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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소고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 논의에서 아쉬운 점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 논의에서 아쉬운 점

한우진 (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1974년 첫 개통된 우리나라 지하철은 1984년에 본격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전면 무료화가 실시되었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망은 매우 빈약하였지만 지금은 노선 길이가 매우 길어졌다. 서울지하철망의 노선 길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당시에는 1호선뿐이던 광역전철이 매우 늘어났는데, 도시철도와 광역철도가 통합된 요금제도로 인하여 광역철도에도 노인무임이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춘천에서 아산까지나 여주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초장거리 구간에서도 노인 무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지하철 운영회사로서는 수입 누수가 문제가 되어 왔다. 즉 노인승객이 돈을 내고 이용했으면 받을 수 있었던 운임을 노인무임승차 제도 때문에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회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국가 산하의 코레일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일부 금액을 보전 받고 있는데, 지자체 산하의 지하철 회사들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하철 무임수송의 근거법인 노인복지법이 보건복지부 관할 법이므로 정부가 책임지라는 입장이고, 정부는 지자체 사람들이 타는 지하철은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입장이라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BTO 민자철도인 신분당선이 앞으로 노인들에게도 운임을 받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노인무임수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한 게 아니라 노인에게 운임을 직접 받겠다고 나선 점이다.


실제로 지하철 회사가 주장하는, 노인 무임 수송으로 인한 운임누수는 과대평가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노인 무임 제도가 폐지되면 현재에 비해 노인 승객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가격에 반비례하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 승객이 100명이고, 평균운임이 100원인 상황에서 지하철 회사는 100*100=1만원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 운임제도가 폐지되어 돈을 받기 시작하면 노인 승객이 50명으로 줄어들 수 있고, 실제 수입은 5천원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지하철 회사 입장에서는 노인 무임 제도를 폐지하고 운임을 받는 것보다는, 현재 노인 승객 수에 따른 운임을 요구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당선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는 민자사업에 따른 MRG(최소수입보장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이 예측의 50%에 미달하여 민자사업의 근본적인 수입보장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일단 수입을 늘리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본운임을 900원이나 더 받고 강남, 판교신도시, 수지지구, 광교신도시 등 괜찮은 수요처까지 끼고 있는 신분당선마저 파산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노인무임수송 문제를 제기하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신분당선은 북으로는 용산, 남으로는 화서, 호매실 등으로 연장까지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철도사업은 사업자가 파산을 한다고 해서 열차운행이 중단되는 것이 아닌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철도 파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많은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이 같은 노인 무임수송 문제는 예전에는 노인 승객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점점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신분당선 건 이전부터도 이미 전국의 도시철도 회사들은 도시철도 운영기관 협의회를 통해서, 또한 지자체들은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었다. 앞으로 노인 승객 비중이 점점 커지고, 도시철도 시설 노후에 따른 안전 투자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필자가 아쉬운 점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노인무임수송 문제에 대한 논의들이 그다지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선 그 첫째로, 논의가 지나치게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게 문제다.


지하철 노인 무임제를 바꾼다고 하면, 대체로 노인들은 그동안 자기들이 나라를 일으키는데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데 이정도 혜택도 못 주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일부 노인들은 노인 무임 기준 연령을 높이는데 공감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 기준 연령을 자기 나이 이하로 말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고 하자, 65세를 앞두거나 70세 이하인 노인들이 반발을 하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8&aid=0003922126

 

젊은이들의 반응도 핵심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다. 노인의 무임승차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임 제도 때문에 사회적 공기(公器)인 지하철의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노인무임승차가 비효율적이고 불공평한 복지제도여서가 아니라, 단지 지하철을 타는 노인들이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임승차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일부 노인이 보여주는 무례하고 심지어는 언어적 물리적 폭행에 가까운 행동들, 자신들은 지하철을 타고 힘들게 일하거나 공부하러 가는데 노인들은 산으로 온천으로 놀러 다닌다는 것, 자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출퇴근시간에 노인들이 함께 탐으로서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심적 압박감을 받는다는 점 등을 주로 지적한다. 심지어는 노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박사모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노인 무임승차를 반대한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간접적이라면 몰라도 직접적으로는 노인 무임 수송과 관계없는 문제다. 즉 노인들이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타도 똑같이 발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단지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도 돈을 받으면 애초에 노인승객들이 줄어들 테니 지하철 칸에서 노인들의 저런 모습을 덜 볼 것으로 기대하는 것뿐이다. 이는 지하철 적자와는 관계없는 문제다.

 

반대로 말해 지하철 회사들이 요구하는 노인 무임수송 수입의 정부 지원이 정말로 관철되었다면 지하철 회사들은 만족하겠지만 노인승객은 그대로일 테니 젊은이들이 기대하는 문제 해결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인 무임수송과 노인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 문제를 별개로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편 노인무임수송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 방안도 국민들 사이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나오지만 역시 뭐하나 신통한 게 없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는 것이지만 기준도 불확실하고 그 나이를 선택한 근거도 없다. 또한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자기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특정 나이를 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신문 취재 인터뷰에서, 노인 기준을 75세로 올리면 좋겠다고 말했던 한 75세 노인은 인터넷 상에서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8&aid=0003922126

 

이밖에도 노임무임제도를 축소하는 방안은 무임이용 거리 단축, 무임이용 불가 시간 신설, 이용횟수 제한, 할인율 인하, 노인들 수입에 따른 지원 차등화 등의 방안이 있지만, 십인십색으로 시민들의 의견만 있을 뿐 장단점이나 부작용 등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 일부 학술연구가 된 적이 있긴 하지만 역시 국민들에게 널리 공유되지 않았다.

