line을 들 수 있겠다. 이 노선 차량은 타 노선과 폭은 같지만 편성량수가 3량이다.

 

 

보조 노선들도 짚어볼 부분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곽 지역 거점역에서의 연계 수송을 위해 소규모 고무차륜 경전철을 순환선 형태로 운행하고 있다.(부킷판장LRT, 센캉LRT, 풍골LRT) 홍콩 역시 북서부 지역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시행중인데(MTR경철) 이 노선은 지상에서 운행되면서 운행계통이 복잡하여 거의 버스를 철도로 옮겨둔 형태이다. 하지만 서울은 이 같은 서비스가 없고, 대신 마을버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순환선과 열차운행계통

순환선의 존재도 흥미롭다. 보통 방사형 노선에 비해 순환형 노선의 수요가 적다는 편견을 깨고 서울지하철 2호선 순환선은 높은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지형 특성상 순환선 구성이 힘든 홍콩을 제외하고 싱가포르와 타이베이에도 순환선이 있다. 싱가포르의 순환선은 마지막 구간이 미개통인 상태인데, 2025년에 전 구간 개통될 예정이다. 타이베이는 현재 공사 중이다. 일단 첫 번째 구간이 내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마침 싱가포르와 타이베이 모두 순환선에 노란색을 부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당선이 노란색을 쓰고 있다.

 


  타이페이 지하철 노선도

 

지역별 수요 불균형 대응을 위한 중간 회사 열차의 존재도 흥밋거리다. 타이베이의 경우 분기노선(중허신루선), 고무차륜 노선(원후선) 같은 특별한 형태가 아닌 경우 중간 회차 열차를 적극 운영하여 수요에 맞는 열차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3호선 구파발이나 4호선 사당, 7호선 온수처럼 중간 회차가 있긴 해도 서울시 내부까지는 모두 운행하는 편이다. 한편 이 같은 중간 회차중에서 흥미로운 점은 홍콩 MTR의 동철선으로서 중국 본토와의 국경이 문을 닫으면 그 전 역까지만 운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철선 종점역(Lo Wu, Lok Ma Chau)들이 국경 사무소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기존 노선에서 삐져나온 단거리 지선 노선의 존재도 흥밋거리다. 서울지하철에서는 2호선 성수지선과 신정지선이 이런 형태이다. 타이베이에서는 신베이터우나 샤오비탄 지선이 있다. 신베이터우는 관광지가 있어서, 샤오비탄은 차량기지가 있어서 유지되며 모두 1개역 구간이다.

 

  싱가포르 지하철 노선도


싱가포르 MRT에서는 동서선의 타나메라-창이공항 구간이 이러하다. 다만 성수지선 성수역과 신정지선 까치산역은 한 방향만 평면환승이 가능한데, 타나메라역은 23선 구조이고 지선이 가운데 선로(중선(中線))에 진입하여 양문을 모두 열기 때문에 양방향 평면환승이 된다는 점은 우리보다 우수하다. 물론 홍콩 MTR의 디즈니랜드 선처럼 우리와 동일한 구조도 있다.

 

 

평면환승과 소프트환승

이처럼 평면환승은 가장 편리한 환승 구조라는 점에서 각 지하철의 우수성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현재 서울지하철에서 양방향 평면환승이 되는 역은 김포공항역 하나뿐이다. 방향별 복층형 쌍섬식 승강장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시청역, 라플스 플레이스역, 베이프론트역 등 같은 구조의 평면환승역들이 많다. 타이베이도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는 중정기념관역, 동멘역, 구팅역, 시멘역 등이 모두 평면 환승이 가능하다.

 

