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0 (월)

  • -동두천 26.7℃
  • -강릉 22.9℃
  • 서울 26.1℃
  • 대전 24.3℃
  • 대구 25.4℃
  • 울산 26.2℃
  • 박무광주 29.2℃
  • 구름많음부산 29.5℃
  • -고창 26.8℃
  • 흐림제주 33.6℃
  • -강화 25.4℃
  • -보은 21.9℃
  • -금산 25.8℃
  • -강진군 30.1℃
  • -경주시 24.9℃
  • -거제 29.9℃

레일 칼럼/발언대

서울지하철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자

한우진 (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본인은 모르지만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 그런 것으로는 서울지하철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이용한 외국인들은 모두가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서울지하철에서 미래 도시의 모습을 본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훌륭하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최신 영어노선도(출처:서울교통공사)

 

시내 곳곳으로 뻗어있는 노선망, 깨끗하고 안전하며 여름에도 시원한 차량, 스크린도어 완비, 많은 양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열차도착정보를 알려주는 행선안내게시기 등 서울지하철은 하드웨어가 뛰어나다.

 

소프트웨어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대중교통이 통합된 요금체계, 모든 지하철 노선간 무료환승, 전자화폐로 사용가능한 편리한 교통카드, 전동차 안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과 무선인터넷, 외국어 안내방송과 외국어 자동발매기 등이 그것이다.


▲서울지하철 초창기 시운전모습

 

이렇게 첫 개통 50년도 되기 전에 세계 수준에 오른 서울지하철은 앞으로 어떤 분야로 더 발전해나가야 할까? 필자는 서울지하철 자체가 서울시의 관광상품으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지하철은 서울의 여러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수단 역할은 하지만, 관광상품 그 자체는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하철 운영사는 서울지하철에서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열고 있지만, 이것 역시 지하철 자체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공간만 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지하철역에서 통기타 공연을 하고 시민동호회가 사진전시를 하는 게 외국인들에게 흥미는 있겠지만, 그걸 보자고 지하철역까지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는 지하철을 이용한 관광코스가 다수 소개되어 있지만, 이것 역시 지하철을 이용해서 서울의 여러 관광지를 여행하라는 것이지, 지하철 자체가 관광 대상이라는 게 아니다. 애초에 관광지를 소개함으로서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 수요를 증대시키고 운수수입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서울지하철을 칭찬한다면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볼 생각을 해야 한다. 관광이란 무엇인가? 즐겁고 뜻 깊으며 배울 거리까지 있는 체험을 위한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알아서 지하철을 타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서울지하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교통공사 내국인들의 차량기지 견학모습.

 

특히 지하철 체험은 외국인 관광객 개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지하철 회사가 이런 점에 집중하여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기지 견학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예를 들면 현재 차량기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가 매우 어렵다. 차량기지별로 한 달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으며, 홈페이지의 신청 안내문이 모두 한글로만 되어 있다. 외국인이다보니 신청시 실명인증을 통과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차량기지 견학을 갔다고 해도 외국어 안내는 전혀 없으며, 프로그램도 안전체험에 치중되어 있다. 단기간 여행하는 외국인이라면 안전체험보다는 서울지하철의 역사를 알려준다거나 전동차의 구조와 관리 현황 등을 알려주는 등 내국인과는 좀 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내국인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모르는 것에 집중하여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즉 외국인들에게는 서울지하철이 어떻게세계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합리적이다. 외국인들이 세계 최고의 서울지하철을 이용한 다음에는, 과연 지하철 회사에서 어떻게 하길래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인용 차량기지 견학 프로그램은 개인 여행자(FIT: Free Independent Traveler)을 배려해야 한다. 현재 내국인은 5인 이상 단체가 아니면 신청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개인 관광객이 많으므로 1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

 

내국인과 외국인 견학생을 같이 받으면 불편하므로, 외국인만 따로 받고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통해 안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즘 지하철의 젊은 신입직원들은 매우 유능하여 외국어를 잘 하는 직원들도 많다.

 

시간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관광객은 시간이 돈이다. 힘들여서 우리나라까지 여행을 와서 견학을 하려고 했더니, 회사 사정상 취소되었다고 하면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다. 천재지변이라면 몰라도, 정치인 방문 행사가 갑자기 잡혔다고 외국인 견학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것 같은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외국인용 차량기지 견학을 여행사와 협력하여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좋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1일짜리 안보관광 등 외국인용 단기 여행상품이 있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DMZ도 하는데 서울지하철이 못할 이유는 없다.

