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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외국인 관광객과 지하철

외국인 관광객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방안

: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우리나라 대도시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안심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무엇일까? 단연 지하철일 것이다.

 

지하철이 편리한 이유는 버스에 비해 노선이 덜 복잡하고, 외국어 안내체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각(視覺) 안내물 뿐만 아니라 외국어 안내방송도 나오고, 안내되는 외국어 가짓수도 많다. 또한 지하철 운영회사는 버스 회사에 비해 규모가 커서 홈페이지 등 안내시스템의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외국인들은 그 나라에서 어린이나 마찬가지다. 익숙하지 않은 교통수단을 타는 것은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관광대국이 되기 위해서, 외국인이 교통수단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게 해주어야 한다.

 

지하철도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개선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를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로 선불교통카드의 환불을 더 편리하게 했으면 좋겠다.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교통카드를 쓰면 장점이 많다. 일일이 1회권을 사지 않아도 되며 교통요금 자체가 할인된다. 또한 교통수단간 무료환승이 가능하며, 현금관리의 불편함이 줄어들고 동전이 늘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선불교통카드 구입에는 최저 2500원의 비용이 들고, 이 카드 값은 환불도 안 되지만 상기의 장점을 고려하면 카드를 살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불안한 것은 카드에 돈을 많이 남겨 출국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남은 현금은 자국으로 가져가서 어떻게든 처리한다고 해도, 카드 속에 들어있는 금액을 자국에 가져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다시 올 때 쓰면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현금보다는 불안하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 같은 불안과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선불교통카드의 환불을 쉽게 해야 한다. 현재 티머니의 경우 500원의 수수료를 내고 환불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스마트카드_티머니카드 환불방법 알림

         

일단 편의점에서 환불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많은 사람이 몰리고 물건 팔기 바쁜 편의점에서 환불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더구나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은행ATM에서의 환불은 외국인에게는 힘든 일이고, 티머니카드 고객서비스센터(서울역 근처)까지 가는 것도 번거롭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지하철역 역무실(티머니 서비스센터)에서 하는 것인데, 정작 출국 직전의 인천공항의 공항철도 역에서는 환불을 취급하지 않는다. 홍콩지하철이 홍콩공항역 도착 승강장에서 교통카드 환불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필자 생각으로는 인천공항 터미널에 선불카드 환불전용 기기를 설치하거나, 선불카드회사가 공항철도와 계약하여 인천공항 1, 2터미널역 역무실 등에서 티머니 카드 환불을 해준다면 외국인들이 편리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외국인을 위해서 다양한 제휴할인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특수한 카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시티패스, 엠패스, 코리아투어카드 등), 이런 카드도 좋지만 일단은 출국 직전에 공항에서의 편리한 환불이라는 기본에 충실하였으면 좋겠다.   

 

둘째로 지하철의 외국인 안내시스템에서는, 노선을 무작정 안내하기 전에 지리를 먼저 안내할 필요가 있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지리와 지명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경로를 찾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는다. 예를 들어 서울지하철 7호선이 온수와 장암을 연결하는 노선이라고 안내되어 있어도, 온수와 장암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노선이해가 어려워진다.

 

외국인을 더욱 괴롭히는 것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간략화된 노선도이다. 내국인은 이미 지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의 지도 위에 그려진 노선도가 필요 없다. 위상수학적으로 동일한 연결 상태로 되어있는 노선도만 보아도 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것만으로는 노선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노선도 상으로 똑같이 한 정거장 거리라고 해도, 실제 지리상으로는 거리가 크게 다른 곳이 수두룩하다. 노선도는 실제 방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특정한 두 역이 실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노선도에는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용산-신용산 등)

 

따라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노선도만 주면서 노선을 이해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일단 해당 지역의 지리를 기본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홍콩에 온 관광객들에게 홍콩은 홍콩섬과 구룡반도, 신계 세 구역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제일 먼저 알려주어야 하는 식이다.

 

서울-수도권이라면, 인천공항이 있는 바닷가 쪽이 인천시, 명동과 남산이 있는 서울시, 서울시를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로 구분된다는 것을 제일 먼저 알려주면 될 것이다. 그 다음에 남산과 시청을 중심으로 남동쪽에는 강남이 있고, 서쪽에는 신촌과 홍대가 있다는 식으로 차츰 알려주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지리와 주요 지명, 방향을 어느 정도 익숙하게 해주고 여기에 지하철 노선을 함께 안내해야 서울지하철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관광객이 지도를 보면서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지리에 대한 이해는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핵심인 만큼, 지하철회사가 앞장서서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하철 회사 홈페이지 등에서는 외국인에게 지도상 노선도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구글맵 등에서 지도 위에 노선도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애초에 지하철 회사에서 고품질의 지도상 노선도를 제공해주면 좋을 것이다. 모든 지형지물이 나와 있는 지도와 달리 지도상 노선도는 실제 지형과 노선도만 나와 있으므로 지하철 노선 이해가 용이하다.