  홍콩지하철 노선도


홍콩 MTR도 몽콕역 등에서 방향별 복층형 쌍섬식으로 평면 환승이 가능하다. 이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역은 야우통과 티우켄렝의 연속 역으로서, 티우켄렝은 동일방향 평면환승, 야우통은 반대방향 평면환승을 다음 역에 붙여두어, 승객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더라도 평면환승이 가능하게 해두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개화역에서 인천공항을 갈 때도 평면환승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방향별 복층형 쌍섬식 구조는 평면환승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애초에 이 같은 평면환승이 많이 시행된 것은 미완성 노선간의 직결운행이 적극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모두 몇몇 노선들이 일부만 완성되었을 때 서로 간에 직결운행을 실시했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별도 노선인 타이베이의 적색선과 녹색선은 한때 한 노선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우를 찾기 힘들다. 그나마 예전에 2호선 전 구간 개통전 성수지선과 본선이 직결운행을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서울연구원에서 9호선과 5호선의 직결 제안이 나오고, 리셔플링이라는 노선간 직결방안도 나왔지만 흐지부지 된 바가 있다. 애초에 준비 없이 나중에 시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것을 잘 시행했던 나머지 3개국의 사례는 우리의 연구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한편 전용 환승통로를 통하지 않고 외부의 비운임구역(free area)으로 나왔다가 다시 운임구역(paid area)로 들어가도 환승상태가 유지되는 소프트환승’(soft 換乘)도 이들 나라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경의선 서울역에서만 시행중이지만, 홍콩에서는 침사추이-이스트 침사추이간, 싱가포르에서는 부킷판장역이나 탬핀스역, 뉴턴역 등에서 시행중이다.

 

다만 우리나라와 홍콩의 소프트 환승의 시간 제한이 30분인데 비해, 싱가포르는 15분으로 좀 짧은 느낌이 있다.

 

 

요금제도

이렇게 시간에 대해 엄격한 것은 싱가포르 지하철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지하철은 한번 운임구역에 들어가면 5시간 동안 유효하다. 5시간 안에만 비운임구역으로 다시 나오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들어간 역으로 다시 나와도 5시간이 가능하다. 홍콩도 같은 역에서 다시 나올 때는 20분 이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150분까지 가능하다. 타이베이는 같은 역은 15, 다른 역은 120분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MRT는 다른 역을 갈 경우에도 거리에 따라서 매우 촘촘하게 시간 제한을 걸고 있다. 일단 동일역에서 다시 나올 때는 20분 이내이고, 1~4개역 40, 5~9개역 60, 10~15개역 75, 16~24개역 100, 24개역 초과 시 120분이다. 보통 철도동호인들은 최대한 많은 구간을 최저의 비용으로 타보기 위해 비운임구역으로 나오지 않고 오랫동안 열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일을 하기가 꽤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네 나라의 지하철 기본요금도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1250원인데, 타이베이는 16TWD(584), 홍콩은 3.8HKD(544), 싱가포르는 0.77SGD(630)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가 비싼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장거리를 가더라도 요금의 증가폭이 꽤 적다.

 

대신 다른 나라들은 멀리 갈수록 요금이 빠르게 올라가는 체제다. 특히 거리에 따라 단순하게 운임을 책정하는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들은 노선이나 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운임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은 노선별로 기본요금이 다르며,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해저터널을 지나면 추가요금을 받는 식이다.

 

 

운전방식과 개통시기

무인운전을 하는 노선들도 살펴보아야 한다. 싱가포르에는 꽤 많은 노선이 무인운전 중이며, 홍콩에서는 사우스 아일랜드선이 2016년 처음으로 무인운전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서울 안에 들어오는 노선 기준으로 신분당선이 2011년에 시작했고, 서울시 관할 노선으로는 우이신설경전철이 무인운전을 시작한지 갓 1년 되었다. 한편 타이베이는 좀 흥미로운데 1996년에 최초의 도시철도가 개통되었는데 그 노선이 마침 무인운전 노선이었다.

 

 

내친 김에 각 도시의 최초 개통 시기도 알아보자. 우리나라는 서울지하철 1호선(종로선)1974년에 개통했다. 홍콩 MTR이 그 다음으로 1979년 개통했다.(쿤통선) 싱가포르는 1987년에 남북선이 개통되었다. 반면 타이베이는 대도시치고는 상당히 늦어서 1996년에야 첫 노선인 원후선이 개통되었다.

 

지하철에 지정석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홍콩 MTR의 동철선에는 추가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특급형 좌석의 객실 칸이 있다. 이는 동철선이 애초에 일반철도를 지하철로 만든 형태이기 때문에 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인선 전철이 1974년에 지하철처럼 바뀌었지만, 기존과 같은 크로스시트 객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경춘선에 ITX-청춘 열차가 생겼지만 전석 지정석인데다가 운임체계 자체가 달라 홍콩과는 개념이 다르다.

