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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철길,폐 역의 변신은 무죄

항동철길, 능내역, 경의선숲길, 연트럴파크 등등

▲구 경춘선 철길. 골목을 관통하던 철길은 주민들에게 있어 고통 그 자체였다.


폐철도시설물이 발생하는 계기는 대부분 철길이 지나던 지역의 개발로 인한 철길 이설, 그 외 기타 사유로 인한 철길 이설이 대부분이다. 철길이 새로운 곳으로 이설되면 기존의 철길은 자연스레 폐철도시설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심을 관통하던 폐철도시설물은 대부분 철거라는 절차를 밟았다.


폐철도시설물이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이 철거를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사실 우리나라에서 철도시설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지상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에서 '경부선을 지하화하자, 경인선을 지하화하자, 도심을 관통하는 철길로 인해 지역개발이 저해되고 있고,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그러니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철도시설물을 모두 지하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철도시설물=지역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공릉동 경춘선 철길만 봐도 골목을 가로지르는 철길이 지역간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지역간의 단절은 곧 지가하락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고,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정치와 부동산, 그리고 교육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계기로 인해 도시를 관통하던 지상의 철길이 외곽으로 이설되면 기존의 철길부지 주변에 살던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철도시설물에 대한 철거를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얼른 시설물을 제거하여 지역개발을 추진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이렇듯 철도시설물이 되었든 폐철도시설물이 되었든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서 철도시설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연트럴파크.


하지만 주거지역을 관통하던 폐 철도시설물이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폐철도시설물=무조건 철거가 아닌 폐철도시설물=주민들에게 환원=지역개발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홍대앞 연트럴파크와 경의선숲길이다. 20년전만 하더라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일대의 주거지역을 관통하던 구 용산선 철길은 지역간의 단절을 초래하고, 지역개발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철길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의 주택가가 서로 단절되었고,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과 매연으로 인해 당시의 주거환경은 열악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경부선처럼 기차가 한 시간에 수 십번씩 다닐 정도로 운행횟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다니는 철길도 아니었다. 오히려 기차가 드문드문 다니다보니 기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는 주민들이 철길로 무단횡단하다가 발목을 삐끗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도 종종 발생하였다.


구 용산선 철길상에 있던 화물취급 기차역에 유치중이던 화물열차 사이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근무자와 마찰을 빚고, 자칫 입환중이던 기관차와 접촉할 뻔한 사례도 몇 번 있었기에, 당시 기찻길은 주민들에게 있어선 '흉물' 그 자체였다.그렇다고해서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하철을 타려면 10분 이상씩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 동교동 주택가를 관통하던 철길은 지하화되어 현재의 경의중앙선 광역전철이 다니게 되었고, 지상부지는 기존의 철도시설물을 대부분 존치한 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환원되었다.


▲책거리에 설치된 기차역 모형. 과거에 이 곳에도 기차역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20년 전 주택가에 소음공해를 일으키던 철길이 지금은 너도나도 찾아가고 싶어하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경의선 책거리와 연트럴파크에 기존의 폐철도시설물이 군데군데 남아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폐철도시설물을 바탕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자 지역주민들에게는 부동산 가격이 껑충 뛰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폐철도시설물이 무조건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경의선 숲길.이 곳이 과거 기차가 다니던 곳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구 용산선 철길이 지나던 부지는 현재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의 합성어)와 경의선 책거리로 새롭게 리모델링하였고, 이 지역은 신촌, 이대보다도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발생하였다. 그렇다고해서 무조건 긍정적인 현상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발생하여 주민들간의 갈등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어느 지역이든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기에, 부동산 전문지도 아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한다.


연트럴파크와 경의선숲길은 이렇다할 녹지공간이 없던 서울 서북지역에, 폐철도시설물을 활용한 휴식,녹지공간이 제공되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게 되었다.


▲경춘선 숲길. 주택가를 관통하던 철길이 새롭게 변했다.


폐철도시설물이 주민들에게 환원된 또다른 사례는 서울 공릉동의 경춘선 숲길이다. 이 지역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청량리를 출발하여 춘천으로 가던 경춘선 열차가 다니던 철길이었다. 성북역을 출발하여 퇴계원으로 가는 철길이 공릉동 주택가를 관통하였고, 이 과정에서 철길 주변은 소음공해, 매연에 시달려야만 했고, 철길로 인해 지역이 단절되어 지역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되었다.


하지만 경춘선이 복선전철화되면서 외곽지역으로 이설되었고, 기존의 주택가를 관통하던 철길은 완전 철거가 아닌, 기존의 시설물을 활용하여 주민들을 위한 여가,휴식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경춘선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구 경춘선 철길 역시 이렇다할 녹지공간이 없던 서울 동북지역에 녹지공간 제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해주었고, 누구나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중앙선 구 평은역.영주댐 건설로 철길이 수몰되었다.


그렇다고해서 지역개발로 인해 철길이 이설되면서 남겨진 폐 철도시설물이 무조건 존치되어 지역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MBC 인기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중앙선 구 평은역도 위에서 언급한 경의선 숲길처럼 지역개발과정에서 철길이 이설되었다. 경상북도 영주시에 위치했던 구 평은역은 수자원확보를 위해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기존의 중앙선 철길이 댐건설부지에 포함되어 부득이하게 이설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구 용산선 철길도 산업구조 변화와 주변지역 개발로 인해 기존 철길이 폐선되면서 폐철길부지를 활용하여, 지역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하였지만, 중앙선 철길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댐 건설로 인해 기존 철길이 이설되면서 기존의 철도시설물이 남겨졌지만, 남겨진 폐철도시설물은 여차없이 모두 철거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서울 동교동 일대에 있던 폐철도시설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렇듯, 폐철도시설물이 최근 몇 년전부터 지역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폐철도시설물이 과거에는 대부분 지역개발을 막는 저해제로 작용하였지만, 최근 몇 년전부터는 오히려 지역개발을 촉진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폐철도시설물. 더이상 지역개발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활용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최근의 폐철도시설물 활용사례는 말해주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의 폐공장건물들, 서울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의 폐공장건물들 역시 자칫 흉물로 방치될 뻔 하였으나, 젊은 세입자들이 매입하여 엔티크한 카페나 갤러리로 재탄생하였듯이, 지역의 지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폐철도시설물 역시 지자체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관심으로 이제는 지역발전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철도동호인들에게는 과거를 회상시키는 매개체로, 지역주민들에게는 여가,휴식의 공간으로 작용된다는 점에서, 폐철도시설물이 무조건 철거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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