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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5.9 대선과 철도공약

이번 대선 철도 공약에 대해 각 당 후보들에게 바라는 것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남북간 철도를 잇기 위해 강원도 철원까지의 연장이 확정된 경원선


5년마다 겨울에 치러지던 대선이 갑작스럽게 5월 봄에 치러지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대통령직 인수위를 꾸릴 시간도 없이 바로 취임하게 된다고 한다. 여러모로 급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체로 양자대결이던 역대 대선과 달리, 이번에 비록 지지율은 낮더라도 눈에 띄는 후보가 총 5명이 되는 풍성한 대선이 되고 있다. 후보마다 정치색도 분명하고 공약도 차이가 나고 있다. 물론 철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후보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식 10대 공약집을 살펴보면 철도 또는 교통 공약들로는 다음 것들이 있다.(철도 또는 교통 키워드로 검색) 본 공약은 다수의 공약들 중 10개만 모은 것으로서, 후보자의 공약들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 10대 공약집 중 철도, 교통공약

문재인

없음

홍준표

수도권 광역교통청 신설, 대학생까지 교통요금 할인 30% 확대

안철수

항만·항공·철도인프라 + 융합기술을 통해 유라시아 물류 허브 중심기지 구축

유승민

없음

심상정

- 철도와 도로, 가스관 등의 중국·러시아 연결, 한일해저터널

북한과 철도와 도로의 연결, 남북 철도·도로·해운·항공 협력 및 유라시아 대륙과의 교통·에너지 인프라 연결

- 어르신 무상교통을 버스까지 확대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가보장 무상교통카드 지급, 농어촌, 도서 지역 공영택시 도입하고 지원

- 민영화된 수서발 고속철도 노선과 코레일의 재통합 등 철도의 공공성 및 효율성 강화

버스완전공영제 도입 및 대중교통 안전운행 여건 마련과 규제 강화


한눈에 봐도 심상정 후보의 내용이 가장 많고, 상당 부분을 남북 철도연결과 교통공공성 강화에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도권 지역에서 오랫동안 필요성이 지적되어 왔던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을 공약에 포함시킨 홍준표 후보도 눈에 띈다.

 

한편 선관위 제출 10대 공약집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후보자의 공식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교통공약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교통은 지역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로 지역 공약에도 철도와 교통공약이 발견된다

  

일단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교통이라는 주제로 공약을 명확히 발표한 후보자는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는 지난 16원활한 교통은 국가발전에 활력을 불어 넣는 대동맥이라며 철도를 포함한 교통 공약을 발표하였다.


@수도권 광역 급행열차.


구체적으로는 (1) 수도권 광역 급행열차 확대(분당선, 수인선, 서울 6호선, 경의선 제시, 대피선 추가 방식) (2) 정액제 형태로 모든 교통수단을 횟수 제한, 거리 제한,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광역알뜰교통카드도입 (3)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청신설 (4) 농산어촌 주민 이동권 보장(100원 택시 전국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홍준표 후보가 발표한 SOC뉴딜정책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고속성장 시대를 거쳐 많은 인프라들이 신설되었지만, 현재 이것들이 매우 노후된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권은 이것들을 다음 정권에 넘기는 폭탄돌리기를 해왔지만, 본인은 이를 재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취임 6개월 이내에 공공인프라 개선기획단을 만들어 전국의 모든 인프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노후 인프라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본인 임기 중에 50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인프라 신설이 전통적인 뉴딜정책이라면 노후 인프라를 재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뉴딜정책을 실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의 철도, 교통공약은 주로 지역공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김해신공항 교통망 확충,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 KTX서대전 개량 및 증편, 장항선 복선전철화 등 대체로 현재 많이 알려져 있는 공약이 포함된 가운데, 대형 사업으로는 중부권 동서내륙횡단철도 건설과 경인전철 단계적 지하화가 눈에 띈다.

 

한편 심상정 후보의 지역공약 중에는 서대구 역세권 개발, 대구광주 내륙철도 건설,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7호선 청라연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승민 후보도 철도와 교통이 포함된 지역공약들을 발표했는데, 후보자 블로그가 아닌 정당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관계로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울산에 무가선트램 설치, 전북에 전주-김천 철도 건설, 경기도에 KTX, GTX조기착공, 광역급행철도 확대,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 경인선 지하화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철도나 교통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체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요구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지역의 요구는 대체로 해묵은 것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철도나 교통 공약은 후보들끼리 차별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철도 공약에 대해 각 당 후보들에게 바라는 것으로는 다음 것들이 있다.  


@파산한 의정부경전철

  

첫째로 철도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맞이하여 철도 르네상스니 유라시아 철도 시대니 하는 장밋빛 청사진이 많이 등장했다. 당장이라도 세계 철도산업을 선도하며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것 같았지만, 되돌아보면 사실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국내 철도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투자한 만큼 철도 이용도 늘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당장 승객이 없어 파산을 하는 철도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수서고속철

 

국산 고속철도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철도가 해외로 진출을 할 것 같았지만, 역시 답보상태다. 소규모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이거다 싶은 대형 사업은 찾기 어렵다.

 

시행한지 15년도 안된 철도 상하분리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이다. 지난 19일 경실련은 철도상하통합에 대한 의견을 대선후보에게 질의한 결과,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세 후보가 재통합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철도상하분리는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모든 철도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이 원칙이 바뀐다면 우리나라 철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변화의 시기에 새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은,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 철도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것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상하통합의 근거로 사용되는 철도의 공공(公共)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탈 것이라고는 철도밖에 없던 60~70년대와 달리 전국 곳곳에 도로가 깔려있고 도시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어디까지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재정의도 필요할 것이다.