 

 

홈페이지와 교통카드

네 나라 지하철 운영사들은 모두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교통공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지원한다. 홍콩 MTR은 영어와 중국어를 지원하는데 나라 특성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자국어만 지원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싱가포르는 영어만 지원하고 있는 게 아쉽다. 반면 타이베이 지하철은 중국어가 기본이지만, 영어와 일본어 홈페이지를 지원하고 특히 한국어 페이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반갑다.

 

 

한편 네 나라 모두 교통카드가 쓰이고 있는데 일단 교통카드에 대한 표현 자체가 다른 점이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교통카드에 충전을 한다고 말한다. 영어로는 charge라고 표현한다. 이때 충전에서 이란 돈 전()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기 충전을 의미하는 충전(充電)도 아니다. 빈 곳을 메꾼다는 의미의 충전(充塡)이다.

 

그런데 대만이나 싱가포르에서는 충전이라는 영어단어로 charge가 아닌 ‘top-up’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홍콩은 또 달라서 ‘add value’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게 같은 내용도 표현을 달리 쓴다는 점이 흥미롭다.

 

  티머니 교통카드

 

  홍콩 옥토퍼스카드


네 나라 모두 지하철이 고도로 발달한 만큼, 교통카드는 당연히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는 티머니(t-money)가 대표적이고 타이베이에서는 이지카드(easycard), 싱가포르에서는 이지링크카드(EZ link card), 홍콩에서는 옥토퍼스카드(octopus)이다. 이들 카드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환승도 가능하지만 물론 조건들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4회 환승(5회 이용)에 지하철이 연속만 아니면 제한이 없지만, 싱가포르는 5회 환승(6회 이용)에 지하철은 한번만 포함할 수 있는 식이다.


 

    대만 이지카드 


   대만 이지링크카드


또한 우리나라에도 서울시가 지분을 갖고 있는 티머니외에 캐시비가 같은 또 다른 카드가 있듯이, 외국도 마찬가지다. 타이페이도 이지링크카드 외에 iPASSes, iCASH 등의 카드가 있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운영을 하고, 교통카드 운영은 한국스마트카드라는 곳에서 따로 하듯이 싱가포르에서도 지하철 운영사와 별개로 교통카드 운영사가 사업을 하고 있다. (Transit Link)

 

 

지하철 문화

지하철 문화도 생각해볼만한다.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별명답게 지하철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한다. 네 나라를 비교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하철 내에서의 취식 행위다. 싱가포르에서는 지하철 객실이나 승강장 등에서 뭔가를 먹으면 벌금이 500싱가포르달러(41만원)이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고, 음식은커녕 물도 안 된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진데 홍콩이 2000홍콩달러(29만원)이고, 타이베이가 7500대만달러(27만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티켓으로 지하철에서 먹지 말라고는 하지만,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사실 딱히 벌금 제도가 없더라도 뭔가를 먹는 사람 자체가 없다. 승강장에 캔 음료 자판기 등이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조심하면서 알아서 먹고 버리고 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편이다.

 

사실 이 부분이 다른 세 나라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나머지 세 나라들은 날씨가 덥다보니 음식을 흘릴 경우 위생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있을 것 같다. 또한 중화권인 나머지 나라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외식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서 싸 가지고 가는 소위 테이크아웃 문화가 크게 발달했기에, 이렇게 음식을 들고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지하철 안에서 펴놓고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테이크 아웃이라고 말하지만, 홍콩 등에서는 테이크 어웨이(takeaway)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는 딱히 벌금 등으로 제재를 하지 않아도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다. 다만 대만에서는 똑같이 도심을 달리는 지하철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MRT노선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TRA노선에서는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TRA는 일반철도를 운영하다보니 같은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인선(1호선) 열차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공항철도

한편 네 나라 모두 공항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항철도는 인천공항-김포공항-서울역이 모두 이어져서 편리하다. 강남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하지만 평면환승 1번으로 가능하고 직결열차도 운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공항철도

 

반면 싱가포르는 공항 쪽에 지선이 설치된 구조라 무조건 환승을 한번 해야 한다. 평면환승인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세 나라와 달리 특급형 열차가 없고, 통근형만 있다. 홍콩은 조금 독특한데, 우리나라로 치면 직통열차만 운행되고, 일반열차는 운서역까지만 운행되는 식이다. 저렴한 일반열차는 공항 근처 뚱충역까지만 운행되므로 공항까지 가려면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홍콩의 공항 직통열차는 중간 역에도 정차하지만, 게이트(자동개집표기)에서 방향을 차단하여 공항역 이용 승객만 받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태그를 한번만 해도 되며, 홍콩공항 공항철도 승강장에는 개집표기 자체가 없다. 도심으로 갈 때는 하차 역에서만 태그하면 되고, 공항으로 갈 때는 승차 역에서만 태그하면 된다.

