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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

소화물차를 여객열차로 개조, 친환경열차로 각광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접어들었다. 또한 최근에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까지 개통되면서 왠만한 지역은 빠르게,편리하게 이동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우리나라의 구석구석 모든 지역이 교통인프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교통이 불편한 산골 오지가 여전히 남아있다.승용차로는 갈수 없는 곳, 오로지 기차로만 닿는 경상북도 내륙 산간지역에서 기차는 이곳 주민들에게 지금도 귀중한 교통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와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기차인 셈이다.


코레일의 5대 관광벨트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생겨난 관광열차 시리즈. 이번에 소개할 관광열차가 바로 내륙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귀중한 교통수단으로 작용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힐링이 되어주는 열차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2013년 코레일의 5대관광벨트 육성산업의 일환으로 생겨난 관광열차 중 중부내륙 순환열차와 함께 가장 먼저 탄생한 열차이다. 객차는 짐을 싣고 다니던 고속소화물차를 개조하였고, 3량 한 편성이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사방이 산으로 쌓인 오지의 기찻길을 활용하여 분천~철암 구간을 시속 30km의 아주 느린 속도로 운행하고 있다.


이쯤되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라고 봐도 무방하다.시속 30km면 거의 자전거와도 맞먹는 속도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줄여서 V트레인이라고도 부른다. V는 내륙산간지역의 골짜기 모양을 본따서, 그리고

Valley 의 앞 글자를 따서 'V'트레인이라고 부른다. 기관차는 백두대간의 아기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도색이 적용되어 '아기백호'라는 별칭도 붙었다.


경상북도 봉화군 분천역과 강원도 태백시 철암역을 하루 왕복2회(주말에는 3회) 운행하는 협곡열차는 그동안 관광지를 연계하는 '교통수단'의 역할이 강했던 다른 열차와는 달리, 기차를 타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기차를 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열차이다. 기차를 타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열차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컨셉은 '자연친환경적인 열차' 그리고 '느리게 가는 여행'이다. 한창 패스트푸드가 뜨던 시절이 있었다. 주문하면 5분도 안되서 식사를 완료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웰빙열풍으로 패스트푸드보다는 슬로우푸드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슬로우푸드는 패스트푸드와 역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컨셉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타면 3시간 이내로 도착하고,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양양까지 9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는 등 우리는 지금 '속도경쟁'과 '빠름빠름'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협곡열차의 컨셉은 시대의 흐림에 역행함으로써, 여행객들에게 '역주행'을 노렸고, 실제로 '역주행'은 여행객들에게 '취향저격'을 일으켜 현재도 성수기에는 매진,비수기에도 좌석이 80%이상 예약되는 등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친환경기차라는 컨셉에 맞게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객실에는 객실조명등도, 냉난방 시설도 없다. 보통 기차에는 객실에 전기와 수도를 공급해주는 발전차가 연결되지만, 협곡열차엔 발전차조차도 없다. 대신 객실 천장에 있는 태양열 집전판을 통해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다만 태양열 집전판으로 생산되는 전기는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전기에 비하면 발전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또한 열차의 컨셉이 친환경이기 때문에 과도한 전기사용을 지양하고자, 여름에는 선풍기가, 겨울에는 목탄난로가 냉난방을 대신해주고 있다.


대신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쐬며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고, 겨울에는 목탄난로에 도시락이나 군고구마도 구워먹음으로써,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자연친화적인 힐링을 만끽할 수가 있다.



