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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보다 안전한 서울지하철을 위하여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이 보다 효과적이고 완벽해질 수 있는 몇 가지 제언

                                                                                     한우진

                                             (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_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열차 

 

  서울시는 지난 8일 지하철 운영의 패러다임을 정시성에서 안전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며, 시설물, 인력, 시스템, 스마트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을 발표하였다.

  *관련기사 http://itrailnews.co.kr/news/article.html?no=27507

 

 그동안 서울지하철은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수송량과 서비스 수준에 도달하며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설 노후화, 적자운영, 안전투자 여력부족 등 갖가지 모순에 시달려 온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오는 5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체인 서울교통공사출범에 앞서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본고에서는 서울시의 안전보강대책이 보다 효과적이고 완벽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시설개량은 꼭 필요하지만, 철저한 우선순위 선정과 효율적인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책에는 21년 이상 장기사용 전동차 610량에 대한 신규차량 교체가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21년이란 첫 도입시기부터 계산한 것이고, 중간 중간 전동차가 계속 개량된 것을 생각하면 순수하게 21년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한국정책방송원_GEC초퍼 구형전동차 


 서울시 인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생산 가능인력도 감소하는 마당에, 무작정 새 차를 도입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기존 차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보고, 필요하다면 교체가 오래되지 않은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구질구질하고 궁상맞은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인구-경제 구조에서 지하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서울지하철 전체로 보면 전동차가 절대 부족한 9호선 같은 곳도 있는데, 기존 전동차 교체가 더 급한 일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더 나아가 수도권 전체로 보면, 노선별로도 혼잡도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현재 시간별 구간별로 낮은 혼잡도로 운영 중인 광역전철 노선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정책방송원_ 2호선 구형전동차


 물론 현재 9호선도 계획을 수립하여 새 차량을 차근차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맞고, 아예 운영회사가 다른 노선들끼리 조율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전동차 교체에 국비지원을 원하고 있다면 단순히 서울지하철 전동차 교체에만 지원을 요구할게 아니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기업들끼리 조율을 거쳐 보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좀 더 균형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요구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를 설득하기도 더 용이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서울시가 발표한 안전대책에 에스컬레이터(ES)와 엘리베이터(EL) 등 승강편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부분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필자는 지하철의 심도가 깊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ESEL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교통수단의 일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참고문헌1)

 

 즉 승강장에서 승강장까지 승객을 이동시키는 게 전동차라면,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승객을 이동시키는 게 ESEL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ESEL을 전동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하철 운영사들은 전동차가 영업운행중 운행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나게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ESEL이 고장 나거나 운행을 멈추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물론 ESEL은 전동차와 달리 계단이라는 대체수단이 있고, 추월이 불가능한 전동차와 달리 멈춰있는 ES에서 승객이 직접 걸어갈 수도 있는 등 유연성 측면은 훨씬 높다. 하지만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지하역의 심도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ESEL의 중단은 승객에게 점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전동차와 달리 ES에서는 전도사고가 쉽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서울시가 제시한대로 ESEL의 전수조사, 부품교체시기 설정, 점검이력 DB화 등의 작업은 꼭 필요하며, 향후에는 승강편의시설와 스크린도어 운영 조직을 전동차 운영 조직과 동일한 위상을 갖도록 조직체계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2인 승무 시범도입에는 비교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서울시는 7호선 일부구간에 2인 승무제를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하철 2인 승무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으로서 근무환경 개선과 비상시 대처능력 개선이 목표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_7호선 신형전동차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1+1이 반드시 2는 아니다. 명확한 매뉴얼과 행동수칙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비상시에 둘이 있어도 상황은 매한가지일 수 있다. 또한 2인 승무가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진정한 평가는 유사시에 가능할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런 평가가 가능할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2인 승무는 점차 무인운전으로 변해가는 세계 도시철도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계의 도시철도들은 새로 도입되는 경우 무인운전이 많고, 기존 유인운전 노선을 무인운전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파리, 뉘른베르크 등)

