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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사람

세상과 소통하는 기차역 - 강병규 전 황간역장을 만나다.

폐쇄위기에서 열정과 합심으로 황간역을 지역의 명소로

▲시(詩)가 있는 황간역


황간역.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에 있는 기차역이다. 현재 영업 중인 기차역 중에서 경부선 철도의 정중앙점에 가장 가까운 역이다. 황간역은 이미 메스컴에도 수 차례 전파를 탔고, 시(詩)가 있는 역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황간역이 처음부터 시(詩)가 있는 역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때는 수요가 저조하여 폐쇄위기까지 갔었다는 황간역. 하지만 지금은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지역에선 '명소'가  되었다.


폐쇄위기였던 시골의 조그마한 기차역이 방송 출연을 할 정도로 지역의 명소가 되기까지는 황간역 역장으로 근무했던, 지금은 역무운용원으로 근무 중인 강병규 황간역 전 역장의 공이 매우 컸다.


오늘날의 황간역을 있게 해준 강병규 황간역 전 역장을 지난 9일 만났다. 때마침 3월 9일은 황간역에서 3인 3색전 개최를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황간역 가는 길.서울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1207열차를 이용했다.


서울에서 황간역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번 있는 우등고속버스를 이용하거나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황간역에서 황간공용버스정류소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안팎으로 매우 가깝다.


▲ 2014년 7월에 황간역에서 개최되었던 도담 고은선 개인전.


사실 황간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4년 전, 황간역에서 개최되었던 개인전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했었다. 4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도 이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강 전 역장의 활약상을 접한 상태였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TV속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실물로 보는 느낌이랄까.


▲대전행 승차권을 발권중인 강병규 전 황간역장.


상,하행 합쳐서 총 15편의 열차가 정차하는 황간역에서 한창 승차권 발권업무를 하고 있던 강 전 역장을 만날 수가 있었다. 서울역이나 부산역 같은 주요 역에서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자동발권기를 이용하지만, 황간역은 자동발매기가 없다보니, 역무실에서 직접 승차권을 발권해주고 있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승강장을 살펴보며 지적확인을 하고 있는 강 전 역장.


첫 질문을 하기도전에 하행선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했다. 아무리 시골기차역이라지만 시골기차역일 수록 고객안전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서울역이나 부산역처럼 주요 역들은 승강장에서 내리면 곧바로 지하도나 육교를 통해 맞이방으로 연결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골기차역들은 열차 승하차를 위해선 반드시 구내철길을 건너야하기 때문이다. 상행선에는 열차가 정차했는데 하행선은 열차가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통과열차에 사고를 당할 수가 있기 때문에 강 전 역장은 승강장에 단 한 명의 승객이라도 남아있지 않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Q.철도원으로 몇 년정도 근무를 하셨나요?


A. 1976년 12월 17일에 철도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42년째가 되었네요. 사실 정년퇴임하고나서 속으로 '내가 철도에서 몇 년째 일하고 있지?' 하고 일부러 계산해 본적은 없는데, 지금 계산해보니까 벌써 40년이 넘었네요(하하).


초창기 약 20년은 역과 열차승무 등 영업현장에서 일했고, 지방철도청, 본청을 거쳐 공사로 전환한 이후에도 본사와 지사, 지역본부에서도 근무했습니다. 코레일인재개발원에서 서비스아카데미센터장을 맡기도 했고, 다시 철도 최일선인 역에서 철도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그러잖아요? 일을 제대로 배우려면 현장에 가야된다고,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배워야 성장할 수 있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까 저 또한 현장에서 시작해서 일을 배우고, 본사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장으로 왔는데, 초창기에 현장에서 근무했을 때랑 지금이랑은 감회가 좀 남다르네요.



Q. 황간역에서 근무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이신가요? 아무래도 각종 전시회나 행사가 성황리에 종료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특히 언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 물론 한때 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던 황간역을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탈바꿈시켜 철도역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철도원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철도원으로서의 제 보람은 아주 사소한 것이에요. 플랫폼에 나와 기다리다가, 기차에서 내리는 손자나 손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달려가는 노부부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 내가 철도에서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반대로 노부부가 서울에서 온 자녀, 손자들과 함께 기차역에 와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기차를 기다리다가, 서울행 기차가 떠날 때, 눈을 떼지 못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면 저 또한 짠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그런 게 다 사람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하하)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아무런 사고없이 하루를 마칠 때, 저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보람이라는 게 꼭 거창해야된다고 보진 않거든요. 사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에서도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루하루가 보람찬 것 같네요(하하)



Q. 황간역이 문화와 예술이 흐르고 소통이 있는 공간으로 가꾸기 시작했을 당시 이용객이나 주민분들 반응은 어떠셨나요? 황간역처럼 볼거리 많은 작은 기차역도 많이 없기 때문에 황간역을 방문한 승객분들의 반응도 엇갈렸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한 황간역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승객은 없었는지, 전반적인 반응이 좀 궁금합니다.


A. 실제로 '어우 기차역이 뭐 이리 번잡해?' 라는 반응을 보였던 여행객들은 없었어요. 오히려 '어머어머' 이런식으로 감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역을 자랑스러워해요. 전국 어딜가도 황간역만큼 잘 꾸며진 기차역도 드물기 때문이죠.


