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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요' 새마을호

한때는 잘나가던 특급열차, 지금은 '찬밥신세'


새마을호.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가장 고급스러운' 열차였다.


우리나라에서 새마을호가 첫 운행을 시작한 시기는 1969년 2월,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이었다.

당시엔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10분만에 주파하였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고급스러운' 열차였다.

그만큼 요금도 비쌌기 때문에 새마을호는 당시 부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처음 도입된 새마을호는 앞뒤모양이 똑같은 동차형이었다. 맨앞에서 뒤에 있는 객차들을 끌고, 맨뒤에서는 앞에 있는 객차들을 밀어주는 전후동력형 열차였다.


DHC동차(Diesel Hydraulic Car, 디젤액압동차)라고도 불렸으며, PP동차(Push-Pull, 밀고 당기는)라고도 불렸다. DHC보다는 PP동차라고 더 많이 불렸다. 밀고 당기는 밀당열차.


1970년대만 하더라도 새마을호는 새마을호가 아닌 '관광호,특급열차' 등으로 불리다가 1984년 열차 이름이 개정되면서 최종적으로 새마을호라고 불리기 시작하였다.


새마을호-무궁화호-통일호-비둘기호 순으로 열차등급이 매겨졌던 당시에 새마을호는 무궁화호와 동력원은 같았지만, 정차역의 갯수나 객실내 시설면에 있어서 무궁화호보다 월등하게 앞서고 있었다.



새마을호가 당시 최고의 열차였던 이유는 우선 관리측면에서 보면 객차형과는 달리 차량사무소에서 열차의 진행방향을 바꾸기 위해 별도로 기관차 이동을 할 필요가 없이 운전실 교환만 하면 바로 반대방향으로의 운행이 가능하여 동력차 전환 및 기관차 입환작업이 불필요했다는 점, 승객입장에서 보면 다른 열차에 비해 좌석이 안락하고 편안하다는 점, 야간에 뒷자리에 앚는 사람이 없을 경우 시트를 뒤로 최대한 젖히면 아예 누워서 기차여행을 갈 수가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동차형 새마을호의 경우 6~8량이 한 편성으로 이루어진 열차 두 대를 같이 연결시킨 장대열차도 운행되었다. 장대열차의 경우 행선지가 서로 다른 두 대의 열차가 동시에 운행됨으로써, 승객수송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여수와 광주로 향하는 두 열차를 같이 연결시켜 운행하다가 호남선과 전라선이 갈라지는 익산역에서 두 열차를 분리시켜 한 대는 여수로, 한 대는 광주로 향하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승객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가 있었다.


즉 14시 정각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여수로 가는 승객이 350명 가량 되고, 14시 30분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광주로 가는 승객이 350명 있을 때, 원래대로라면 14시에 350명이 탄 열차가 출발하고 14시 30분에 350명이 탄 광주행 열차가 출발해야하지만 두 열차를 복합연결기로 연결시켜 여수가는 승객 350명과 광주가는 승객 350명을 같이 수송할 경우, 14시 30분 출발예정이던 광주행 열차 자리에 다른 열차를 운행시킬 수가 있었기 때문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가 있었다.



또한 창문형태도 유선형으로 제작되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냉방장치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던 무궁화호와는 달리 새마을호는 하부에 내장시킴으로써, 객차의 미관도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새마을호의 경우 식당차도 편성되어 열차내에서 식사도 해결할 수가 있었다.



새마을호는 크게 동차형과 객차형으로 나뉘었다. 동차형의 경우 차량번호가 3자리였고, 객차형의 경우 차량번호가 다섯 자리였다. 또한 외형이나 내부형태에 따라 장대형과 유선형으로 나뉘었는데, 이는 철도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겸비한 게 아니라면 거의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필자도 장대형과 유선형으로 나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까지는 구분할 수가 없었다.



