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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영업/서비스

새마을호를 기억하다

지난 4월 30일, 49년만에 운행종료. 400여명 송별행사 참여


'철길 위의 왕자', '철길 위의 우등고속버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 거리마다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봄이 찾아왔다.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봄이다. 전국에서 봄과 관련된 행사가 개최되고, 주요 여행지에는 봄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록, 때때로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예전만큼의 봄 내음을 만끽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마다 봄꽃 관련 기사가 보도되는 걸 보면 4월은 아직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특히, 지난 4월은 매체마다 봄꽃 관련 기사 외에 추가적으로 다른 내용의 기사가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루어졌다. 바로 지난 49년간 수많은 국민들과 동고동락했던 아주 친근한 열차 하나가 안전상의 이유로 철길 위를 영원히 떠나게 된 것이다. 특급열차의 대명사 '새마을호' 이야기다.


▲92년 새마을호의 모습.(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나라 새마을호 열차의 시초는 1969년 등장해 서울~부산을 왕복했던 '관광호' 열차이다. 당시 최고급 설비로 무장하고 서울역을 출발하여 대전,동대구,부산역에만 정차했던 이 열차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10분만에 주파하는 '특급 열차'였다. 이후, 관광호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에 의거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경제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마을호'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최고급 설비로 무장했던 새마을호는 인쇄매체에서도 언급되었다.(출처: 레일앤라이프 매거진)


'새마을 운동'이 펼쳐지던 당시 새마을호의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났다. 국민들에게 있어서 새마을호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였고, 철길 위에서도 비둘기호나 통일호 같은 완행열차들은 새마을호가 통과하면 꼼짝없이 중간역에 멈춰 새마을호가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야될 정도로 엄청난 위상을 자랑했다. 새마을호는 '철길 위의 왕자'였기 때문에 새마을호가 '떴다' 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열차들은 '새마을호가 지나갈 때까지 일단 피하고 '보자'였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식당차에 최고급 호텔식이 메뉴로 등장하고, 넓은 창문과 좌석공간, 그리고 획기적인 소요시간까지 단축시켰던 새마을호는 승객들에게 있어서 '로망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KTX의 개통은 새마을호의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새마을호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KTX가 불러일으킨 속도혁명과 무궁화호의 저렴함 사이에서 새마을호는 중간에 끼여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KTX 개통 이후 새마을호에 대한 인식은 '오면 타고 안오면 안 타는 차, 비싸기만 하고 느린 차'였다.


이처럼 위상이 추락한 새마을호는 이전만큼의 명예를 떨칠 수가 없게 되었고, 여객철도 이용수요 또한 빠르게 가려는 KTX 이용객들과 좀더 저렴하게 가려는 무궁화호 이용객들로 갈리게 되었다. 결국 승객들 사이에서 새마을호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타는 열차가 되었다.


▲ITX-새마을호의 등장은 기존 새마을호의 입지를 더욱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경부선을 비롯하여 주요 간선노선을 누비던 새마을호는 동해선, 경의선, 진해선과 같은 '한적한' 노선으로 '좌천'되었고, 2014년에는 새마을호를 대체할 시속 180km급 전기동차인 ITX-새마을호가 개통되면서 '구형 새마을호'는 전국적으로 '생계가 위협받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생계가 위협받는' 처지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ITX-새마을호가 개통되고나서도 한동안 새마을호는 호남선,전라선,동해선에서 계속 운행되었다. 적어도 ITX-새마을호 열차의 발주분이 모두 영업운행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ITX-새마을호 열차가 빠른 속도로 영업운행에 투입되고, 포항을 오가는 동해선도 KTX가 개통되면서 서울~동대구~포항간 새마을호마저 사라지자 새마을호는 비전철화 노선인 장항선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오게 되었다.


장항선에서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새마을호. 하지만 지난 4월 30일 장항선 익산발 용산행 #1160열차를 끝으로 새마을호는 영원히 철길 위를 떠나게 되었다. 지난 4월 한달내내 코레일에는 새마을호 연장운행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코레일측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4월 30일 이후로 구형 새마을호 운행은 없다고 하였다.


○ 다양한 수식어를 남긴 새마을호


▲새마을호는 한국철도에 '동차(動車)'의 시대를 열어주었다.


