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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레일 칼럼] 수도권 전철 급행화에 바란다

수도권 광역철도 급행화의 올바른 추진방향


                                                     글: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수도권 전철이 처음 개통된 것은 1974815일이다. 개통 당시에는 모든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운행을 했다. 이는 수도권 전철이 기본적으로 보통열차(비둘기호)를 계승한 열차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완행운행은 노선이 길어질수록, 역이 늘어날수록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갈수록 표정속도가 떨어지고 도심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동차의 성능이 좋아지고 시설도 개선되어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기에, 전철의 경쟁력이 도로에 비해 떨어지고 있었다.

 

도시교통은 도로가 아닌 철도로 해결하는 게 정석이다. 철도는 도로에 비해 안전하고 전기를 사용하므로 친환경적이다. 공간효율과 에너지 효율도 높으며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서 전철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였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이 이야기해 온 것이 바로 급행열차였다. 급행열차를 운행해야 전철의 표정속도를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승객을 전철로 끌어 모을 수 있으며, 수도권 광역교통 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도 급행열차가 운행을 하긴 하고 있다. 더구나 최초의 급행열차는 생각보다 꽤 일찍 운행되었다. 수도권 전철 최초의 급행열차는 1982925일 첫 운행을 시작한 수원-서울간 급행열차이다. 하루 3회 출근시간에만 운행하였으며, 중간 정차역은 안양역 하나뿐이었다. 다음 달인 1020일부터는 하행 열차도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열차 수가 적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열차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였다. 이후 급행열차가 본격적으로 운행되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은 1999129일 운행을 시작한 용산-부평간 급행열차 이후였다. 경인 2복선을 이용한 열차이다.

 

하지만 이 열차는 복복선을 이용했기에 급행열차는 복복선이 없으면 운행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코레일(철도청)이 타 노선에도 급행열차를 운행해달라는 민원에 대해, 복복선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해온 것도 이 같은 오해를 부추겼다. 이 오해는 2009724일에 서울도시철도 9호선이 대피선 방식으로 급행열차를 본격 운행하면서부터 해소되기 시작했다.

 

9호선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국내에 급행열차의 위력이 널리 알려졌고 급행열차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점점 커졌다. 이에 따라 코레일에서도 경원선, 중앙선, 경의선, 안산선, 분당선 등에 차츰 급행열차를 운행시키면서 승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행열차가 운행되고 있음에도, 승객이 원하는 충분한 수준의 급행열차 운행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급행열차 운행확대에 대한 공약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있다. 특히 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던 지난 416일 수도권 급행열차 운행확대 공약을 내놓았다. 별도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큰 규모로 발표했기 때문에, 교통 공약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네 후보를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지난 77일부터 수인선, 경인선, 경의선, 안산선에 급행열차 운행 확대를 실시하였다. 수인선은 신설하고, 안산선은 연장하며, 경인선에는 특급을 도입하는 등 양과 질 모두가 확대된 것이 주목된다.


 

또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날 있었던 급행열차 시승식 자리에서 세 단계의 수도권 전철 급행화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신선 건설에 해당하는 3단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논외로 하고, 우선 1단계는 이날 있었던 4개 노선 급행열차 확대다. 시설 변경 없이 운행방식만 변경한 것이다. 시설 개량이 없는 이유는 대통령 취임 첫 해라 예산이 없는 것이 기인한다.


 

2단계는 경부선, 분당선, 과천선, 일산선에 급행열차 추가 및 확대이다. 특히 이들 노선은 시설 개량을 병행한다는 게 주목된다. 지상 구간이고 기존 철도 부지와 시설이 있는 경부선은 내년부터 바로 착공하지만, 지하 구간에 대피선 추가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분당선, 과천선, 일산선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존선 급행화는 철도학계나 철도동호인들에게는 그동안 숙원과도 같았다. 낮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철도 선진국에서는 예외 없이 적극적인 급행열차 운행을 통해 도시를 발전시키고 교통난을 해소하며 통근 범위를 넓혀 부동산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다. 세계의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광역철도 급행열차는 초보적인 수준이라 아쉬움이 컸었다. 하지만 이제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교통부에서 앞장서서 급행화를 말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 할만하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학회에서는 급행화 추진 활성화 연구회등을 조직하여 연구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철도관계기관과 급행화를 주제로 협업을 강화하는 등, 급행화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이미 철도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향후 진행될 수도권 광역철도 급행화의 올바른 추진방향에 대해 간략히 논하고자 한다.

