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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올해 한국철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경강선 KTX


한우진 (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새해가 밝은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이에 따라 2월 올림픽을 목표로 수색-서원주 고속화, 원주-강릉 경강선 개통, 인천공항 T2 연장선 개통 등의 철도 관련 사업들이 최근에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철도에서는 새해라는 것을 느끼기도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철도에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해이다. 문재인 새 정부가 2년차를 맞이하였고, 코레일의 신임 사장과 철도공단의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며, 서울교통공사도 통합된 지 만 1년이 된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도 철도분야의 빅 이벤트다. 또한 서울지하철 9호선은 본격적으로 6량 증결이 시작되며, 연말에는 전구간이 개통된다. 김포도시철도와 소사원시선처럼 철도가 없던 곳에 새롭게 개통되는 노선들도 기대가 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들도 많고 기대도 큰 올해에 우리나라 철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할까?


▲SRT.지난해 SRT는 개통 1주년을 맞이하였다.

 

우선 철도발전을 위한 개혁이 계속되어야 하겠다.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원한 국민의 뜻이었다. 철도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

 

물론 기존에 해왔던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도 공공성 강화 기조에 따라 철도경쟁체제나 민자사업 등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성을 높인다고 해서 비효율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성이 강조될수록 더욱더 효율적인 철도가 되어야 한다. 공공성이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효율과, 공공성과 무관한 없앨 수 있는 비효율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신분당선. 기본요금이 다른 도시철도에 비해 비싸다.

  

민자사업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동일서비스-동일요금개념도 곱씹어볼 부분이 많다. 그동안 민간이 효율적이라면서 정작 요금은 민간이 비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공이 꼭 효율적인 것만도 아니었던 것 같다. 발생하는 적자를, 요금을 올려 메우는지 세금으로 메우는지의 차이였을 뿐일 수도 있다.

 

물론 사업의 규모와 범위가 다르니 모든 사업을 일괄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민간과 공공을 투명하게 검토하여 양쪽의 효율성을 본격적으로 비교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동일서비스-동일요금개념은 민자사업 외에 교통경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수도권의 통합요금제도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어서, 요금과 서비스간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버스와 전철은 각각 서비스 수준에 맞는 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수요가 과도하게 쏠리게 된다. 수요가 몰리는 쪽은 혼잡에 시달리고, 수요가 없는 쪽은 적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도산까지 당하게 된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수도권 사방팔방 지역별로도 교통서비스 수준이 다른데 요금제도가 똑같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동일서비스-동일요금개념의 등장에 따라, 이 같은 기존 제도의 혁신방안도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로 시설과 운영의 조화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좋은 시설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실한 운영으로 시설의 가치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운영을 제대로 하려고 해도 시설이 부족하여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급행열차 운행만 해도 대피선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많이 대지만, 정작 대피선이 충분한 노선에서도 급행열차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물론 기본적인 시설 투자는 필요하지만, 시설의 부족이 낮은 운영 실력의 핑계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GTX 등 철도 인프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얼마나 만듦새 있는 철도운영이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우리나라의 철도 시설 사업은 공고공람이나 공청회,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서 사업 내용이 상당수 미리 알려지는 편이다. 하지만 운영계획은 개통 직전까지도 꽁꽁 숨기는 일이 많다. 이미 개통된 노선의 운영 계획 변경도 그다지 투명하지 않다.

 

물론 수많은 민원과 정치인들 압박에 시달려온 운영사들 입장도 이해는 된다. 굳이 일찍 공개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업무 부담을 늘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 양보와 협력을 국정기조로 하는 상황에서, 공공철도의 주인이자 소비자인 국민이 철도운영을 투명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호남고속철도

 

한편 시설과 운영의 지역적 조화도 중요하다. 같은 지역권에서도 어느 곳은 시설이 남아돌고 어느 곳은 시설이 부족하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안 되는 것이다. 시설 뿐 아니라 운영의 수준도 지역별, 회사별로 차이가 크다. 이 같은 불균형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철도시설과 철도운영을 공급,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

 

시설만 만들면 운영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20세기 토건적 사고도 이제는 버리자. 수요가 적은 곳까지 과도한 시설 투자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앙에 가깝다. 수요가 적은 곳은 시설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철도 혼자 모든 교통을 담당하는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상호보완하는 체제다. 철도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욕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된다. 철도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에게 맡기는 게 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와 타 교통수단의 환승을 강화해야 한다. 환승센터 건물도 필요하겠지만, 편리한 환승을 위한 운영도 중요하다. 환승정보 제공, 환승길이 및 시간 최소화, 환승통로 상에 정보 제공을 통한 체감 환승시간 단축 등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여기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첨단 운영기술을 적극 녹여 넣어야 한다.

 

시설과 운영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한쪽만 좋아져봤자, 전체 가치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설과 운영이 함께 발맞추어 발전하는 철도가 되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철도 사업을 사후에 평가하는 기회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철도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타당성조사를 거치지만, 정작 지어진 후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

 

사후 타당성평가를 통해서 사전에 타당성조사를 했던 것이 적절했는지 검토를 하고, 이를 되먹임(피드백)하여 사전의 타당성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요즘엔 철도건설사업에 Value Engineering(가치공학)을 적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또한 감사원 지적이라든지 민원 발생, 정치인 요구 등에 의해 설계가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적용 당시에 충분히 검토되지 못할 수 있다. 아울러 아직 개통이 되기 전이라 애초에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후에 철도사업을 평가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이러한 변화가 정말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철도사업 진행시 도움이 되는 지침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후 타당성평가를 통해서 현행 시설이나 운영측면에서의 개선방안들을 도출할 수도 있어서 지속적인 개선과 효율성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철도의 양적 확대가 급하던 시절에는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무조건 철도를 늘리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고, 이대로 두면 인구 자체가 줄어들 지경이기 때문에 철도의 양적 확대 정책만 지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애초에 질적으로 가치 있는 철도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고, 이미 운영 중인 철도의 질적 향상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사후 타당성평가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전에 시행되는 타당성평가에 대한 비판은 매우 많았다. 주로 수요예측이 틀리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시행되고는 있지만 한계도 있다. 하지만 사후 타당성평가 제도가 일반화된다면, 사전에 시행되는 타당성평가 제도와 함께 짝을 이루어 철도사업 타당성평가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철도는 지난 2004KTX개통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였다. 그리고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 수송에 KTX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 철도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철도는 이러한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며, 한층 발전된 새로운 모습을 국민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와 관계된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여기에는 철도소비자인 승객도 포함된다. 세계적으로 우수하게 평가받는 철도들은 예외 없이 그 승객들의 수준도 높다. 높은 질서의식과 에티켓은 기본이다. 우리나라 철도도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의 수준도 그만큼 더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철도도 부응해야 한다. 작게는 부정승차 엄단부터 시작해서 철도에 대한 핌피, 님비에 대한 효과적 대응도 필요하다. 도시철도가 신설되면 개인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도 않고 부동산 가치 향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핌피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로 가야할 이익이 개인의 불로소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철도신설에 따른 정교한 이익환수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철도를 오래 좋아해온 사람으로서 해가 갈수록 절감하는 것은, 철도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기술이니 제도니 하는 것들을 논하기에 앞서 철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철도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그동안 철도에 헌신해온 모든 분들이 피땀으로 일군 것이다.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같은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아울러 앞으로 올 한해도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의 철도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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