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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현직 역무원이 뽑은 '진상손님' TOP3

취객,잡상인,종교활동

▲역무실에 있는 모니터.수시로 확인하면서 이상유무를 체크한다.(출처: 공항철도 안내센터)


얼마 전, 현직 기관사가 뽑은 '진상 승객 TOP3'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비단, 철도라는 교통시스템이 돌아가는데 있어서 기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기관사가 한다면, 승객을 맞이하는 순간과 배웅하는 순간은 역무원들의 몫이다. 전철역에서 승차하고, 전철역에서 하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현직 역무원이 뽑은 '진상승객TOP3'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전동차 기관사로 근무하다가, 13년 전 역무원으로 보직 변경 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역무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역무원 역시 현장 근무자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익명을 요청하였다.


옛날에는 역무원이 직접 전철역에서 승차권도 판매하였지만, 교통카드가 보편화되면서 매표소가 사라지고, 역무실의 명칭도 '고객안내센터' 혹은 '고객지원센터'로 명칭이 바뀌어 각 운영기관마다 철저하게 '고객지향,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리 예전에 비해 역무원과 승객간에 마주치는 일이 없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역무원들이 느끼는 '진상승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음주는 괜찮지만, 과도한 음주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


1.'과유불급', 기분좋을 정도의 술은 괜찮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아니되오 - 취객


역무원들 역시 교대근무를 한다. 주간에 근무를 하는 날이 있고, 야간에 근무하는 날이 있다. 하지만 역무원들 기피대상 1호 승객인 '취객'들은 주로 야간에 많이 보인다고 한다. '취객'은 역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승객유형이다. 같은 취객이라 할 지라도 기분좋게 적당히 술을 마신 승객들은 오히려 역무원들로 하여금 힘이 나게 한다고 한다.


간혹 순회를 하다가 어떤 승객이 나가는 출구 번호를 물어볼 때, 자세히 알려드리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환한 미소로 '어이구~ 고오맙스읍니다아~ 하하하, 거 참 인상이 훤하시네~ 고마워요~!! 밤늦게까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면서 다소 과하게(?) 인사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특히 나이대가 젊은 역무원이 아버지뻘 되는 중간정도 취한 승객들을 응대하면서 과한(?) 인사를 받으면 그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심히 가셔야 될텐데' 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고 한다. 주중에 이런 취객을 만나면 '밑에서는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치이고, 회사생활이 원래 힘들죠' 라며, 같이 근무하는 근무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인사불성의 취객이다. 막차시간이 되면 역무원들은 다급해진다. 특히,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에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더 바빠진다. 막차가 비교적 일찍 끊기기도 하지만, 지하철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막차를 놓쳐버리면 승객들이 콜택시를 불러야되기 때문이다. 기본요금 1,25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3,000원씩이나 내고 가야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막차에 모두 태워 보내야한다. 하지만 인사불성의 취객들은 그야말로 통제불능인 상태가 많다고 한다.


이럴땐 취객 한 명 상대하느라 다수를 못 챙기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역 근무자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하다고 한다. 이런 취객들은 주로 금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이 많으며, 아주 가끔 월요일 저녁에도 많다고 한다. 금,토요일엔 친구들끼리 마시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월요일에 마시고 오는 승객들은 대부분 '월요일부터 직장 상사한테 호되게 당하니까 '기분이 별로네? 한잔해~ 김 부장? 부장이면 다야? 내가 진짜 확 마 그냥! 어우~' 하면서 마시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상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정말 운없으면 이런 진상 승객들이 괜히 역무원들한테 화풀이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니, 역 직원들의 고충이 어느정도일 지 짐작이 갔다.특히, 막차시간 역시 막차가 출발한 이후에는 역사내에 근무자 외엔 아무도 없어야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 취객들을 역사 밖으로 유도하느라 진땀을 뺀 적도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원칙상 막차가 떠난 후, 역사내에 근무자 이외 허가받지 않은 인원이 남아있을 경우, 해당 역 근무자들은 미허가 인원이 역사 밖으로 나갈 때까지 출입문 셔터를 닫을 수가 없다. 셔터를 늦게 닫을 수록, 근무자들의 휴식시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지만, 부득이하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될 경우, 미리 가족이나 지인한테 연락하여 하차역에서 마중나오게 할 것을 권장하였다.


▲객실에 잡상인 신고가 들어오게 되면 역무원들은 객실을 정신없이 수색해야한다.



2. '골라골라~ 싸게싸게~' - 역사내 잡상인


잡상인들도 역무원들이 기피하는 승객유형 중 하나다.