새마을호는 사실 일반실과 특실이 큰 차이가 없었다. 시트색깔이 살짝 다르고, 좌석배열이 살짝 달랐는데 보통은 고속버스만 보더라도 일반과 우등의 차이가 좌석인데 새마을호의 경우 애초에 일반실 좌석도 널널하게 설계되다보니 시트자체만으로는 일반실이나 특실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특실의 경우 2X2배열과 2X1배열로 된 객차가 있었고, 승객들은 특실에서도 2X1 배열을 주로 선호하였다. 옆에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과 혼자 앉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최고의 열차','특급열차','레일 위의 우등고속버스','편안함과 안락함' 등 다양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던 새마을호.


공간이 좁아 옆사람과 접촉이 발생하기 쉬운 무궁화호와는 달리, 두 다리 쭉 뻗고 수시로 변하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차여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새마을호.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던 새마을호였지만, 새마을호의 위상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점점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주된 수요층도 고속철도와 무궁화호로 극명하게 나뉘기 시작하면서 새마을호는 둘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되버린 것이다.


고속열차의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마다 소요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수원을 경유하는 KTX까지 모두 통틀어봐도 서울-부산 기준으로 소요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열차는 거의 없다. 하지만 새마을호는 대부분의 열차의 소요시간이 4시간이 넘어가다보니 승객입장에서는 비싸고 오래 걸리는 새마을호를 타느니 차라리 돈 1~2만원 더 내고, 30분 내지 1시간이라도 더 빨리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사람들도 점점 '편안함'보다는 '빠름'을 추구하게 되었고, 아무리 새마을호의 좌석이 우리나라 모든 여객열차를 통틀어서라도 매우 편안하고 안락했다할 지라도, '반나절 생활권'을 형성한 KTX의  '빠름 빠름'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동차형 새마을호의 노후화도 진행되어 운행중 고장을 일으켜 툭 하면 지연되고, 승객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게 되면서 결국 새마을호는 현역에서 물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단, 새마을호 열차가 갑자기 사라지면 많은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동차형 새마을호의 앞뒤 동력차만 순차적으로 폐차를 시키고, 가운데에 있던 부수객차들은 설비개조를 통해 기관차가 견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디젤동차형으로 다니던 새마을호는 앞에서 기관차가 견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동차시절 디젤유에 의해 움직이던 새마을호도 상황에 따라 전기기관차가 견인하게 됨으로써, 전기로부터 동력을 얻어 운행하게 되었다.


다만 전철화구간에서 디젤기관차로 견인을 하자니 운행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또 여객열차를 주로 견인하는 전기기관차를 투입시키자니 해당 기관차 역시 필요로 하는 곳에 비해 보유댓수가 많지 않다보니 무언가의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대책 중의 하나로 차세대 전기동차형 새마을호인 ITX-새마을호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와 도시를 빠르게 이어준다는 의미의 InTercity eXpress-새마을호로 명칭이 붙게 되었고, 친환경교통수단답게 전기동차형 열차로 도입이 되었다. 다만 신형 새마을호도 시스템이 안정화되어야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새마을호와 ITX-새마을호가 같이 투입되었고, 구형 새마을호와 ITX-새마을호는 객차 수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승객유도 안내방송을 실시하여 승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도 하였다.


신형 열차도 시스템이 안정화되어야 했기에 전철화구간에서 시운전을 마친 ITX-새마을호는 점차 구형 새마을호를 대체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구형새마을호의 경우 비전철화구간인 장항선에서만 주로 운행되거나, 임시관광열차로만 운행되고 있다.


새마을호.

한창 어려웠던 1960~70년대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시절에 도입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열차였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새마을호.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편리함'보다는 '빠름 빠름'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차량의 노후화까지 겹쳐 새마을호가 설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는 마지노선으로 장항선에서나 간간이 볼 수가 있으며, 이 마저도 2018년경이면 구형 새마을호도 모두 폐차가 된다고 한다.


한국철도의 큰 획을 그었던 새마을호인만큼, 이번 주말은 일부러라도 새마을호를 타고 충남 서해안으로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다녀오면서, 새마을호의 안락함을 마음껏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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