 

상하분리를 하든 상하통합을 하든 철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인력구조는 기업 효율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공공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킨 철도 인력 운영 방안도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과제다.

 

철도 상하분리 이후 큰 성과가 없었던 해외 철도 진출도 다음 정부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세계 철도산업의 규모는 200조원이나 된다. 충분한 기술과 좋은 서비스를 갖고도 이들을 놓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공공서비스라는 바탕 위에서 철도산업 육성이라는 꽃을 피우는 것이 다음 정부에 달린 과제다.  


 


둘째로 철도분야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무임승차다. 이번 선두권 5개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아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심상정 후보는 노인 무임승차를 버스까지 확대하고, 홍준표 후보는 대학생 교통요금 할인을 늘린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민간기업인 버스에 요금 할인을 적용하려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자체 산하의 도시철도 회사들도 지금까지는 노인무임을 자비로 부담했지만, 현재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점차 대응을 조직화하고 있다.

 

노인무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요금 할인책만 늘려가는 것은 교통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다. 문재인 후보의 광역알뜰교통카드도 요금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좀 더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요는 대체로 비탄력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요금을 낮췄다고 승객이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요금을 낮추거나 무임 혜택을 늘리면 국민의 교통비 절감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승객이 늘지 않으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교통복지에 도움이 된다며 필요한 세출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좀 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주행세를 올리거나 혼잡통행료를 받아, 할인되는 대중교통요금을 충당할 수도 있다. 또한 대중교통요금 부담을 낮추면서 자동차 억제책도 함께 시행하여 탄력적인 대중교통 승객 증가를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가용 수요억제는 빼놓고 대중교통 요금 인하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공약의 현실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노인무임승차문제도 대선일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떳떳한 태도가 아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국익을 생각해야 할 정치인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표를 계산하는 장사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철도 투자의 우선순위 선정과 서비스 향상의 실현성이 항상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경인전철 지하화는 지역의 요구사항이긴 하지만, 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철도 자체가 부족한 지역도 있음을 생각해보면 의문점이 남는 사업이다. 특히 2복선화를 통해 급행화 및 용량 증대 투자까지 시행되었는데, 지하화 투자까지 시행된다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사업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많다. 타당성이 높은 사업이라면 이미 추진되었거나 추진 중일 것이고, 타당성이 낮은 사업만 장기간 추진되지 못하여 지역민들의 숙원 사업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약이라며 이들 사업을 섣불리 선정해버리면 결국 당선 후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억지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고, 그 부담은 후세가 지게 된다.

 

철도는 도로에 비해 건설비도 많이 들지만 운영비도 많이 든다. 지역민들은 일단 건설만 생각한다. 건설이 끝나면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운영은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자기가 운영비를 낼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다가 막대한 부담이 발생하면 그제야 문제가 인식되지만,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면 그런 것도 없다. 결국 철도는 속에서 계속 곪아간다.

 

결국 꼭 필요한 사업부터 조심성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유권자들 스스로가, 앞으로 얻는 것 같지만 결국 뒤로 밑질게 확실한 공약을 걸러내는 것인데 국내 정치 환경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약 추진의 현실성도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대피선 추가를 이용한 급행열차 운행 방안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여태까지 운영회사들이 시행을 하지 않고 있는가가 의문이다.

 

원인은 돈 문제와 종합적 교통정책의 문제다. 대피선을 추가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운영회사들은 이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 공약으로 제시되었으니 정부지원을 약속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수익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기존선에 대피선 몇 개 추가해서는 대폭적인 급행열차 운행확대가 어렵다. 9호선처럼 완급 1:1도 아니고 몇 대 다니지도 않는 급행열차로는 승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그렇다고 대피선을 많이 늘리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진퇴양난이다.

 

낮 시간에는 완행역 운전시격이 늘어난다며 급행열차를 운영도 못한다. 그래도 급행열차를 운행하려면 지선버스를 급행역까지 연장해야 하는데 민영버스체제에서 정부가 노선을 바꾸지도 못한다. 광역버스가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높은 접근성과 더 낮은 운임, 더 적은 환승횟수로 승객을 끌어 모은다. 역시 광역버스를 조정해야 하지만 수도권 세 지자체가 맞서고 있어서 실행력은 한없이 낮다.


 


이처럼 철도는 온갖 변수가 내재되어 있고, 같은 경로상에 다양한 경쟁교통수단이 존재하기에 종합적인 대책 시행이 중요하다. 자칫하면 억지로 공약을 지키려고 돈만 썼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 모두 이 같은 교통정책을 종합 조정할 수 있는 광역교통기구 설립을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명목상의 힘없는 조직이 아니라, 인사와 예산에서 독립적인 강한 기구가 될 수 있다면 대도시권 광역교통 문제의 해결을 기대해볼만 하다.


 

 

아무래도 이번 대선은 안보나 사회 측면에서 굵직한 이슈가 많기에 철도 분야의 관심은 덜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와 대중교통 서비스라는 화려함 뒤에는 노후 인프라, 영세한 철도산업, 적자운영, 비효율성, 늘어나는 부채 등 그야말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한 채 지자체장 공약 수준으로 철도에 접근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함량미달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체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철도도 그에 맞춰 큰 변화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우리나라 철도에 대해 더 큰 비전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과 철도관계자들도 자신의 거주지나 조직 같은 입장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철도를 위해 누가 올바른 대통령감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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