전동차내에만 잡상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역사내에도 잡상인들이 존재한다.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역 위주로 잡상인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문제는 잡상인들이 승객들의 통행로에 버젓이 자리를 펴고 장사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승객들의 혼잡만 가중시키고, 비상상황 발생시 승객들의 원활한 대피를 막는다는 점에서, 역무원들에게 있어선 이들의 퇴치도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더욱이 잡상인들은 자리를 펴고 다시 정리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바닥에 깔판 같은걸 깔고, 준비해온 물건을 진열해두면 장사준비는 끝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격표 같은게 따로 없기 때문에 그들이 부르는 것이 바로 물건 값이다. 따라서 승객들은 저품질의 물건을 비싸게 살 수도 있는 것이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거기다 구매직후,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보상조차 받을 수가 없다. 잡상인들은 늘 이동하면서 물건을 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당 운영기관에 항의할 수도 없다. 운영기관에서는 잡상인들을 단속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지 잡상인들이 파는 물건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내 잡상인뿐만 아니라 전동차내 잡상인들도 역무원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서울을 기준으로 전동차의 전체 길이는 10량 기준 약 200m, 8량 기준 약 160m 정도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내에 잡상인이 나타나 객실환경을 저해시키고 있을때, 한 승객이 콜센터에 문자로 신고를 한다. 그러면 관제실에서 해당 열차 승무원한테 잡상인이 있으니 다음 역에서 역무원 수신호에 의해 출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또한, 해당 열차가 도착하는 역의 역무실에도 호출이 가고, 관제실 호출을 받은 역무실에서는 역무원이 미리 승강장으로 가서 잡상인이 타고 있는 객실 위치에 대기하여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잡상인을 끌어내게 된다.


상황에 따라 승무원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열차 진행방향 기준 앞에서 6번째 객실에 잡상인이 있을 경우, 해당 열차 승무원은 왕복 약 200m가 넘는 거리를 전속력으로 뛰어야한다.역마다 정차시간은 30초, 혼잡역은 1분가량이지만 잡상인들이 하차요구에 바로바로 응할 리가 없기 때문에, 또한 승객들 동향도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승무원이 직접 잡상인 강제하차를 시킬 경우, 평소보다 더 지연이 될 수밖에 없다. 승무원이 우사인볼트처럼 달리기를 잘하지 않는 이상, 열차내 잡상인 강제하차는 역무원들이 처리하는 것이 그나마 열차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종교활동인 강제 하차를 위해선 역무원들이 전체 객실을 수색해야만 한다.전동차 객차 한 량의 길이는 서울지하철 기준 약 20m이다. 객차 한 량의 길이가 20m인 전동차


3. '나 잡아봐라~ ' - 종교활동하는 사람들


사실 객실내 잡상인들, 종교활동하는 사람들 역시 기관사나 역무원 모두 기피대상 승객유형이다. 기관사 입장에서도 이들은 객실을 시끄럽게 하고, 열차운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피대상에 속하지만, 역무원 입장에서도 잡상인, 종교활동하는 사람들은 기피대상에 속한다. 강제 하차 과정에서 이들은 대부분 고분고분하게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역무원이 강제 하차를 요구할 경우, 십자가나 기타 다른 도구로 휘두르며 불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종교활동하는 사람들은 잡상인들에 비해 이동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 잡상인들은 한 객실에서 몇 십초간 상품 설명을 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미리 녹음해온 카세트를 틀거나, 자기 설교만 하면서 전체 객실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활동하는 사람이 있으니 강제 하차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게 되면 역무원들은 진이 빠진다고 했다.


잡상인들의 경우엔 해당 객실의 위치만 알려주면 역무원들이 대기하였다가 곧바로 강제 하차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종교활동의 경우엔 위치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역무원들도 어느 객차에서 대기를 해야되는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일부 종교활동인은 심지어 역간 이동거리 최장 3분(1호선 평택~성환 구간은 약 10분)동안 전체 객차(200m)를 몇 바퀴씩 왔다갔다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빠르다보니, 마치 경찰이 강도를 추격하듯이 본의아니게 쫓고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빠른 시간내 강제 하차를 위해 상주인원이 비교적 많은 역에서는 4~5명의 역무원이 동시에 열차에 진입하여 해당 승객을 강제 하차시키는 경우도 있고, 상주인원이 적은 역에서는 열차 도착 전, 대강 종교활동인의 위치가 파악되는 객차 위치에 2명 정도의 역무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동시에 진입하여 강제로 하차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잡상인에 비하면 종교활동인은 신고가 들어오는 빈도가 현저하게 적지만, 한 번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퇴치하기 어려운 유형이 바로 종교활동인이라고 역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역무시설 자동화로 인해 승객과 역직원이 서로 접촉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렇다고해서 역무원들이 겪게 되는 진상승객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어딜가나 분위기를 흐리는 무리가 있듯이, 지하철역사에도 질서를 저해하는 승객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역무원들의 경우 역사내 뿐만 아니라 전동차내 잡상인이나 취객, 종교활동인들을 강제로 하차시키는 업무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현장근무에서 오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승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역사내, 열차내 잡상인들을 통한 물건 구매를 하지 말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지하철역만큼 시장이 잘 형성되는 곳도 없고, 시장은 경기 흐름을 타지만 지하철역은 경기 흐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장사가 잘되면 잡상인들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장사가 안되면 잡상인들도 물건 판매 장소를 다른데로 옮기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승객들이 잡상인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잡상인 퇴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충고하였다.


또한, 차내 질서유지를 방해하는 승객 발견시 노선도나 출입문 상단에 붙어있는 콜센터로 문자 신고를 적극 활용해줄 것도 당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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