그렇다면 철로 위를 떠난 새마을호가 남긴 수식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 동차(動車) 시대를 연 선구자


마지막에 은퇴를 한 새마을호는 '객차형'이다. 기관차가 앞에서 견인을 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약 5~6년전쯤만 하더라도 동차형 새마을호가 전국을 누비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동차형 새마을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도입되었는데, 맨앞과 맨뒤에 동력차가 있어서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어주는' PP(Push-Pull)' 방식이었다. 일명 PP동차라고도 불린다.


한국철도의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처음부터 동차형 차량이 철로 위를 누볐던 것은 아니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인 특성상 앞에서 기관차가 끌고가는 객차형 열차가 주로 운행되었으나,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새마을호를 비롯한 최신형 동차가 끊임없이 도입되었다.


동차형 열차는 객차형 열차에서는 누빌 수 없는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앞뒤가 똑같다보니 종착역에서 기관차의 위치변경을 위한 시간소모가 필요없게 되었고,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다보니 철도시설물이 받게 되는 부담 역시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가감속 성능도 객차형에 비해 좋다보니, 승차감 또한 향상되는 장점도 있었다. 물론 동차형은 승객 수요에 맞춰 객차를 분리/추가하기가 어렵고, 정비가 가능한 장소가 특정지역에만 있다보니 이로인한 정비비용이 늘어난다는 단점도 존재하였지만, 단점보다 장점에서 나오는 이익이 상당히 크다보니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객차형보다는 동차형 열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음 또한 객차형에 비해 다소 조용하다보니 승차감도 한층 향상되었다. 당시 새마을호를 운행하던 철도청도 동차형 열차의 장점들에 주목하여 새마을호 이후에도 수많은 디젤동차들이 도입되었고, 전철화가 되면서 전기동차가 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안락한 좌석과 넓은 좌석공간은 새마을호에서만 누빌 수 있다.


② 한국철도 현대화에 앞장선 주역

 

새마을호는 KTX가 개통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최고 등급 열차로 운행되면서 선진적인 철도 서비스 제공에 앞장섰다. 우등고속버스와 비슷한 형태의 좌석,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간접조명, 자동문과 누워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좌석 간격, 서울의 주요 호텔 수준의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차, 그리고 승차감 향상을 위한 고급형 대차(바퀴셋트)가 사용되었다.


또한, 새마을호는 기존의 비둘기,통일호,무궁화호와는 달리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유선형 디자인이 고속주행시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마을호의 도입은 추후 신형 전기기관차의 디자인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 아듀! 새마을호!


▲2018년 4월 30일의 새마을호.


이처럼 1969년부터 49년동안 한국철도계에 큰 획을 그어준 새마을호. 49년간 대한민국 국토를 누비던 구형 새마을호는 지난 4월 30일 익산발 용산행 제 1160열차 운행을 끝으로 철길 위를 영원히 떠나게 되었다. 구형 새마을호가 떠난 지도 어느덧 보름이 다되어가고, 구형 새마을호의 빈 자리는 경부,호남,전라선의 경우 신형 전기동차인 ITX-새마을호가, 장항선에는 기존의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한 새로운 모습의 새마을호가 대신해주고 있다.


하지만 철길 위 우등고속버스라 불리던 새마을호였기에, 좌석의 편리함과 안락한 승차감 하나만큼은 오히려 KTX보다도 우위였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구형 새마을호를 잊지 못하고 있다.


▲구형 새마을호 운행 종료를 아쉬워하는 '메모 남기기' 행사가 새마을호 열차안에서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운행을 종료하던 지난 4월 30일 밤 11시 10분, 서울 용산역에는 약 4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새마을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었다. 2004년 통일호가 은퇴하던 당시에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통일호의 은퇴보다는 속도혁명이라 불리는 KTX의 개통에 맞춰져 있었지만, 지난 구형 새마을호의 운행 종료에는 철도동호인 뿐만 아니라 제 1160열차에 승차했던 승객들, 그리고 주요 언론사 방송촬영팀들도 다수 몰려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은퇴'가 되었다. 특히, 지난 4월 30일 익산발 용산행 제 1160열차의 경우 전 구간 좌석은 물론 입석까지도 매진되어 주요 기차역 매표창구에서는 입석표 문의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구형 새마을호의 은퇴는 국민들에게 있어서 또다른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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