창문을 연다는 것. 달리는 열차에서 창문을 연다는 것은 도시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다. 안전상 창문을 열어서도 안되지만, 냉난방 성능이 워낙 좋아진데다 자체 환기시설도 갖추고 있다보니 구지 창문을 열 필요가 없기에, 비상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통유리로 제작되고 있어서 애초에 열차에서 창문을 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협곡열차에서는 금지가 허용으로 바뀐다.아니 어쩌면 금지가 권유로 바뀐다고 봐야될 것이다. 협곡열차에 타면 너도나도 창문을 열고, 시원한 강바람, 맑은 공기를 마시며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쉰다. 서로 창문을 열고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풍경사진을 찍고, '인생샷'을 찍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1시간동안 기차는 낙동강을 따라 첩첩산중의 산골오지를 시속 30km의 아주 느린 속도로 지난다. 때로는 아찔한 높이의 다리를, 때로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는데, 협곡열차의 묘미는 바로 터널을 지날때 발생하게 된다. 친환경기차답게 객실에 객실조명등이 없다보니 터널로 들어가면 객실이 컴컴해지는데, 터널진입과 동시에 객실분위기는 다시한번 바뀌게 된다.여기저기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야광스티커에서 빛이 나고, 승무원은 음악의 볼륨을 높여 분위기를 띄우게 된다. 이때 주로 나오는 음악은 여행을 주제로 한 신나는 음악이다.


이렇게 객실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DJ'와 함께 흥을 돋구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신나는 분위기와 함께 기차는 산간지역의 사연이 많은 간이역들을 경유하게 된다.




첫 번째 정차역은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뿐이라는 최고 오지역 승부역이다. 협곡열차는 주변에 여행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협곡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들 자체가 '여행지'이다.



승부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기차로만 닿는 역 -승부역'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매년 겨울철이 되면 환상선눈꽃열차가 운행되었고, 이 열차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무궁화호와 중부내륙순환열차,협곡열차까지 정차하게 되었다. 승부역 인근에는 '영암선 개통비'가 있고, 승부역에서 일했던 역무원이 쓴 시 한편도 이제는 승부역을 대표하는 대표이미지로 자리메김하였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을 출발한 열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인 양원역에 도착하게 된다. 양원역은 이용객이 없어 그동안 수차례 여객취급이 중지될 뻔하였다. 하지만 이곳 마을 주민들은 기차말고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보니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기차를 정차시킬 것을 요구하였고, 열차를 타기 위해 대합실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삽과 곡괭이 그리고 열차시간표까지 손수 제작하였다.


결국 마을주민들의 적극성과 지역주민의 배려차원에서 무궁화호 몇 회가 정차하는 수준의 간이역이었으며, 관광벨트 육성으로 O트레인과 V트레인이 정차하기 시작하면서 양원역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열차가 정차하는 10분동안에는 양원역에서 작은 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기차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이바지를 하게 된 것이다.



양원역에서 지역주민들의 푸짐한 인심이 담긴 야채와 채소를 몇 가지 구매하고 나면 열차는 다시 종착역을

향해 출발한다. 다음에 정차하는 역은 '여름산타마을'이 개장한 분천역이다.


분천역도 하루 이용객이 10명도 안되는 간이역이었다. 하지만 2013년 스위스 마테호른 고트하르트 반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역사 앞 공터를 활용하여 산타마을이라는 주제로 테마놀이터가 개장함에 따라, 허름한 이미지의 간이역에서 스위스 풍의 이국적인 분위기로 이미지 변신에 대성공한 간이역이 되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를 탄 후, 분천역이나 철암역에서 환승해야한다.


서울.수원 등 수도권에서는 중부내륙순환열차 이용 후 분천역에서 백두대간 협곡열차로 환승.

경상,호남지역에서는 KTX를 타고 오송역에서 중부내륙순환열차로 환승, 분천역에서 협곡열차로 환승.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분천~철암역을 하루 2번 왕복하며 주말에는 3번 왕복한다.다만 동절기에는 날이 일찍

어두워지는 관계로 운행시간이 다소 변경될 수있다. 조명이 없는 기차를 타고, 산간 내륙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큰 인기를 끌게 됨으로써, 이를 활용한 여행사들의 다양한 여행상품도 출시되었다. 워낙 상품이 다양한 만큼, 여행사들의 여행상품을 참고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지나온 곳들은 모두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 그대로이다. 거기에 정차하는 간이역마다 마을 주민들의 푸짐한 인심은 덤이고, 간이역에 정차하는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도 엿볼수가 있다.


친환경기차를 타고 떠나는 내륙산간지역 여행. 기차가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니라, 기차를 타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힐링과 여행이 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아기백호'와 함께한 짧은 여행에서의 추억들은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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