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3 (화)

  • -동두천 18.1℃
  • -강릉 20.7℃
  • 맑음서울 18.3℃
  • 맑음대전 20.5℃
  • 맑음대구 20.9℃
  • 맑음울산 19.6℃
  • 맑음광주 20.6℃
  • 맑음부산 16.2℃
  • -고창 18.7℃
  • 맑음제주 17.8℃
  • -강화 13.4℃
  • -보은 20.4℃
  • -금산 20.0℃
  • -강진군 18.9℃
  • -경주시 20.6℃
  • -거제 17.9℃
기상청 제공

가볼만한 곳

시(詩)가 있는 곳, 경부선 황간역

철도와 함께 113년, 지역주민과 매달 소통하며 이웃간의 친목 도모


꽃 피는 춘삼월이다. 봄이라는 계절에는 항상 '꽃'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두들 떠난다. 꽃을 보기 위해 남쪽으로, 남쪽으로, 심지어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꽃피는 계절에, 어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시(詩) 이다. 학창시절부터 교과서를 통해 우리는 수 십편의 시를 접해왔다. 하지만 이 곳에 가보면 보다 다양한 시를 접할 수가 있다.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고, 또 지역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공간.


그리고 이미 수차례 방송에도 출연했던 기차역.


바로 경부선 황간역이다. 시(詩)가 있고,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기차역이 전국에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오히려 지방 소도시에 있는 기차역은 수요에 따라 통,폐합되는 실정이다. 마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업체끼리 통,폐합하는 것처럼 기차역도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통,폐합되는 게 요즘 트렌드다. 그러다보니, 지방 소도시의 기차역은 무인화되거나 혹은 상주하는 역무원이 있더라도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아 사실상 소통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승하차하는 장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황간역은 달랐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의 주요 기차역 못지않은 인기를 누비고 있었다.


엄청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경부선 황간역을 지난 9일 방문하였다. 황간역은 서울역에서 곧바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거나, 대전까지는 KTX를 타고 대전에서 무궁화호를 갈아타서 가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부산,경남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황간역에 정차하는 무궁화호를 이용하거나, 동대구에서 무궁화호로 갈아타서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황간역은 와인으로도 유명한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위치한 기차역이다. 영동역과 추풍령역 사이에 있으며, 하루에 총 15편의 상,하행선 무궁화호가 정차한다. ITX-새마을호나 KTX는 정차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황간역의 열차통행량이 결코 적은 수준도 아니다. 경부선이기 때문에 수시로 ITX-새마을, 무궁화호, 화물열차가 수시로 통과한다. 경부선은 나름 우리나라의 간선철도 노선이다.



서울에서 황간역까지 직통으로 가는 무궁화호는 아침 8시 8분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오전 10시 52분경에 황간역에 도착한다. 황간역에 내리면 기차를 타는 승객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문구가 역사에 대문짝만한 크기로 걸려 있다. '마음은 날아가는데, 기차는 자꾸 기어가고'


기차를 타는 순간 마음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구경도 많이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지만, 몸은 아직도 기차에 있는 우리의 마음을 황간역은 대변해주고 있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맑고 청정지역의 황간역에 내리면 대부분의 승객들은 가장 먼저 휴대폰을 꺼내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자그마한 간이역이지만, 황간역은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황간역이다. 하행선 열차에서 내리면 피노키오가 앉아있는 흔들의자가 승객들을 맞이해준다. 그리고 호기심에 흔들의자에 앉아 한껏 포즈를 잡아본다.



황간역은 하루에 상,하행 합쳐 15편의 열차가 정차한다. 그리고 무궁화호만 정차하는 전형적인 시골 간이역이다. 인심 넘치고, 정겹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황간역. 찌든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이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한 충북 영동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을 할 수가 있다.



황간역에는 수많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리고 항아리마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황간역이지만, 자그마한 기차역 황간역이 이처럼 시가 있는 기차역으로 탈바꿈하게 된 시점은 바로 2012년 12월부터다. 당시 역장이던 강병규 전 황간역장은 주로 지역 주민분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오며가며 가볍게 구경할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승강장과 맞이방을 꾸미기 시작했다고 한다.


승강장은 물론, 맞이방과 역사 앞 작은 광장까지 항아리가 없는 곳이 없었다. 사람 다니는 길 빼곤 전부 항아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간역에는 항아리가 유독 많았고, 항아리마다 시인들의 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글씨체도 컴퓨터로 출력한 글씨체가 아니다. 삐뚤빼뚤하지만 왠지 정겨움이 넘쳐나는 글씨체라 한적하고 공기 맑은 시골 기차역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맞이방 한 켠에는 황간역 갤러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는 다른 용도로 쓰이던 공간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연중 내내 매달 주제를 바꿔가며,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열차를 타기 전, 그리고 열차에서 내리면서 전시회를 구경해보는건 어떨까. 2018년 황간역 갤러리 전시회 일정은 이미 연말까지 스케줄이 모두 꽉 찬 상태이며, 오는 31일까지는 '사제의 정, 3인 3색전'이 개최된다.



황간역에서 나오면 2층에 카페가 있다. 대도시 번화가에는 카페가 많지만, 아직도 농촌 소도시에는 다방이 많을 거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방과 카페는 엄연히 다르다. 다방에서는 믹스커피 위주로 판매가 이루어지지만, 카페는 다양한 원두를 수입하여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서 물이나 우유를 섞은 원두커피 위주로 판매된다. 황간역 카페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종류의 원두가 비치되어, 로스팅머신과 거름종이, 그리고 간단한 다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2층 카페에는 1층에 전시되어 있던 예술 작품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황간역은 매달 주제를 바꿔가며, 황간역 갤러리에서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예를 들어, 2월에 황간역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3월이 되면 2층 카페로 전시장소가 옮겨져 미처 구경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2층 카페는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한다. 음료값도 메뉴판에 적힌대로 직접 지불하고, 거스름돈도 직접 가져가면 된다. 사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대별로 자원봉사자들이 로테이션하면서 레시피대로 음료를 제조한다.


5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예술 작품도 구경하고, 차 한잔의 여유도 만끽하고, 낭만적인 기차소리도 들을 수 있는 황간역 2층 카페.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 가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기본적으로 4천원이 넘어간다. 거기에 디저트까지 주문하면 왠만한 한 끼 식사값 이상의 값을 지불해야하지만 황간역 카페는 5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차 한 잔의 여유, 예술작품 감상, 기찻길 구경까지 할 수 있다. 요즘 말로 하면 '가성비 갑', '가성비 굿' 이다.


▲황간역의 강병규 역무운용원. 그는 몇 해전만 하더라도 황간역의 역장이었다.


볼거리, 먹거리, 그리고 놀거리도 풍부한 기차역. 청정지역에 위치한 황간역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일정에 따라 황간역에선 주민 참여방식의 조그마한 음악회도 개최되기 때문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소통하는 시간도 만끽할 수가 있다.

배너
배너

포토



철도전문 매거진에 대한 의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