 

▲sameboat_지형이 정확히 반영된 홍콩지하철 노선도

 

한편 홈페이지에서 열차시각표를 MS엑셀 파일로 제공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정책이다. 매번 일일이 검색을 하는 것보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모든 열차 시각을 한꺼번에 알 수 있어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파일 형식의 열차시각표 파일 안에도, 역시 역명은 우리말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외국인들이 이해하기가 난해하다. 우리말 역명과 함께 영어역명을 함께 병기할 필요가 있고, 역번호를 함께 표시해주면 고맙겠다. 특히 외국인에게 줄 파일이라면 파일 이름 자체도 영어로 하든가, 영어를 추가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파일을 쉽게 열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_역명이 우리말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엑셀 형식 열차시각표

 

셋째로 운행계통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복잡한 운행계통은 교통수단의 이용을 어렵게 한다. 버스는 노선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계통이 되며, 수많은 노선들이 존재하므로 외국인들이 이해하기가 힘들다.

 

버스에 비하면 지하철은 노선이 매우 간단하여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지하철에 운행계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 4호선에 사당행과 오이도행이 교대로 운행한다든지, 서울 5호선에서는 강동역에서 열차가 분기하여 운행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계통이다.

 

일반적으로 노선도에는 운행계통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노선도만 보는 외국인들은 열차의 운행계통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더 나아가 운행방식을 오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호선 노선도를 봐서는 열차가 강동역에서 교대로 분기운행을 하는 것인지, 방화-상일동의 본선열차와 강동-마천의 지선열차가 각각 다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2호선 지선도 혼란을 일으키는 구간이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용 안내물에는 이 같은 운행계통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더 편리하고 정확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안내문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계통이 복잡하지 않다면 아예 노선도에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타이베이 지하철이 노선도 범례를 통해 운행계통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타이베이첩운_운행계통이 함께 표기된 타이베이 지하철 노선도

 

넷째로 역번호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삽화를 통한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

 

모든 지하철역에 역번호를 매겨 안내하는 체계는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역번호를 더 많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예를 들어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의 노선검색 페이지인 사이버스테이션의 영어 사이트에서는 역 검색을 영문자 역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명을 영문자로 철자가 늘어나면서 복잡해지고, pb처럼 쓰는 사람에 따라 철자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역번호로 역을 검색하면 편리한데도, 정작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_서울교통공사의 노선검색 사이트 사이버스테이션에서는 역번호로 역 검색이 불가능하다.

 

편의시설이 설치된 역명을 안내하는 페이지에서 역명 옆에 역번호를 써두지 않고 있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서울교통공사_외국어 홈페이지의 역명 표시에 역번호가 함께 표시되면 편리할 것이다. 

 

아울러 홈페이지나 포스터 등 각종 안내체계에서는 글을 통한 안내도 좋지만, 더욱 직관적이고 빠른 이해가 가능한 삽화나 만화 등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만화 문화가 발달한 일본 등에서는 각종 안내에 삽화나 그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것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역무원의 외국어 실력을 높일 필요가 있겠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우리나라 지하철임에도 불구하고 역무원들의 외국어 실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물론 사이니지(signage) 등이 이미 다국어로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무원들의 외국어 능력을 개선하고, 역무원들의 외국어 학습이 동기부여가 되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지하철의 외국어 안내는 서울교통공사가 아니라 주로 서울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안내원 배치는 서울시가 담당하며, 서울교통공사의 콜센터(1577-1234)도 외국어 응대가 불가능하여 다산콜센터(120)로 전화를 돌려주는 형편이다.

 

이 같은 외국어 안내를 서울교통공사가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도쿄의 경우에는 지하철 회사가 거점역에 외국어 안내가 가능한 안내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도쿄메트로 안내소 사진

      

지하철 회사가 지하철역에 안내소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상 어렵더라도, 애초에 역무원이 외국어 실력을 갖추어 직접 안내한다면 관광객과 역무원 모두 서로가 편리할 것이다. 현재 지하철 회사들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젊은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아무리 외국인이 칭찬하는 우리나라 지하철이지만 불편한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인이 아닌 이상, 외국인이 지하철을 어떻게 불편해 하는지를 느끼거나 아는 것은 어렵다.

 

외국인들이 칭찬을 한다고 해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외국인들이 지하철을 타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꾸준하게 파악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상기에 필자가 제시한 5가지가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외국어 홈페이지에 외국인용 VOC페이지가 따로 없고, 대신 페이스북에 불만 사항을 올려달라는 공지사항만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정작 페이스북에서 외국인들의 VOC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VOC가 없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지하철에 만족을 하여 VOC를 안 올릴 수도 있지만, 불만이 분명히 있는데도 귀찮고 번거로워서 안 올릴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르는 자국 사이트에 불만을 올렸을 수도 있다. 이는 지하철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나쁜 일이다. 고객이 무엇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개선을 할 기회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철회사는 VOC만 기다릴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지하철에 대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개선해나가야만 세계인에게 칭찬받는 서울지하철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 제일의 지하철이 되기 위해 지하철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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