 

첫째는 올바른 급행열차 철학을 갖추는 것이다.

 

철학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말해 원칙이라고 보면 된다. 광역철도의 급행열차 운행에 있어서 기본적인, 그리고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세우고, 이 아래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것은 아래 세 가지다.


급행열차가 주된 열차, 완행열차는 이를 보조

급행열차가 장거리 운행, 완행열차는 단거리 운행

완행과 급행 비율은 가급적 1:1로 운행


지금까지의 철도운영기관은 급행열차를 기존에 없던 부수 서비스로 생각해왔다. 전술했다시피 비둘기호를 계승한 수도권 전철은 모든 역에 정차하며 종점까지 운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열차만 운행하는 게 맞는 것인데, 급행에 대한 요구가 있으니 일단 운영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급행운행으로 인하여 추가 열차와 추가 승무원이 필요하니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급행열차를 가급적 최소한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아래 표는 현재의 광역철도에서 볼 수 있는, 급행열차를 최소한으로 운행하는 사례이다.


                       구분

                                           사례

급행열차의 시간적 제한

지나치게 긴 운전시격

평일에만 운행

출근 시간에만 운행

낮 시간대 열차 부족

급행열차의 공간적 제한

외곽쪽 급행열차 미운행 구간 존재

도심 진입 안함

상행만 운행

(초기에는 이런 노선이 있었으나, 현재는 없음)


이렇게 급행열차를 최소한도로 운행하는 방식은 급행열차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일단 급행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운전시격이 길어지면 아무 때나 이용할 수가 없고, 시각표를 확인해가면서 이용해야 하므로, 언제나 탈 수 있다는(frequent service) 통근전철의 장점과 배치된다. 또한 급행열차의 운행거리가 짧아지면 환승횟수가 늘어나면서, 급행열차를 타고 절약한 시간을 다시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급행은 부수적인 특별서비스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기본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급행열차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급행열차가 통과하는 역들을 위해 완행열차를 운행하며 급행과 완행을 최적화하여 조합하는 방향으로 열차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급행열차를 장거리로 운행해야 전 구간에 걸쳐 급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완급간 환승횟수가 줄어든다. 단거리 완행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종점 부근 외곽 구간은 급행열차가 완행운행(전역정차)을 하면서 대응하면 된다. 이를 장거리 급행, 단거리 완행철학이라고 한다.

 