 

사실 차량기지 견학은 신청도 문제이지만, 다수의 차량기지들이 지하철역과 떨어진 외지에 있어서 외국인들의 방문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다. 패키지 관광이라면 셔틀버스 동원이 가능하여 이 문제가 해결된다. 또한 외국어가 가능한 전문 가이드를 붙일 수 있고, 국가별로 따로 신청을 받아 관광객 국적을 통일시키면 외국어 안내가 한결 수월해진다.

 

지하철 차량기지 견학을 1일 패키지 관광으로 운영한다면 지하철 회사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인 지하철이 너무 상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돈인 외국인이 보다 효율적인 관광을 할 수 있다면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다. 관광을 끝낸 외국인들에게 한정판 기념품이나 금액이 충전된 기념교통카드를 지급하여 관광객의 실질적인 부담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이밖에도 서울지하철 자체를 관광상품화 하려는 노력은 더 필요하다. 지하철을 통해 갈 수 있는 관광지만 소개하지 말고, 관광지 자체가 될 수 있는 지하철을 소개해야 한다.

 

일례로 외국인들은 서울지하철이 한강을 철교로 건널 때 밖에 보이는 모습만 봐도 즐거워한다. 하지만 지하철 노선도에는 한강을 건너는 구간 중 어느 것이 철교이고 터널인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외국어 노선도에 한해서만이라도 이런 표시를 해주면 좋을 것이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전동차과 도착할 때 승강장에서 음악이 나온다고 신기해하기까지 하는데 이러한 음원이나 음악이 나오는 기념품을 판매해도 좋다. 소소하지만 좋은 상품이다.

 

이색적인 지하철역도 많다. 역 자체가 건축예술품에 가까운 6호선 녹사평역이라든지, 승강장에 정원이 있는 2호선 신답역 등도 외국인이 보기엔 신기하다. 우리는 늘 접하는 것이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관광지라는게 별게 아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이런 곳을 찾아내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신설동역 유령승강장.11월 말까지 주말에 한해 개방 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현재 서울시에서 11월 말까지 주말에 개방 행사를 열고 있는 신설동역도 관광상품으로 가치가 큰 곳이다. 쉽게 가볼 수 없고 심지어 내국인들도 별로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면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서울교통공사 소속인 신설동역에서 열리면서도 정작 행사 주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고 있는데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행사 내용도 지하 공간에서 프로젝터를 통해, 서울의 여러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한다는 것으로서 지하철과 직접 관계도 없다.

 

애초에 서울교통공사가 신설동역 유령승강장의 가치를 활용해 관광상품으로 직접 적극적으로 개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유령승강장이 지어진 이유 등의 서울지하철 역사와 연계하고, 현재 입고선으로 활용되는 의미를 설명하는 등 서울지하철 자체를 알리는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열리는 공개행사는 그냥 어두운 곳에 있는 전시관으로 쓰이는 것에 불과하다. 유령승강장의 지하철 문화상품적 값어치를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하철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준다면 이들이 각종 SNS를 통해 세계에 지하철을 홍보하는 효과도 더 클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말로 올라온 자료보다는 영어 등 다수가 쓰는 외국어로 된 자료가 세계에 퍼지기가 더 쉬울 것이다. 소수 외국어인 경우 더욱 더 귀중한 안내자료가 될테니 더 많은 외국인들이 심도깊게 서울지하철을 체험하고 SNS에 이를 홍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홍콩MTR_홍콩지하철의 기념품들

 

이밖에도 서울지하철을 기념할 수 있는 기념품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선진국의 경우 이같은 상품이 나와있고 팔리고 있다. 실용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뭔가를 기념하고 기억하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그것을 생각나게 해주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좋은 서비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파는 걸 잘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런 걸 세련되게 잘하는 나라들을 찾아보면 다들 선진국들이다. 자신이 세계적으로 칭찬받는 것을 갖고 있다면, 이것으로 뭔가 돈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요즘 소비의 트렌드는 소유가 아니라 체험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 서울지하철을 체험해보지 못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지하철이라는 체험을 판매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고객들이다. 서울지하철은 세계적으로도 운임이 매우 낮다. 1회권 운임이 높은 구조가 아니라서 외국인들에게 운임을 더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단순히 운송수단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서울지하철을 좀 더 잘 포장하여 체험소비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궁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하여, 파는 것을 천박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이라는 것을 체험하는 상품을 만들어 세계에 파는 것은 절대로 천한 일이 아니며, 관광객과 지하철 회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회사들이 이같은 새로운 시장에 눈 뜨고 세계 일류라는 평판을 활용해 수입까지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배너
배너

포토




철도전문 매거진에 대한 의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