 

한편 노인무임에 대한 시민들 반응을 보면, 노인에게도 지하철 요금을 받되 매월 교통수당을 지급하라는 주장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물보다 현금이 돈이 더 드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정말 좋은 방법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지하철 직원 복지 제도의 일환인 가족승차권 제도는 시민들의 십자포화로 인해 없어진지 오래지만, 가족승차권 폐지 후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니 오히려 돈이 더 들었다고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11/2009031100979.html

 

이제 젊은 층과 노년층은 서로 간에 대한 혐오의 감정은 접어두고, 무엇이 우리의 지하철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앞으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부동산 문제, 각종 세금 등 청년층과 노년층이 서로 맞서게 될 사회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 문제조차 사회적 논의를 거쳐 스스로 해결을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가 걱정되는 일이다.

 

둘째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의견들이 폭넓게 공유되어야 한다.

 

신분당선이 노인 무임수송을 폐지한다고 하자 큰 반향이 일어났는데, 조금 뜬금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부산의 부산김해경전철은 이미 개통 당시부터 노인에게 운임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김해는 중전철이 아닌 경전철이고 수송인원도 일평균 5만 명 수준으로 신분당선의 22만 명보다 크게 적다. 하지만 둘 다 민자사업이고 무인운전을 하는 등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역 개수는 오히려 김해 쪽이 더 많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분당선의 노인 요금 수수 방침이 지금 부산김해경전철에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취재기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기사는 보기 힘들었다. 노인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내외부적 효과, 노인 요금 수수가 정말 적자 감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젊은이들이 지하철을 탄 노인을 비판하는 모습이 부산김해경전철에서도 발생하는 지 등등을 알고 싶었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또한 지하철 노임 무임승차 문제가 젊은 층과 노인층의 대결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양쪽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인터넷에 기사가 뜨면 젊은 층의 반응은 기사 댓글을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노인층 반응은 알기 어렵다. 노인들의 입장을 취재하는 기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젊은 층이든 노인층이든 의견을 심층적으로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단편적으로만 묻고 끝내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전해주면서 좀 더 심층적으로 물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들에게는 일부 노인들의 무례한 행동 때문에 젊은 층의 노인 무임승차 반대 여론이 더 심하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보고, 젊은 층에게는 어차피 비어가는 전철인데 노인이 탄다고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잖은가? 단지 노인이 보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어볼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노인들과 젊은이들을 한자리에서 모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를 기사로 쓰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서로 간의 의견 교환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언론은 피상적인 질문에 머물러 있고, 댓글에서는 상대에 대한 소모적 비난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서로간의 의견 교환을 거쳐 정반합에 이르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고 냉소만 넘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물론 매일 마감이 찾아오고 지면의 제약으로 긴 기사를 쓸 수 없는 언론의 한계는 이해한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간신히 인터뷰를 하는 상황에, 상대가 곤란해하는 질문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노인 무임수송 기사가 올라오면, 댓글에는 문제 해결과는 직접 관련 없는 평소 지하철 노인에 대한 불만과 혐오의 글만 잔뜩 올라오고 흐지부지 되어버린 후, 다음에 기사가 올라오면 똑같은 상황만 반복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노인 무임수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갈등이 발생하고 서로 간의 의견도 깊이 있게 교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다. 정치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데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정치인들은 노임 무임수송 문제를 건드리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현 정책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는 노인들에게 손해가 되기 쉬운데 노인 유권자 수가 무척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김황식 국무총리는 일괄적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과잉복지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때 청년층이 김황식 총리를 딱히 눈에 띄게 두둔해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편에 서 있는 정치인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공격하기 바빴다. (참고로 당시 김황식 총리를 비난하고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찬성했던 야당 사무총장이 현재의 이낙연 국무총리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0102136483

 

더 큰 문제는 고령화로 인하여 노인 유권자가 수가 점점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몸 사리기가 계속되면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더 풀기 힘든 문제가 되어 갈 것이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애국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치적 입장이나 선거철 표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무엇이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인지를 깨닫고 올바름을 관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 무임승차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치인이 자기 의무를 행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이제 청년층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심한 편이지만,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같은 생활 속 이슈를 정치문제화 한다면 청년층의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여당과 제1야당에 가려져 있는 제2야당 이하 정당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준다면 본인들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존재감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치인에 의해 시작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가 갈수록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책임감과 소신, 애국심을 갖고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피하기만 할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용기를 갖고 과감히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 문제는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님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차분하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풀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려고 하니 풀어지지도 않고 풀더라도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대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이라는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가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더욱 많은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철도의 또하나 중요한 문제인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 문제를, 느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여 꼭 잘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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