아울러 완행과 급행의 비율도 중요하다. 급행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완행을 탈 때 급행보다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져 급행이 유명무실해진다. 완행과 급행이 1:1로 운행하며 상호보완해야 완급간 환승이용이 원활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급행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급행열차가 많으면 급행비정차역 승객이 탈 수 있는 열차가 줄어들므로, 급행비정차역 승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급행을 최소한으로 운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오히려 급행과 완행을 1:1로 운행시켜, 완행역 승객이 다음 급행정차역에서 곧바로 급행을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게 진정으로 완행역 승객을 위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급행열차를 확대 운행하겠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지만, 이 같은 철학 없이 기존 운행방식을 답습해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급행열차 관계 당국들은 단순히 지엽적인 측면에서 급행열차 확대에 접근할 게 아니라, 수도권 광역철도망 전체에 급행열차 철학을 어떻게 녹여 넣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급행화 사업에 대한 올바른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처음부터 시설을 준비한 경우가 아닐 때, 급행열차를 새로 운행하려면 크든 작든 비용이 수반되는 게 보통이다. 기존에 활용할만한 시설이 있다면 비용이 적게 들지만, 토목공사까지 필요한 경우 매우 큰 비용이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철도인 우리나라 광역철도 체계에서는 결국 정부 예산이 들어가게 되며, 타당성 평가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같은 타당성 평가에서 급행열차의 편익과 비용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철도를 신설할 경우, 기존에 철도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편익은 도로사정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로 평가한다. 즉 도로를 이용하던 사람이 철도를 이용하면서 도로 소통이 원활해지므로 거기서 이익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행화 사업도 이런 평가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신선과 달리 기존선 급행화에는 기존에 전철을 이용하던 승객들이 있다. 물론 급행화 사업을 시행하면 통행시간이 줄어들어 도로를 이용하던 사람이 전철을 새로 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존에 전철을 타던 사람들이 급행화로 인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중점을 두어 편익을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승객이 절약하는 시간은 급행열차 운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앞서 밝힌대로 비효율적인 급행운행을 하면 승객들이 급행의 혜택을 별로 보지 못하므로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급행화 사업의 평가는 단지 시설뿐만 아니라, 운행계획에 대해서 면밀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A라는 급행화 시설을 지었다고 B라는 편익이 공식처럼 나오는 게 아니다. 철도운영사가 A라는 시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급행열차를 운행하느냐에 따라 편익이 달라지고 타당성까지 달라진다. 그러므로 급행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급행화 사업에 최적화된 철도사업 평가체계부터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급행화 자체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급행화 사업을 통해 열차의 평균적인 표정속도가 올라가면 차량의 회전율이 올라가면서 운행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현행 KTXSRT같은 고속철도들은 적은 차량 수를 갖고도, 많은 운행횟수와 높은 수송력을 실현하고 있다. 이것은 고속철도의 높은 표정속도에 기인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열차가 빨리 왔다갔다 하면 차량 수가 적어도 많은 열차가 운행되고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급행화를 통한 표정속도 증가시 광역철도에도 동일하게 기대할 수 있다. 신선 건설 사업에서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이 같은 효과가 급행화 사업에서는 충분히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셋째로 전철 급행화 사업은 지역적, 수단적인 통합교통계획 하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급행열차는 단순히 철도 내부에서 끝나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외국 도시와 달리 시내버스가 발달하였으며, 광역교통에서 광역버스의 분담률도 매우 높다.

 

우선 완행열차와 급행열차를 함께 운행했을 때 버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를 생각하고 버스 노선의 변경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급행비정차역 승객은 급행열차를 바로 탈 수 없어 불편해질 수 있는데, 급행비정차역 주변에서 급행정차역으로 가는 지선버스를 보강하여 보다 균형 잡힌 교통망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지선버스는 기존의 전 구간 완행 노선을 답습하지 말고, 급행비정차역 역세권에서 승객을 모아다가 중간 무정차로 급행정차역까지 바로 가는 지역분리형 노선 등 다양한 효율적 노선들이 필요하다.

 

광역버스와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급행열차 운행이 확대되면 이에 대응하는 동일 교통축의 광역버스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시행한다. 그러면 전철은 여전히 광역버스보다 경쟁력이 낮은 채로 머물게 된다. 붉은 여왕 효과가 적용되는 셈이다. 결국 투자까지 하면서 급행열차를 운행시켰지만 승객은 여전히 전철을 외면할 수도 있다. 투자를 한 보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전철은 효율성이나 친환경성 측면에서 버스에 비해 우위에 있다. 따라서 장거리 대규모 수송은 전철로 하는 게 옳다. 급행열차를 도입해 전철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이유도 더 많은 승객을 전철로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급행열차 운행만 무작정 시행할게 아니라, 광역버스와의 역할 분담도 반드시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급행열차가 확대되는 교통축에서 광역버스 노선이나 차량을 줄이고, 광역철도가 없거나 급행열차가 없는 곳으로 이를 재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교통경제를 적용할 수도 있는데, 급행열차가 운행되는 교통축에 비해 급행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교통축의 광역버스 운임을 낮게 함으로서, 전철과 광역버스간의 서비스 수준 및 운임의 균형을 이루게 할 수 있다.

 

이렇듯 급행열차 운행은 전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광역교통 조정이 반드시 함께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급행열차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부족한 자원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서 버스노선의 조정은 상당히 어렵다. 경기도 버스들은 기본적으로 민영제이기도 하거니와 수도권 교통정책은 세 지자체가 서로 맞서고 있어서 서로간의 합의를 이루기도 힘들다. 현행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지역별, 수단별로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든 경직적인 요금제인 것도 어려움에 한 몫 한다.

