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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탈핵 시대의 철도

탈핵시대에 대비하여 철도가 해야 할 일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지난 19일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되었다. 1977년 발전을 시작한지 딱 40년만이다.


특히 영구정지 선포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탈핵 로드맵을 조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탈핵(脫核)이란 쉽게 말해 더 이상 원자력발전소를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총 24개이다. 울진, 월성, 고리(기장), 영광에 각각 6개씩 위치하고 있다. 이밖에 5개가 건설 중에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탈핵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의 비율이 변화할 것이다. 우선 일시적으로 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발전 비율을 높였다가 차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아울러 일반 국민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역시 전기요금의 변화이다.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전기세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피할 수 없는 것, 나라에 내는 것, 정책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것(: 누진제)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탈핵 시대의 전기 요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대체로 어느 정도 오를 것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원자력 발전은 그 영향력이 매우 길기 때문에 원가 산정에 대해 논란이 많다.


원자력 발전의 발전단가가 낮은 이유는 후손들에게 많은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지금 원자력 발전이 싸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싸지 않다는 것인데, 어쨌든 국민들의 관심사는 당장 전기요금 청구서에 찍히는 숫자이다.


▲전기철도가 일반화되면서 철도에 있어서 전기는 이제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무엇보다 전기는 소비재이자 생산재로서 국민들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물론 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전기철도가 일반화되면서 이제 철도와 전기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탈핵 시대의 전기 정책의 변화는 철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철도도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탈핵 시대가 다가오면 철도는 우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철도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19.15 대정전과 그 이후 이어지는 여름철 전력예비율 감소 탓에 철도에서도 전기절약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특히 철도는 특성상 피크전력(최대수요전력)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낸다. 이는 가정용과 상당히 다른 방식이다. 가정용 전력은 마치 수도요금과 같이 실제 쓴 전기량만큼만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피크 전력 방식은 대수요기인 하절기에 15분 단위의 전력량 중 가장 큰 값을 평균하여 1년간 기본요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다른 때 아무리 전기를 아껴쓰더라도 여름철에 반짝 많이 쓰면 1년 내내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억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는 다른 재화와 달리 쉽게 생산을 멈출 수 없고, 재고도 쌓아둘 수가 없다. 또한 송전선이나 변전소 등 전기를 옮기는 데는 전문적인 시설이 필요한데, 이들 시설에는 용량이 있다 보니 수요처에서 전기를 더 원할 때 갑작스럽게 추가로 제공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철도와 같은 대수요처에는 최대 용량에 맞게 전기 시설을 준비해야 하며, 기본요금도 최대 사용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철도도 이 문제 때문에 피크전력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고 있다. 여름철에 전력 사용을 감시하고 있다가 목표치에 근접하면 일시적으로 냉방을 줄이거나 열차운행을 줄이는 등의 피크 전력 관리를 시행한다. 여러 역사의 공조기를 동시에 켜지 않고 교대로 켜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사무실 소등을 하기도 한다. 일단 여름의 낮에만 확실하게 전기를 아끼면 1년 내내 전기요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탈핵 시대가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전기 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탈핵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가정용을 올리기 어려우므로 산업용 전기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철도도 전기 절약을 위해 지금보다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욱 고도화 시켜야 하며, 전기 절약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 내 조명에 LED를 사용하거나, 회생제동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것 등이 그러한 것이며, 애초에 전동차를 새로 도입할 때 에너지 소비 항목을 적극 평가하여 저전력 차량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철도 건설 단계에서도 지하 건설을 가능한 피하고, 역을 쓸데없이 크게 짓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공조나 조명을 하는데, 그리고 지하수를 퍼 올리는데 전기를 적게 쓸 수 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지하로 짓더라도 지상에서 지하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역사를 만들면 조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철도는 한번 지으면 오래 쓰는 특성이 있는 만큼 처음부터 전기 절약이 가능하게 짓는 게 중요한 것이다.

      

둘째로 탈핵시대에는 수송력의 효율적 배분이 중요하다.

 

지금 철도에서는 열차에 사람이 적게 탄 채로 운행되는 구간이나 시간대가 많다. 새벽이나 심야이니 어쩔 수 없다, 종점에 가까워졌으니 어쩔 수 없다면서 그냥 포기하고 있지만, 전기 요금이 오르는 탈핵 시대에는 이를 낭비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더 강해져야 한다. 즉 수요에 비해 과다한 수송력 제공은 수송원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철도에서 수송력을 조절하는 방법은 단위시간당 열차 운행횟수를 조절하는 방식과 열차당 편성량수를 조절하는 방식이 있다. 수송력을 낮추면 동력비를 줄일 수 있다. 두 방법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열차 운행횟수를 줄이면 수송력은 그에 맞게 떨어지지만, 열차 대기시간이 늘어나서 승객의 불편이 증가한다.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이 되기 쉽다.

 

실제로 현재 수도권전철에는 일부 역을 경계로 하여 열차운행횟수가 줄어드는데 (: 구파발, 사당, 온수, 죽전, 검암 등) 이는 줄어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이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열차대기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어려움이 있다.

 

편성량수를 조절하는 방식은 이 문제가 적지만, 현실적으로 동차형 방식의 열차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열차를 분리 통합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제때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열차 지연도 최소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이 기술이 떨어지는 편인데 앞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과 실전 경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승객의 실제 수요와 수송력을 최대한 일치시킨다면 낭비되는 수송력을 최소화하고, 승객 1인을 수송하는데 소모되는 전기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도운영에 있어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탈핵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화석에너지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있다. 물론 현재 기술과 경제 수준으로 이 같은 목표에 금방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을 꾸준히 밟아 나가자는 것이 탈핵인 것이다.

 

철도에 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일단 철도를 구성하는 각종 건물이 좀 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철도역사에 많이 도입되어 있는 커튼 월(일명 유리궁전) 방식의 구조는 냉방비가 많이 드는 문제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그 후에는 철도역사가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철도차량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승용차에도 이런 차량이 있다. 이 차의 상부에는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어서 이를 통해 에어컨을 동작시킨다. 시동을 끈 채로 실외에 주차를 해두어도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밖에 세워둔 차를 타도 실내가 시원한 게 특징이다.


▲도시철도, 서울 5호선만 하더라도 100% 지하구간으로 건설되었다.

 

다만 요즘 철도 노선들은 지하와 터널 구간이 많아 철도차량 외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되고 있는 것은 아쉽긴 하다. 태양광 패널 설치로 인해 가격, 유지보수비, 무게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일단 터널이나 지하가 없는 특정 구간에서만 달리는 차량에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바다열차)

 

이 밖에도 철도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태양열, 풍력, 지열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다. 다행히 철도는 전국 곳곳으로 운행되므로 다양한 지역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나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원래 사람의 생활방식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우리의 삶과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탈핵이란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탈핵의 방향성은 맞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더라도 꾸준히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올해 안에 탈핵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기반시설인 철도의 탈핵 방안도 포함이 되기를 바란다. 언제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철도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설 노후에 대응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핵이 가져올 전기요금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도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노력과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필요한 곳에는 투자도 필요하다. 탈핵을 두려워하지만 말고, 오히려 탈핵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기술을 쌓아, 이를 통해 세계 철도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우리 철도는 언제나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다. 도시화가 본격화될 때 광역전철이 등장하였고, 고속철도를 개통시켜 21세기 철도를 새롭게 부흥시켰다. 탈핵도 마찬가지다. 위험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전문] 문재인 대통령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

http://www.korea.kr/policy/economyView.do?newsId=14883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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