 

타이베이의 공항철도는 시발역이 기존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항철도와 유사하다. 반면 독특한 점은 직통열차와 일반열차의 운임이 같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공항철도처럼 특급형과 통근형으로 내장이 다르고 직통열차의 정차역이 더 적지만 운임이 같고 서로 간에 환승도 가능하다. 서로 1:1로 운행되므로 승객은 알아서 편한 차를 타면 된다.

 

공항철도와 연계된 도심공항터미널도 다르다. 우리나라와 홍콩은 공항철도 직통열차를 이용해야만 도심공항터미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도심공항터미널(City Airport Terminal)이라고 부르고, 홍콩에서는 인타운 체크인(In-town Check-in)이라고 부른다.

 

반면 타이베이에서는 우리나라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처럼 공항철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도심공항터미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름은 홍콩처럼 인타운 체크인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에는 도심공항터미널 자체가 없는데, 창이 공항이 도심에서 가까운 편인게 이유일 수 있다. (시청~공항 27)

 

                                                         ◆

 

아시아의 용 네 나라의 지하철을 비교해보면서 각 나라의 개성들이 철도 시스템에 많이 녹아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은 단순히 공학적인 토목, 기계 덩어리가 아니라, 그 나라와 그 도시의 인문사회상을 담고 있는 문화수단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각 도시 지하철에 바라는 점이라면, 교통카드의 구입과 환불을 쉽고 간단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선입견과는 달리 외국인용 전용패스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리안투어카드니 엠패스니 하는 식으로 외국인 특화 제휴 카드를 내놓으려고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라서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 타이베이에서는 펀패스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원하는 것은 효용성을 확신할 수 없는 비싼 패스가 아니고, 돈 계산이 명백하고 사용방법이 단순한 카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창이공항역의 교통카드 창구가 21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밤비행기를 타는 승객은 카드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티머니 정상카드 환불을 공항철도 인천공항역에서 할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는 가능하지만, 물건 팔기 바쁜 편의점에서 카드 환불을 요청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인천공항에 티머니 카드 환불전용 키오스크 기기를 마련한다면 편리할 것이다. 이것만 자동으로 간편하게 해주어도 큰 서비스 개선이 된다.

 

한편 외국인이 티머니 환불을 받아갈 때 원화로 받아갈 수도 있겠지만, 자국(달러화, 엔화, 위안화)의 화폐로 받아갈 수 있고 끝전은 동전으로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동전은 귀국하고 집에 가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화를 받기 위해 기계에 넣은 동전을 사용하면 된다. 환율을 운영사에 유리하게 설정하면 손해 볼 것도 없다.

 

더 나아가 티머니 환불금을 알리페이나 페이팔, 심지어 비트코인으로 제공하는 방법까지 있다. IT강국이라면 뭔가 혁신적인 것을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4개국을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도 대륙과의 연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콩은 본토로 가는 고속철도가 개통되었고, (923), 싱가포르도 비록 연기되긴 했으나 말레이시아행 고속철도를 구상 중이다. 우리나라가 대만처럼 섬나라로 남아 있을 것인지, 홍콩처럼 대륙과의 연결을 통해 정치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선택은 자명하다.

 

이밖에도 네 나라 모두 한자문화권으로 얽혀있는만큼, 지하철 운영사간 협력이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종 기술교류도 좋고, 더 나아가 교통카드 호환 등도 가능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네 나라가 힘을 합치면 일본과 중국의 견제를 넘어 동남아나 세계 진출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나 대만은 말할 것도 없고,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작아 보이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나 철도동호인들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홍콩과 싱가포르가 나라가 작긴 해도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철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부족하긴 해도 다양한 모습의 철도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철도동호인들이 활동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크게 인상을 받았던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철도동호인을 주로 rail fan이라고 부르는데 싱가포르에서는 train enthusiast라고 부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향후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이들 아시아 4개 국가간에 철도동호인들의 교류도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홍콩 https://www.checkerboardhill.com/2013/02/railfans-guide-to-hong-kong/

싱가포르 https://www.sgtra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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