 

 애초에 비상시 대처능력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라면 운전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승무원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2인 승무를 하더라도 승무원들이 객실과 분리된 운전실에 들어가 있으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운전은 기계에게 맡기고, 1인의 승무원이 객실을 순회하는 게 대처능력 면에서 나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정책방송원 _ 불연재 개조전 서울지하철


 실제로 지난 12호선 잠실새내역(구 신천역)에서 일어난 전동차 화재 때, 승무원이 객실에 있었다면 더 빠른 상황 판단이 가능했을 것이다. 2인 승무를 하더라도 승무원이 객실이 아닌 운전실과 차장실에 있으면 현장 확인이 늦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2인 승무 시범 실시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와 병행하여 무인운전+객실 승무원 1인 체제도 함께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행히 서울지하철에는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여건은 갖추어져 있다.


 

   서울시_우이신설경전철 터널 모습


 또한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선은 ATO설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한 수동운전 노선을 무인운전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비용이 덜 들 수 있다. 그리고 8호선의 경우 향후 별내선 연장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노선 연장 및 전동차 신규도입과 연계하여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 제어시스템인 KRTCS을 도입해 개량한다면 본격적인 무인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시스템은 서울시 경전철 신림선에 도입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이렇듯 기존 1인 승무 노선의 2인 승무는 안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평가가 어렵다. 따라서 세계 추세라고 할 수 있는 무인운전도 서울지하철에 도입하여 함께 비교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안전시스템과 스마트 관리에 바라는 점이다.

 

 지난번 2호선 잠실새내역 화재사고때 승객을 빨리 대피시켜야 하는지, 기관사가 상황을 확인할 때까지 승객이 차내에서 대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번 서울시 대책을 보면, 승강장에서 사고 발생 시에는 대피를 먼저 시키는 것으로 지침을 바꾼다고 한다. 터널 중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과 달리, 승강장에서 발생한 경우 승객 스스로 큰 문제없이 대피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변경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오픈 매뉴얼 형태의 시민안전행동매뉴얼도 만든다고 하는데, 아마도 정황상 위키(Wiki)형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집단지성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각 참여자들의 기술(記述)에 대한 과도한 논란이나 반달리즘(vandalism)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서울시의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일 것이다.

 

 심야 연장운행시간 조정은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0~1시 동안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지하철 심야운행은 이명박 시장 시절에 공약으로 시행된 것이라 다소 정치적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태생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인 만큼 비효율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어 왔으나 그 이후에도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 정비 및 유지보수 시간 확보를 명목으로 심야운행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는 정비시간 확보 이전에 교통체계효율화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었다. 모든 교통은 그에 맞는 수송규모가 있다. 심야 시간의 적은 수송량이라면 대용량 수송에 적합한 도시철도가 하는 것보다는 버스가 담당하는 게 맞는 일이다.


 

  서울시_심야버스 노선도


 이미 심야버스 체제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동일한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서울지하철망과 심야버스 노선망이 1:1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지하철과 동일한 형태의 심야버스 노선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야버스의 낮은 속도가 문제인 만큼 심야버스가 기존 지하철역 위치에만 정차하는 방법으로 표정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서울시 대책에 포함된 지능형 CCTV도 스마트 및 빅데이터 시대에 꼭 필요한 설비다. CCTV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가 발생된 후 채증(採證)용으로만 쓰기에는 CCTV가 너무 아깝다. 따라서 기계가 CCTV화면을 실시간 자동분석하여 이례상황 발생 시 감시요원에게 알려주는 지능형 CCTV가 꼭 필요한 것이다. 이는 CCTV가 있음에도 역무원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비난받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열차 내 칸별 혼잡도를 모니터에 표출하여 탑승객 분산을 유도하는 장치는, 현재 서울메트로에서 국책과제로 개발 중이며 2호선 신정지선에 시범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더 혼잡한 것을 알면서도 계단이나 환승통로가 가까운 곳에 타는 경향이 있으므로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승강장이나 차내에서 승객들이 이동하면서 타인과 접촉이 늘어나 생기는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_종합관제실 


