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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출범 3개월도 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서울교통공사

문 열고 13분동안 달린 서울8호선, 안내방송은 없었다


전동차가 출입문을 열고 평균 시속 40km로 약 15분간 터널을 주행했다?

전동차를 정비하는 차량사업소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다. 영화 속 장면도 아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하였다. 그것도 빈 차가 아닌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말이다.


사고 당시 모습 (YTN 제공)


'문 열린 채 달리는 전동차 사태'는 지난 15일 서울지하철 8호선에서 발생하였다. 지난 15일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서울 주요 지역에는 인파가 몰리던 오후 1시 13분경, 복정역에 8111호 열차가 도착했다. 총 6량 24개의 출입문 중 첫 번째 객차의 4번째 출입문(1-4)이 닫히지 않았다. PSD는 닫혔는데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열차가 출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관사는 운전실 계기판으로 출입문 상태를 확인한 후, 서울교통공사 종합관제실에 출입문 고장 사실을 신고했다.


운행 도중 고장이나 이상 발생시 해당 열차 승무원은 1차적으로 관제실에 통보를 해야한다. 평소에도 관제실에서는 노선별로 열차 '교통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관제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기동검수반 직원이 오후 1시 15분경, 간단한 공구만 챙겨 오후 1시 17분 지하2층 승강장에 멈춰 있던 열차에 올랐다.

▲사고 당시 모습(JTBC 제공)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직원이 탑승한 직후 기관사는 별도의 통제도 받지 않고 그대로 열차를 출발시킨 것이다.  매뉴얼대로라면 열차가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관제실 통보 후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킨 후, 다음 열차 이용을 유도한 뒤, 고장난 열차는 차량 기지까지 빈 차로 회송(回送) 해야 한다. 차량 기지까지 회송이 불가능하다면 근처의 대피선이 있는 선로까지 회송하여 다른 열차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

▲사고당시 모습(JTBC 제공)


하지만 당시 8호선 8111호 열차는 승객하차도 유도하지 않고, 고장난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 평균 시속 40km로 복정역부터 모란역까지 6개 역을 13분 동안 달렸다. 그나마 열차 출발 당시 첫 번째 객차엔 승객 10여 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객실이 혼잡하진 않았다. 당시 영상으로 촬영해 제보한 승객 허장범(21)씨는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러웠는데, 문 근처 사람이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큰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정역에서 승차한 기동검수반 직원은 문 열린 채 달리는 열차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동 개폐 레버를 돌리거나, 문 위쪽에 설치된 모터와 벨트 부분을 만졌지만 고장을 고치지는 못했다. 덜컹거리며 좌우로 흔들리는 열차안에서 고장난 출입문을 고치는 직원의 모습은 위태로워보이기까지 하였다. 특히나 비가 왔기 때문에 바닥엔 물기도 많아 자칫 손이나 발을 헛디디기라도 했다면 '제2의 구의역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단대오거리역에서 역무원 한 명이 더 전동차에 탔지만, 그때까지도 승객들은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고, 승객이 제보한 영상을 보면 고장난 출입문 주변을 통제하는 직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문이 열린 채 달린 열차는 종착역 도착 후, 차량기지로 회송하였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명백한 안전 매뉴얼 위반"이라고 인정하면서, "해당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공사는 8111호 기관사를 16일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추후 경위 파악 후 징계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행히도 이날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출입문을 열고 달린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교통공사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지난 5월 31일에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가 통합된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였다.



1994년부터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가 분리 운영되어오다 몇 년전부터 통합에 관련되어 논의되었지만, 본격적인 통합이 추진된 것은 지난해 5월 발생한 구의역 사망사고 이후부터였다. 분리 운영된 지 23년 만에 양 공사가 통합된 것이다.


출범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안전강화에 좀더 중점을 두고자, 양 공사를 통합하여 조직을 재개편하고, 조직개편으로 인해 남는 인력 393명을 현장 안전 위주로 배치하겠다고 하였다.우여곡절이 많았던 양 공사의 통합이지만, 통합의 주된 목적이 '안전 강화'라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본사 인력을 모두 현장에 배치하여 보다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통해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서울교통공사의 출범 의도는 출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출입문이 열린 채 열차가 운행하는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이번처럼 지하철 출입문이 열린 채로 운행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011년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출입문 한 개를 연 채로 종로3가부터 종각역까지 운행한 적은 있었다. 승객 중 누군가가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역무원이 승차하여 조치를 하였고, 열차는 정상 운행이 가능했다.


보통 운행도중 출입문이 고장나서 닫히지 않게 되면 기동검수반이 출동할 때까지 역무원들이 가림막을 설치하여 1차적으로 현장을 통제하게 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관제실의 지시 하에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도록 되어있지만 이번에는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던 출범사는 통합 이후 '말뿐인 정책'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결국 통합이후에도 '지하철 안전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지난 12일엔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정차하려던 전동차의 문 주변에서 불꽃과 굉음이 일더니 갑자기 멈춰서는 사고가 있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니 내려 달라'는 방송은 있었으나 이미 승객 200여 명이 직접 비상 개폐 장치를 돌려 열차를 빠져나온 뒤에야 문이 열렸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퇴직 기관사는 "관제실 지시에 따르는 게 기관사의 임무인데 이번 사고는 기관사가 당황해서 관제실의 지시를 놓쳤다거나 관제실에서 지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결국 사고 당시 관제실과 승무원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열차는 출입문이 열린 채 운행하였고, 시민들만 영문도 모른 체 위험에 노출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당시 8111호 열차의 기관사는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 기관사라고 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베테랑이라고 해서 100% 완벽할 수는 없지만, 현장과 본사가 원활하게 의사소통만 이루어졌어도 이번처럼 출입문을 열고 운행하는 초유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 강화를 위해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인만큼, 제대로된 매뉴얼 숙지와 함께 현장과 본사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안전 강화에 좀더 중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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