도시에서 손님이 오면 일부러 데리고 와서 황간역을 구경시켜주는 이들도 많습니다. TV 등을 통해 황간역이 빈번하게 소개되면서 영동 황간지역도 전국에 홍보가 되니까 고마워하지요.철도 이용객들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으니 사진도 찍고 시도 읽으면서 좋아합니다.


(실제로 황간역을 둘러보다가 필자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셨던 정희성 시인이 쓴 시(詩)도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마치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이 한 곳에 모인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Q. 황간역을 찾아온 손님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시다면?


A. 작년 가을쯤이었나요? 부산에 사는 어느 분이 TV에 황간역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기차를 타고 56년 만에 황간을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소녀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백화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던 옛날을 회상하던 그분의 눈빛과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땐 저도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Q. 나에게 있어서 황간역은 OO .

예를 들어 황간역은 나의 철도원 생활에 있어서 전부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다황간역을 한 마디로 무엇인지 표현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A. 나에게 있어서 황간역은 사명(Mission)’이다.

인생은 미션이다란 말을 늘 기억합니다. 내가 42년이란 긴 세월동안 철도에서 쌓은 무수한 경험과 노하우를 쏟은 결과가 황간역 문화플랫폼입니다. 황간역은 내가 철도원으로서의 사명을 마치는 종착역인 셈이지요. 그래서 하루하루 황간역에 애정을 쏟으며, 철도원 생활을 마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죠(하하)


▲황간여행 노랑자전거.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다.

  

Q. 황간역 주변의 맛집이나 가볼만한 곳?


A. 황간역 주변에는 올갱이 해장국 식당이 많고, TV 프로그램에 자장면이 소개된 중국집도 있습니다. 와인과 포도, 곳감 호두 등 과일도 유명합니다. 황간에는 월류봉, 백화산, 반야사, 백화산천년옛길, 노근리평화공원, 민주지산 물한계곡 등 이름난 관광지가 많습니다. 특히, 기차로 황간을 여행하는 이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황간여행 노랑자전거도 비치하고 있습니다.


황간역과 황간역이 위치한 황간면 일대가 TV에 많이 소개되었어요. 벽화마을도 있고, 봄,가을에는 꽃도 많이 피니까, 사진찍기도 좋아요. 꽃보러 꼭 저멀리 광양이나 진해까지 갈 필요없어요. 황간으로 오셔도 충분해요. 한적해서 사진찍기도 좋고,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에서 출발하신다면 아침 8시 9분,1207열차, 그러니까 우리 기자님께서 타고 오신 무궁화호타고 황간역에 내려서 하루정도 쭉 둘러보시고, 서울행 막차가 16시 49분에 있으니까, 그거타고 다시 서울가시면 알찬 봄꽃 구경도 할수 있어요. 한번 애인이랑 같이 오시겠어요? 내가 제대로 가이드해드릴게.(하하)



Q. 연말에 퇴직하신 후에도, 특별히 바라시는 황간역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황간역 역장으로 근무하시면서 문화와 예술이 흐르고 지역주민과의 소통하는 공간으로 가꾸어주셨는데,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퇴직 후 다른 직원분들이 오시게 되면 지금의 황간역 모습이 많이 퇴색되지 않을까 살짝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퇴직 후, 바라시는 황간역의 모습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예를 들면 지금처럼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유지되었으면 한다던지.....

 

A. 특별히 바라는 모습은 없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한테 그러잖아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대로만 자라다오(하하) 황간역도 마찬가지에요. 황간역이 지금처럼 지역의 문화플랫폼이자 사랑방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게 저의 바램입니다. 더 바라는 건 없어요. 폐쇄위기였던 황간역이 지역 주민과 함께 숱한 노력으로 가꾼 고향역이지만, 관심을 갖고 계속 가꾸지 않으면 금새 퇴색이 되고 맙니다.


집에 이쁜 화분 들여다놨다고 끝은 아니잖아요? 주기적으로 물도 주고, 분갈이도 해주고,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그 아름다움이 유지되듯이, 황간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서 지금처럼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 또한 집도 황간면이라 마음같아선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퇴직 후에도 황간역 가꾸기를 계속하고 싶지요. 하지만 황간역 가꾸기를 계속한다고 해도 현직을 떠난 입장에서는 어차피 한계가 있겠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역장이 문화에 관한 의지와 역량이 있으니 잘 유지해 나갈 것이라 기대를 합니다.


인터뷰 당시에 황간역 역무실에 있는 일정표에는 시설물 점검이라던지, 임시열차 운행이라던지, 철도와 관련된 일정도 빼곡했지만, 무엇보다도 OO일보 취재, OO방송 촬영, OO 음악회 개최 등 주로 미디어,예술과 관련된 일정이 더 많아보였다. 3월달은 황간역에서 3인 3색전(http://www.itrailnews.co.kr/news/article.html?no=31469) 이 개최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충북 청주 소재의 모 언론사에서도 인터뷰 일정이 잡혀 2층에서 작가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맞이방에서는 전시회 준비가 진행중이었고, 2층에서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등, 단순히 승하차만 이루어지는 역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흐르고 지역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기차에서 내리고, 기차를 타기 위해 거쳐가는 기차역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황간역. 강병규 전 역장의 열정과 지역 주민들의 합심으로 황간역은 이제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앞으로의 황간역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황간역 소식은 강병규 전 역장의 블로그( http://m.blog.daum.net/knko20315) 에서도 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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