 따라서 무작정 승객의 행동변화만 기대하기에 앞서, 앞뒤 열차간 간격 조정을 지능적으로 시행할 필요도 있다. 기관사와 관제소에서 각 열차의 혼잡도를 파악하여, 앞차가 혼잡하면 뒷차가 앞차에 좀 더 접근하고, 앞차가 덜 혼잡하면 뒷차가 앞차에서 좀 더 멀어지는 식으로 운행한다.


 이를 통해 노선에서 운행 중인 열차의 혼잡도를 균등화하여 승객의 체감혼잡도를 낮출 수 있다. 이같이 객차 혼잡도 정보는 단순한 정보 표출을 넘어, 관제차원의 동적 운전시격 관리(Dynamic Headway Management)에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능형CCTV나 혼잡도안내 같은 스마트안전관리시스템에 첨언하자면 서울시 혼자 시행할게 아니라 9호선 같은 서울시내 민간사업자, 그리고 서울시에서 철도를 운영 중인 코레일, 공항철도, 신분당선 같은 업체들과 반드시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설비는 네트워크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규모가 커질수록 효용도 커진다.

 

 코레일과 함께 운행 중인 1, 3, 4호선에서, 서울메트로 차량에서는 혼잡도 정보가 제공되는데 코레일 차량은 제공이 안 되는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또한 지능형 CCTV가 서울시의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가능한데 경기도에서는 안 되거나, 같은 환승역인데도 회사별 구역에 따라서 CCTV가 분석이나 추적을 못한다는 식이 된다면, 이는 더 이상 지능형이라고 할 수 없다.

 

 성과에 집착하면서 서울시만 너무 앞서가지 말고, 다른 기관들과 충분히 보조를 맞추어 가면서 함께 시행하기를 바란다. 혼자만 너무 앞서가면 다른 기관이 다른 형태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호환이 안 되어, 나중에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 이것은 효율적이지 않고 안전도 저해하는 일이다.

 

 

 안전은 철도의 기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도시철도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시철도 운영사들이 추구하는 고객만족이나 흑자경영, 조직문화 개선 등도 모두 안전운행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발표한 안전보강 대책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실천이 중요하다. 특히 이 같은 대규모 계획은 실천을 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정도로 큰일이다. 무엇보다 돈이 없으면 실천을 할 수 없는 만큼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에서 서울시에서는 다양한 재원확보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비지원 요구, 정부에 무임수송액 보전 요구 등 외부지원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좀 아쉽다. 서울시가 안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운임을 인상하거나 지하철로 혜택을 보는 역세권 사업자들로부터 목적세를 받는 방안들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때문에 도로의 혼잡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가용 이용자들이 혜택을 보는 만큼, 이들에게 혼잡통행료를 부과하여 이를 지하철 안전재원으로 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안전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면 시장이 정치적 생명을 걸 필요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안전의 현장에 서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기계 이전에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공사 통합으로 인하여 새롭게 안전업무를 맡게 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안전에 대한 전 직원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장에서 안전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승객들과 마찰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는 수가 생기는데, 이때 회사는 공정한 태도를 갖고, 직원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서비스만 강조하며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하철 안전의 근본은 직원들의 업무에서 나온다. 직원들이 안전 업무에 회의감을 가지면 지하철 안전은 사상누각이 된다.

 

 앞으로도 서울지하철이 계속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필수적이다. 서울지하철의 안전을 위한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대책들이 든든한 재원을 바탕으로 실행되어, 앞으로 100200년을 계속 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서울지하철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한우진, “지하철 승강편의시설의 관리체계 강화 필요성 및 방안”, 서울메트로 개통 40주년 기념 우수논문 현상공모 우수상, 한국철도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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