 

그러나 다행히 현재 국토교통부에서는 대통령 공약인 수도권 광역교통청 사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광역철도 급행열차 추진에 있어서, 급행열차에 최적화된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 구축은 수도권 광역교통청의 1순위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급행화 사업을 타 사업과 연계시켜서 비용을 절감하고 편익을 높일 방안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야 한다. 대피선 추가 공사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대피선 공사를 내진 보강 사업 등과 함께 시행하여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급행화 사업에는 신호 개량 사업이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단순히 급행화 사업만을 위해 구형 신호를 고치는 작업만을 하지 말고, 아예 노후한 신호시스템을 새것으로 바꾸는 사업과 함께 시행하여 비용 절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급행화 사업 시행시 이용자와의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철도회사를 제조업에 비교해보자면 영업이나 마케팅은 동일하지만, 제조업의 공장은 철도회사의 역이나 선로, 차량기지 시설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의 제품에 해당하는 게 바로 철도회사의 열차운행이다.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여 구입하듯, 승객은 열차운행이 마음에 들 때 열차를 이용한다. 너무 느린 속도, 잦은 환승 등 열차 이용이 불편하고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승객들은 버스나 자가용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찾을 것이다.

 

특히 신선 건설은 기존에 승객이 없지만, 급행화 사업은 많은 승객이 이미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급행화 사업이 시행되어 급행열차 운행이 새로 시작되거나 확대되면 기존 승객들에게 많은 영향이 생긴다.

 

제조업에서는 하나의 새 상품을 만들 때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고, 가급적 많은 소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원하는 것을 조사한다. 때로는 제품 개발과정에도 적극 참여시켜 함께 제품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이를 프로슈머(prosumer)라고 한다. 제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이다.

 

급행열차도 이같이 철저히 상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철도운영사가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데 철도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미리부터 충분히 고려하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급행 정차역이다. 급행열차의 정차역은 승객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자신이 이용하는 역에 급행열차가 정차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환승횟수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철도를 부동산 가치 상승의 수단으로 보는 국내 환경에서 급행열차 정차 여부는 부동산 값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급행열차 정차역은 핌피(PIMFY)의 수단이 되기 아주 쉬운 조건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구하는 대로 다 세우다보면 급행열차의 표정속도가 떨어져서 급행열차의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행과 급행의 효율적인 결합운행으로 급행비정차역 승객도 큰 불편 없이 급행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다양한 등급의 급행열차를 도입해 복잡한 수요특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행정차역 선정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고,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용자들도 참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 철도운영사와 철도이용자가 함께 급행열차를 만들어나간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새로운 좋은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것을 개량해서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광역철도도 예외가 아닌데, 특히 기존선 급행화는 기존에 검증되어 있는 충분한 승객수요에 급행화라는 좋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높은 효과가 기대된다.

 

그동안 전철 급행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운영회사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 물론 급행열차를 운행해도 특별한 보상이 생기기 힘든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이해는 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급행열차 확대 정책이 적극 시행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우선 이 같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철도운영사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급행열차 운행 확대에 나서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급행열차 추진에 있어서 기존의 사례만 답습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급행열차 운행 철학을 제대로 정립하고, 급행열차를 위한 투자를 원활히 하기위해 평가체계를 개선하며, 단순한 철도 외에 수도권 전체 교통 개선 측면에서 급행열차에 접근하도록 하며, 마지막으로 급행열차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급행열차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당선, 과천선, 일산선 급행화 사업은 개별 노선별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각 노선별로 나눠가면서 타당성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수도권 전체의 교통망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철 급행화 외에 급행전철 연계 교통까지 모두 아우르는 수도권 도시광역철도 급행화 5개년 계획등을 세우고 이를 20년 단위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 하부에 넣는 방법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전철 급행열차 확대는 철도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교통망, 더 나아가 우리나라라는 국가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급행열차 확대를 추진하는 모든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국토교통부 급행화 기사

http://itrailnews.co.kr/news/article.html?no=29179 

 

참고문헌

한우진, “수도권 전철의 급행열차 운행 현황“, 교통 기술과 정책, 대한교통학회 학회지, 8권 제4, 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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